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들의 의대/치대 진학

남경윤의 의대칼럼

성소수자들의 의대/치대 진학

관리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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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받은 성 소수자 학생의 의대 진학에 관한 질문은 필자로 하여금 미국 내 한인 학생들의 성 정체성 문제를 여러 한인 가정과 함께 고민해봐도 좋은 시기가 되었다는 생각을 하게끔 했


적어도 필자와 함께 노력해서 의대/치대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도 성 소수자들이 존재하며 필자가 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며 지도했는지를 좀 더 많은 한인 가정과 공유하여 현재 이 문제로 의대/치대 진학을 고민하는 가정이 있다면 직접적 도움을 주고, 혹시라도 향후에 이 문제가 불거질 가정에는 자녀가 성 정체성 문제로 고민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부모가 대처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학생이 성 소수자라고 해서 미국에서 의대나 치대에 진학하는 것이 어렵거나 특정한 제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는 성 소수자 차별에 대한 질문에 필자는 전혀 문제 없다라는 대답 대신 제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답하고 있는 점은 주지할 사항이다. 의대를 포함한 의료분야 전반에서 성 소수자들을 대하는 자세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보니 조심스러운 답을 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성 소수자를 표현할 때 SGM(Sexual and Gender Minority) 라는 포괄적인 표현과 LGBTQ+(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Queer or Questioning) 이라는 좀 더 구체적인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SGM 이라는 표현에서 말하듯 성적 취향과 성 정체성의 두 부분에서 대다수의 사람들과 다른 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성 소수자라고 분류한다. 성적 취향은 사랑을 느끼는 대상에 차이가 있는 경우로 보편적으로 이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동성에게만 느끼는 사람도 있고 이성과 동성 모두에게 느끼는 경우로 분류되므로 굳이 이 기준대로 표현하자면 이성애자라고 부를 수 있는 보편적 대중이 있고 동성애자 그리고 양성애자로 나뉜다.

 

이런 사랑을 느끼는 감정의 문제와 달리 본인 스스로가 본인의 생물학적 성별을 외형적인 구분과 다르게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이것이 성 정체성에 대한 문제이며 한인 가정에서 자녀를 키우며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은 경우이다. 필자가 지도한 성 소수자 학생들도 사랑할 대상을 고르는데 조금 다른 취향을 보이는 학생들이 아니라 본인의 생물학적 존재에 관한 고민을 하던 중이었거나 그 고민이 끝나고 스스로가 원하는 결정을 한 상태에 있던 학생들이었다. 물론 한인 학생들은 성적 취향에서 모두 보편적인 결정을 한다는 말을 전달하는 것은 아니며, 이 부분은 필자가 학생들에게 굳이 먼저 묻지는 않는 분야이므로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이다.

 

음악에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던 A학생을 처음 만났을 때 필자의 느낌은 생물학적 분류에 따르자면 남성으로 태어났다고 보기가 쉬웠지만 손에 예쁜 손수건을 들고 있었으므로 후천적 여성에 해당하는 학생이 아닌가 생각했다. 미팅이 시작된 지 약 3분만에 함께 자리하고 있던 A학생의 어머님이 자녀의 성 정체성에 대해 정확히 표현하며 이를 토대로 조언을 달라고 했으므로 편하고 정확한 조언을 줄 수 있던 자리였고, 자연스럽게 필자의 멘티로 등록을 하고 의대에 진학해 본인의 꿈을 이루어 가고 있는 중이다.

 

B학생은 운동을 잘 하게 생긴 체형과 아주 당돌한 표정을 하고 필자 앞에서 질문을 하고 있었고 B의 가족 3명은 조용히 B학생과 필자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대화 중 B의 누나가 하는 말에 필자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생물학적 여성으로 태어났던 B는 어린 시절 생물학적 남성으로 다시 태어난 경우였고, 신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 하는 필자로서는 적어도 눈앞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며 미래에 성소수자들을 적극적이며 공개적으로 돕는 의사가 되기를 꿈꾸는 한 한인 학생이 호르몬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병에 의해 평생 고생하지 않으며 살아가게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2017년 현재 미국에서도 성 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이는 의대생, 레지던시 과정에 있는 수련의들 및 의료 전문가 모두에게도 해당되는 통계로 기사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이 브라운 대학에는 크리스천 보다 게이가 더 많다고도 하지만 이게 현실은 아니어야만 한다고 필자 자신도 믿고 바라며 살아가다 보니 아직은 나와 다른 사람 혹은 나보다 불쌍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필자처럼 진보적 성향으로 젊은이들과 매일 대화하며 살아가는 기성세대도 이러하니 조금 덜 진보적인 성향의 일반적 한인 이민 가정에서 성 소수자 자녀를 대할 때 많이 당황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성 정체성의 문제는 자녀의 여러 조건 중 하나일 뿐이지 이 문제로 자녀의 인생 전체를 실패한 인생으로 볼 이유는 절대로 없다

 

특히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므로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사실을 잘 활용하면 성 소수자 학생들을 의대에 보내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면 다른 분야도 그러하겠지만 특히 의사로 살아가며 인류를 위해 살아간다는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 적어도 그런 사실을 공개하며 필자에게 자녀를 데려왔던 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은, ‘성 정체성 차이는 눈이 나빠 안경을 낀 정도의 분위기로 느끼게 해준 부모들의 사랑과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자녀들이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사회를 사랑할 줄 아는 성인으로 자라나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딸이 얼마 전 집에 데려온 남자친구가 건강하고 건전한 젊은 남자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의 한계인가 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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