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진학을 원하는 대학 신입생이 첫 학기에 집중해야 할 사항

남경윤의 의대칼럼

의대 진학을 원하는 대학 신입생이 첫 학기에 집중해야 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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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학 신입생들은 부모의 집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스스로 모든 것을 챙기는 어른이 되는 첫 발을 디뎠다. 모든 대학의 새 학기가 시작된지 한  달여가 지났고 대학 신입생들은 각자가 자신의 꿈과 미래를 향한 도약을 시작했다. 이 기쁘고 중요한 시기에 의대 진학을 원하는 프리메드 학생이라면 간과하지 말아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으니 그 점에 대해 함께 알아보자.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의대 진학을 원하는 주체가 본인인지에 대한 검증이다. 대부분의 프리메드 신입생들이 이 과정을 스스로 거치고자 노력하는데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다.

 

문제는 의대에 가고자 하는 학생들이 첫 번째 하는 노력이 연구실에 들어가서 연구실적을 쌓고자 한다는 점이다. 의사가 있을 곳이 환자 곁이라는 것이 그렇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일일까? 이 근본적인 사실을 이해한 학생이라면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이 길이 본인이 평생 즐겁고 보람차게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알아보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첫 학기에 병원봉사를 통해 의사가 되고자 하는 노력의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아니,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연구실을 기웃거리며 프리메드 학생으로서 최선을 다 한다고 생각하며 행동하고 있으니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일이다. 도대체 왜 이런 무지한 일이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며 이어져오고 있는 것일까? 너무 답답한 이 무지의 고리를 정말 끊어내고 싶어서 오늘은 여러 집단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발을 각오하고 모진 소리를 하고자 한다. 특히 신입생들은 자신들의 진심을 몰라준다고 아쉬워할 수 있을 것이고 연구실 책임교수들이 필자의 분석이 편협하다며 비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실태를 비판하여 우리 한인 프리메드 학생들이 그 귀한 대학시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의료봉사는 힘들다. 일단 병원에서 봉사할 기회를 잡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추천인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그렇게 추천인까지 동원해서 지원을 하고도 몇 달간 기다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니 봉사기회를 잡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인데 어렵게 봉사를 시작했더니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안내 데스크에서 일하거나 매점 판매직이라면 '내가 고작 이런 일을 하려고 병원봉사를 시작했나' 하며 회의에 빠지기 쉽다. 병원에서 봉사를 신청하며 그 학생은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는 팀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자신을 기대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내 병원에서 봉사하며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것임을 미리 알려준다. 자격이 없는 봉사자가 환자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 갈 수 있는 기회는 휠체어를 밀어주는 업무일 것이다. 차라리 안내 데스크 근무는 양반이고 병실침대 시트를 가는 일이 더 현실에 가까운 봉사업무이다. 내가 누군데 이런 일을 시키는지에 대해 노여워하기까지 하는 학생들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이제는 명문대학 신입생인 자신에게 주어지는 임무로는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현실이 우리 한인사회의 구조적 문제점 중 하나라고도 보인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동안 집안일은 거의 시키지 않고 키우는 가정이 제법 있어 보이는 부분이다. 자녀의 사춘기 시절에 가을이면 힘을 모아 낙엽을 치우고 겨울이면 합심하여 눈을 치우며 보내는 힘들지만 즐거운 시간을 권한다. 그 와중에 노부부만 사는 이웃이 있다면 그 집 앞길의 눈도 치우며 느낄 수 있는 보람이 자녀가 이 사회의 건전하고 적극적인 일원이 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봉사의 기쁨은 섬김이 주는 감사함이라는 단순 명료한 사실을 모르며 의대에 혹시라도 진학한다면 그 학생은 지옥에서 후회하며 살아가다 의대를 포기하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으니 다른 고상한 이유는 차치하고 그 힘들다는 의대공부를 제대로 마치고 그보다 더 어려운 레지던시 과정도 잘 넘겨서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한 첫 단계가 섬기는 삶을 살아갈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어려운 공부를 내가 지금 왜 하고 있나?"라는 의문을 안고 우울증에 빠진 무기력한 모습의 의대생 자녀를 조만간 만나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연구실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모습은 멋져 보인다. 하얀 가운입고 유식한 사람들만 하는 그런 일을 한다는 사실에 만족감이 드는데 의대에 가려면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모두가 얘기하니 당연히 하고 싶다. 병원에 봉사가면 허드렛일만 시키는데 연구실에 가면 나도 박사가 된 기분이고 인류를 구할 발견이나 발명을 곧 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공명심도 든다. 거기에 쐐기를 박는 것이 바로 PI(Principal Investigator), 즉 해당 연구실의 책임교수가 논문에 저자로 이름을 올려준다는 언급이다. 열심히만 하면 제 1 저자가 될 기회도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업무만 충실히 해도 제 2 저자로 이름이 오르는 일은 당연한 것으로 보이니 가슴이 뛴다. 제 1 저자가 될 수 있다는 일은 생각만 해도 가슴 벅차 오르는 일인 점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일이므로 그럴 수만 있다면 수업을 빼먹고도 연구실에서 반복적이고 지루할 수도 있는 일에 목숨을 건다. 

 

여기까지는 그나마 일반적인 연구문화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악용한 PI들도 존재한다. 몇 시간 이상 랩에 나오면 제 2 저자로 등재를 개런티 해준다는 식으로 학생들의 시간을 확보하는 건 그나마 양심적이지만 필요할 때만 학생들을 무상으로 노동착취 하고 논문이 나갈 때는 저자로 이름을 안 올려주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제대로 노력하지 않은 학생을 금전 혹은 기타 이득을 취하며 저자로 이름을 올려주는 허접한 PI도 존재한다. 마치 연예기획사가 연습생들에게 연예계 데뷔를 미끼로 금품을 요구하거나 비정상적인 행태를 저지르는 것과 유사하게 논문저자가 되게 해준다는 미끼로 노동착취를 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해당 학생이 연구를 업으로 삼는 박사과정을 목표로 한다면, 의사가 될 학생들이 병원에서 허드렛일을 감당해 내는 것처럼 미래의 연구박사들은 연구실 허드렛일을 다른 학생들보다 더 감당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프리메드 학생들이 그럴 필요는 없다.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바란다.

 

연구도 중요한 항목이지만 정말 섬기는 삶을 살고자 하는지를 의료분야에서의 봉사를 통해 먼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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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윤  |  의대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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