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 폐기에 즈음하여

조셉 박의 재정관리/보험칼럼

오바마케어 폐기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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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이 심각하게 겪고 있는 위기는 사회적, 경제적 이유와 같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가치관이 물질주의와 황금만능주의에 철저하게 물들어 인간의 가치와 인간성 자체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임 대통령의 모든 업적을 지우는 것으로 자신의 임기를 시작하겠다는 새 대통령의 출사표가 증명하듯이 그동안 고귀한 가치로 인정받던 인간으로서의 Dignity, Integrity 등은 시쳇말로 개나 줘버린지 오래다.

 

단적인 예가 총기규제를 법제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루 평균 95명이 총기 관련 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으며 이제는 교통사고 사망자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사망자를 생산해 내기까지 이르렀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개인의 총기 소지가 합법이다. 개인의 총기 소지를 금지한다는 전제하에서 총이 개인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할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음에도 말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강력히 원하는 개인의 총기 소지를 금하는 법을 제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어처구니없게도 막강한 자금을 동원한 총기회사들의 로비 때문이다. ‘어떤 것이 옳고 그르냐’하는 것에는 이미 관심 없고 ‘어떤 것이 더 돈이 되느냐’하는 쪽으로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케어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개혁 중 하나였음에도 절반의 지지 밖에 얻지 못하는 반쪽짜리가 돼 버린 것도 같은 이유에 의한 것이다. 오바마케어는 크게 세 가지 개혁을 통해 국민들에게 저렴한 보험료의 질 좋은 보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출범했다.

 

첫째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공공 의료보험을 만들어 저렴하게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 민간 보험사들의 보험료도 함께 내리도록 만들어 전체 의료보험 시장의 보험료를 낮추는 것이다.

둘째는 비싼 의료보험료 때문에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가족 수와 인컴에 따라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해서 보험에 부담없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는 기존에 병력을 가지고 있던 사람도 차별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모든 보험 플랜이 임신, 응급, 처방약, 예방의학 등 10가지 꼭 필요한 요소를 포함하도록 함으로 보험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보험사들의 총력을 동원한 강력하고도 끈질긴 저지에 의해 첫째 항목이 무산 돼 버리면서 결정적으로 오바마케어가 지금의 모습으로 변형돼 버렸다. 10가지 Essential 이 포함되면서 이미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의료보험료가 더 오르게 돼 버렸고 이를 정부보조금 지원으로 감당하게 되면서, 보조금을 많이 지원받는 가정에서는 저렴한 보험료로 질 좋은 보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반면 보조금을 많이 지원 받지 못하는 가정에서는 오히려 보험료만 더 높아지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인컴을 기준으로 오바마케어를 지지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자연스럽게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4인 가족 45세 홍길동씨 가정(아내 42세, 아들 20세, 딸 16세) 의 예를 들어 오바마케어의 보험료와 커버리지가 인컴에 의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면, 

 

홍길동 씨의 연 인컴이 $35,000 일 때:

의사 만날 때 $5, 피검사 $8, X-Ray $8, CT/MRI $50, 처방약 $3 등의 커버를 받을 수 있고, HMO 플랜에 가입할 때 월 보험료로 $100 정도를 내게 된다. 

 

홍길동 씨의 연 인컴이 $50,000 일 때:

의사 만날 때 $30, 피검사 $35, X-Ray $65, CT/MRI $300, 처방약 $15 등의 커버를 받을 수 있고 HMO 플랜에 가입할 때 월 보험료로 $270 정도를 내게 된다. 

 

홍길동 씨의 연 인컴이 $75,000 일 때:

의사 만날 때 $35, 피검사 $35, X-Ray $70, CT/MRI $300, 처방약 $15 등의 커버를 받을 수 있고 HMO 플랜에 가입할 때 월 보험료로 $600 정도를 내게 된다. 

 

홍길동 씨의 연 인컴이 $100,000 이상일 때:

의사 만날 때 $35, 피검사 $35, X-Ray $70, CT/MRI $300, 처방약 $15 등의 커버를 받을 수 있고 HMO 플랜에 가입할 때 월 보험료로 $850 정도를 내게 된다. 

 

위에서 든 홍길동 씨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인컴이 작을수록 보험 커버의 내용은 좋고 보험료는 저렴한 반면 인컴이 많아질수록 보험료는 비싸지고 보험 커버 내용은 나빠진다. 인컴이 $35,000 인 가정과 $100,000 이상인 가정이 오바마케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컴이 많은 사람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10가지 Essential 에 의해 오바마케어 보험료가 오르긴 했지만 오바마케어 이전에는 전 국민이 지금의 $100,000 이상인 가정이 내야하는 보험료만큼 이미 내고 있었다는 것이고 그로 인해 현재 오바마케어의 혜택을 받고 있는 22,000,000 명이 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15년 이상 의료보험 Agent 로 일해 온 전문가로서 오바마케어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있다. 보험료를 좀 더 낮추지 못한 점과, 보험 커버만큼은 인컴에 의한 차이 없이 모두 동일했다면 많은 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이 불공평하게 느끼는 반감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등등이 그것이다. 한편으로는 실제 해마다 그런 부분들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었기 때문에 오바마케어는 성공한 정책으로 국민들을 위한 의료정책으로 자리 잡아갈 것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튼 오바마케어는 위대한 개혁이고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Agent 이기 전에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이제 오바마케어는 폐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오바마케어를 폐기하고 더 좋은 보험을 제공하겠다고 믿을 수 없는 한 정치인이 주장하고 있다. 더 좋은 보험을 더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을 것이고 온 국민이 좋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한다. 진심으로 간절히 정말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그 사람의 말처럼 되려면 현재의 10가지 Essential 조항은 그대로 유지되면서 정부보조금 없이 오바마케어 보다 저렴한 보험료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서 위에서 예로 든 홍길동 씨의 경우로 생각해 보면 홍길동 씨 가정의 월 보험료는 대략 $900 정도로 볼 수 있다. 홍길동 씨가 $100의 보험료를 낸 것은 정부가 $800을 정부보조금으로 대신 내주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저소득 가정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보조금 때문이었는데 정부보조금 없이 오바마케어보다 저렴한 보험에 가입하게 한다는 그의 계획은 무엇일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현재 모든 의료보험 시장의 보험료를 당장 절반으로 줄인다고 해도 오바마케어의 혜택 아래 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정부보조금 없이 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보험료를 조금도 낮추지 않으려는 보험사들의 강력한 저항에 의해 오바마케어의 처음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사람은 어떤 방법으로 그처럼 꿈같은 보험을 만들어낼지 이제 지켜봐야 하겠다. 

 

성경에 보면 “미련한 자의 입의 잠언은 술 취한 자의 손에 들린 가시나무 같으니라” 라는 말씀이 있는데 우리가 이번 선거를 통해 술 취한 사람의 손에 가시나무를 들려준 것은 아닌가 걱정일 뿐이다.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7-08 06:17:38 박봉수의 재정설계 칼럼에서 이동 됨]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11-21 09:24:15 완결된 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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