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권 독서법

윤필립 칼럼

1만권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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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700권의 책을 읽은 저자는 특이한 독서법을 소개한다. 1권을 깊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책에서 '작은 조각'들을 모아 '큰 덩어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1일 안에 1권을 읽는 것이 더 좋다. 장기간에 걸친 정독은 단위 시간당 독서의 밀도가 낮은 데다, 전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오히려 얕은 독서 체험밖에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음악을 아주 느리게 재생하면, 어떤 음악인지 알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 각각의 음악에는 고유 템포가 있는 것처럼, 각각의 책에도 적절하게 읽는 속도가 필요하다.

 

핵심을 기억하는 효율적인 독서는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써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읽는다'는 의식으로 독서하면, 담아두기 위해 독서한다는 성가신 고정관념이 뒤로 밀려나면서, 독서가 즐거워진다. 읽은 문장을 머리 안에 주입함과 동시에, 머리 밖으로 써 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정보를 시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그 정보를 자신의 손을 사용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면, 단순히 훑어보는 독서나 단조로운 정독보다 압도적으로 깊은 독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A4 용지를 준비해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옮겨 써 보자. 절대로 잊고 싶지 않은 문장을 만나면, 서두에 페이지 수를 기재하면서 계속해서 본문을 저장해 나간다. 다시 인용할 때는 단락 전체가 아닌, 짧게 몇 줄로 정리하는 것이 좋다. 저자는 이것을 <한 줄 샘플링>이라 한다. 독서하면서 발췌한 목록이야말로 '그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들이 쉬고, 내쉰 모든 것'이 된다. 독서 습관화를 하려면 책을 읽고 맛본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 마음이 움직인 책을 정기적으로 선정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빠른 독서를 위한 4가지 단계가 있다.

 

1단계는 머리말, 차례를 잘 읽는 것이다. 독서 속도의 90퍼센트는 머리말에서 결정된다. 

'머리말'은 책의 목적과 요약을 설명하는 것이라, 전체 흐름을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차례'는 책의 구성을 파악하기 위한 지도이므로, 정독할 가치가 있다.

 

2단계는 처음과 마지막 5줄만 읽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이렇게 읽기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단축된다.

 

3단계는 키워드를 정해 읽는 것이다. 목적이 명확하면 책 읽기가 쉬워진다. 키워드를 정하면 본문에서 중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4단계는 2가지 이상의 독서 리듬으로 읽는다. 단조로운 리듬은 독서 속도를 느리게 한다. 독서를 시작했다면 리듬의 '기어 체인지'를 의식하자. '이 부분은 필요 없을 것 같으니, 기어를 바꿔보자!' 혹은 '잠깐, 여기는 관련 키워드가 있을 것 같으니, 중속 모드로 가자!'는 식으로 자신의 리듬을 자각하면서, 완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밑줄 긋기 독서는 이제 그만! 아무리 밑줄을 그어봐야, 다시 보지 않는다. 한 줄 샘플링을 리뷰하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책과 어떻게 만나고 헤어질 것인가? 하루 1권씩, 일주일 독서 계획을 세운다. 매주 6권을 기준으로 삼으면, 주 10~14권, 월 50~60권, 연 7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다. 다음 주에 읽을 책을 고르는 '날'을 정해둔다. 하루 1권 독서를 실천하려면, '내일 읽을 책'을 내일 읽기 위해서는 '오늘 읽을 책'을 오늘 안에 끝내야 한다. 그래서 '내일 읽을 책'을 미리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허나, 자신이 좋아하는 책만 읽으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 1~2권은 내키지 않는 책을 넣는 것이 포인트다. 다독을 생활화 하려면, 책 고르기의 시야가 넓어지는 도서관과 서점을 활용하자.  이 책의 저자는 정기적으로 책을 처분하고, 3개월마다 책장을 정리한다. 요즘 세상의 속도로 본다면, 어떤 신간도 3개월이 지나면 신간이 아니게 된다. 12권이 쌓일 때마다 그간 정리해둔 12권의 리뷰들을 다시 읽고, 거기서 다시 최고의 1권을 고른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1주에 6권을 읽는다면 2주에 1번씩 이런 '다시 읽기'를 하며, 이렇게 리뷰를 다시 읽어보면 어떤 책을 남길지 판단할 때 도움이 된다.

 

지식의 습득을 목적으로 하는 독서가 위험한 이유는 그 당사자까지도 거만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 지식이 늘었다고 해서 그 사람이 위대해질 리는 없다. 브랜드 물건을 휘감은 사람이 자신을 멋쟁이로 착각하는 것처럼 지식을 얻는데 취한 사람은 자신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무언가를 위한 독서는 따분하기만 할 것이다. 게다가 현대를 살아남기 위한 교양을 얻는 수단으로서 책을 이용해도 결과적으로 얻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에 그보다는 많은 책을 읽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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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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