<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 (1)

윤필립 칼럼

< 오래가는 것들의 비밀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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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팬데믹으로, 굉장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많은 회사와 비즈니스가 문을 닫기도 했지만, 또 새 온라인 사업들, 유튜브 채널, 배달 업체 등이 생기기도 했다. 경제 위기일수록, 살아남기 위한 더 적극적인 경제 공부와 철저한 시장 분석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넋 놓고 있어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연구 없이 마구잡이로 시작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금은 물건이 아니라,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이다. 자기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곳만이 오래 살아남는다. '나만의 가치'로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고, 마음속 깊이 파고드는 법칙들, 남들은 흉내 낼 수 없는 '자기만의 상징 찾기'에서 어떤 유행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 제품의 뿌리 만들기'까지. 비주얼 전략가 이랑주 저자로부터, 팔리지 않는 시대에 필요한 '비주얼 전략'을 배워보자.


카페를 열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액자와 수건을 준비해야 할까? 매장이 1곳이라면, 수건 색깔까지 고민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지만, 매장이 100개, 1000개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1000개의 매장이 있다면, 아무것이나 선택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1000개를 상상하는 순간, 1개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산만함이 보이기 시작한다. 적어도 모든 매장이 똑같은 것으로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통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나면, 다음 고민으로 넘어간다. '같기만'하면 될까? '좋아할 만한 것'을 갖춰야 한다. 1개가 아니라 1000개를 상상하라는 것은 내 고객에게 보이는 것이라면, 아주 사소한 것도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다. 자기만의 기준을 갖고, 디테일하게 움직이는 곳만이 사람들의 마음에 오래 남는 곳이 된다. 1개가 아니라 1000개를 상상하는 것은 바로 이 첫발을 떼는 데 필요한 일이다.


왜 기준을 정해야 할까, 기억은 이미지로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중 색상은 잔상 효과가 특히 높다. 핑크색을 보면 아이스크림 가게 배스킨라빈스가 떠오르고, 초록색을 보면 커피숍 스타벅스가 떠오르는 것은, 이 두 브랜드가 자신들을 떠올릴 수 있는 색상 이미지를 사람들의 뇌에 저장해놓았기 때문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스푼, 냉장고, 포장상자의 리본까지 핑크색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스타벅스는 로고에서부터 종업원들의 앞치마까지 초록색을 반복 사용하고 있다. 이 주제 색상을 몇십 년 동안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들 브랜드가 색상으로 깊이 각인된 것이다. 사실 핑크색과 아이스크림은 관련이 없지만, 사람들은 지나가다 핑크색을 보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어지고, 초록색과 커피도 관계가 없는데, 초록색을 보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지는 것이다. 지속되는 이미지의 힘 때문이다. UC 버클리 교수, 데이비드 아커는 하나의 브랜드가 가진 자산을 다음 4가지로 정의했다. 얼마나 알고 있느냐(인지도), 얼마나 충성하느냐(로열티), 얼마나 품질에 대해 확신하느냐 (지각된 품질), 얼마나 많이 떠올리느냐(연상 이미지)이다. 이 4가지 자산 중,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연상 이미지'이다.


자신이 설정한 이미지가 '보편성'을 갖지 않는 경우이다. 사람들이 '좋다'고 느끼는 데는 보편적이고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할 때가 더 많다. 미국의 어느 기업에 직원들이 제품 운반용 상자가 너무 무겁다고 불평을 한 일이 있다. 사장은 상자를 모두 흰색을 칠했고, 그 뒤로는 직원들의 불평이 없어졌다. 흰색 상자가 어두운 색의 상자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파란색 포장지에 놓은 생선과 붉은 색 포장지 위에 놓은 생선 중 어느 쪽이 더 잘 팔릴까? 파란색 포장지에 놓여진 생선이다. 파란색은 차가운 느낌을 주기에 생선이 더 신선하게 느껴진 것이다. 보편적인 성질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것을 내세우면 문제가 된다. 제품이나 브랜드가 그 의미와 잘 맞아떨어지는 색상, 빛, 패턴 등을 선택해야 한다. 특이해 보이는 것보다는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잘 이용할수록, 오히려 강하고 지속적인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카페를 따뜻한 분위기로 만들고 싶다면, 그 이유가 분명해야 하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따뜻함이 구체적으로 어떤 따뜻함인지 생각이 정리되어야 한다. 분명한 이유만이 사람들에게 그 느낌이 전해지고, 사람들의 뇌 속에 저장된다. 기억되고 싶으면 반복하고 연결해야 한다. 호감은 이미지로 저장되지만, 이미지는 촘촘하게 연결된 맥락으로 반복될 때, 더 오해 저장된다. 사람들의 뇌리에 파고드는 보편성, 이유, 반복 이 3가지 요소를 하나의 질문으로 바꾼 것이 '1개가 1000개가 된다면'이다. 1개가 1000개가 되어도 좋을 만큼, 보편성을 갖고, 매장의 컨셉과 일치하며, 다른 요소들과 함께 반복되는지, 이런 기준을 갖고 선택된 것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오래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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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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