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에 미친 사람들 > (2)

윤필립 칼럼

< 공부에 미친 사람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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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퀴리(Marie Curie)는 폴란드와 프랑스 양국의 국민적인 과학 영웅이자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이다. 결혼 후 남편과 함께 본격적으로 방사능 연구를 시작한 마리는 1898년, 방사성 원소 '라듐'과 '폴로늄'을 발견해냈다. 그녀는 이 공로로 남편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고, 그 뒤 라듐을 분리한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한 사람이 노벨상을 두 번 받은 사례는 마리가 처음이었다. 심지어 그녀의 장녀인 이렌 졸리오퀴리와 사위도 노벨상을 받았는데, 모녀가 함께 노벨상을 수상한 것 역시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단순히 남들이 몰랐던 원소를 발견했다는 업적만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상황을 뛰어넘어 세상에 이바지하고,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데 있다.


이러한 '공부의 정신'을 보여준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마리 퀴리'이다. 그녀가 발견한 라듐 원소를 특허로 신청하면, 추산조차 안 되는 막대한 돈을 쥘 수 있었는데, 마리는 그 제안을 단호히 거절한다. "라듐은 하나의 원소이며, 저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입니다." 얼마나 멋진 마인드인가. 마리가 이루고자 한 연구의 목적은 개인의 성공이나 부의 축적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발전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마리는 '이동 X선 촬영 장비'를 만들어 부상병들을 치료하는 데에 앞장섰다.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가 기자들과 함께 모금 운동을 벌여 연구를 이어갔다. 프랑스 정부로부터 국가 훈장을 받은 그녀에게 공부란 돈과 성공을 위한 수단이 아닌, 인류 전체를 구원함과 동시에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살기 위한 도구였다.


조선의 최고의 성군으로 평가받는 세종의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 역시 '공부'였다. 그는 식사 중에도 좌우에 책을 펼쳐놓았으며 전깃불이 없던 그 시절에도 한방중까지 책을 읽었다. 임금이었지만, 세상에 나와 있는 책은 모조리 읽고 공부했다. 한 나라의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누구보다 치열하게 공부했다. 그는 즉위 후 '사가독서'라는 특별한 제도를 시행했는데, 이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제도로 세종이 얼마나 공부에 많은 애정을 쏟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사가독서'란 젊고 유능한 문신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휴가로, 관청 공무에 관계없이 오직 공부에만 전념해야 했다. 일 대신 책만 읽으며 지식을 쌓도록 배려한 것인데, 심지어 이 제도는 유급 휴가로 시행되었다. 무려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의 조선시대에 이런 휴가가 존재했다니 얼마나 놀라운가. 세종이 또한 토론을 통한 공부를 얼마나 즐겼는지, 그것을 어떻게 국가와 백성을 다스리는 수단을 활용했는지는 그의 경연 횟수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록에 따르면 태조 때 23회, 정종 때 36회, 태종 때 80회 열렸던 경연이 세종 때는 무려 1898회나 열렸다고 한다. 세종에게 공부란 평생 매달려야 할 인생이었으며, 그를 역사에 빛나는 위대한 왕으로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3년에 한 번씩 전 세계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조사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매년 1~2위를 다투는 나라는 바로 핀란드이다. 놀라운 것은 핀란드에는 학원, 과외, 가정교사, 보충 수업, 숙제, 시험이 없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는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절대로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 공부에 대한 인식부터 다르다. 국민의 70%가 매일 1시간씩 독서를 하고, 도서관 이용률이 세계 1위(2016년 기준)이다. 핀란드의 교실은 우등생과 열등생이 같이 공부한다. 우등생이 자발적으로 열등생을 가르치고, 서로 다른 학습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모여 작은 사회를 이룬다.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그룹과 배우는 그룹이 조직되어 선생님 없이 스스로 학습 계획을 세우고 각자에게 가장 적합한 공부법을 찾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바로 핀란드 공부법의 핵심이다. 이런 과정에서 능동적인 공부를 하고,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면서 주도적으로 삶을 경영하는 법을 터득한다. 핀란드의 교육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열반 편성은 장기적으로 볼 때, 우등생에게도 열등생에게도 좋지 않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인도의 우수한 IT 인재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뛰어난 수재들이 모이는 미국항공우주국, 실리콘벨리 등에 인도인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과학자 중 12%가 인도계라는 통계도 있다. 인도에서는 암기 위주의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학습법은 교육 과정에 없다. 우리나라처럼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외우고 치는 시험은 없다.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제시하고 다른 이의 의견과 재결합하고, 재연결하고 재구성하고 재해석하는 공부를 한다. 그래서 인도에는 객관식 시험이 없다. 정답을 맞히는 공부보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중요시 여긴다. 또한 인도인은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공부를 지향한다. 인도인들처럼 사고력을 강화시키는 공부를 할 때 생각의 범위가 더욱 확장될 것이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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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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