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재수를 준비하다 마음이 흔들리는 자녀를 대하는 요령

남경윤의 의대칼럼

의대 재수를 준비하다 마음이 흔들리는 자녀를 대하는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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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도전은 항상 처음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한 번 겪었던 일이므로 요령이 생겨서 수월해져야 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인간은 심리적 요인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성향을 지녔으므로 스스로의 불안감이 이론적 이득보다 훨씬 더 큰 부정적 영향을 끼치곤 한다. 의대에 재수, 삼수, 사수 등 재도전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가장 큰 적은 불안감이다. 이번에도 안 되면 그동안 고생한 건 차치하고 헛된 도전에 낭비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먼저 학생을 괴롭히게 된다. 따라서 지금 하고 있는 재도전이 옳은 일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고민에 싸이게 되며 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마음은 찢어지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그 자녀가 고열에 시달릴 때 밤새 물수건을 머리에 올려주던 순간으로 돌아가게 된다. 아니 그 때는 물수건이라도 갈아주며 지켜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마음이 아리기만 하다고 많은 부모들이 고민을 토로해 온다. 의대 진학은 중간에 포기해도 상관없다. 특히 시간 투자 자체가 아깝다고 생각하는 자녀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본인이 왜 지난 도전에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고 그 원인을 상쇄시키는데 적합한 노력을 현재하고 있는지는 분석해 보고 최종결정을 내리는 것을 권하므로 원인분석 요령에 대해 함께 알아보고자 한다.

 

의대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의 지난 원서를 살펴보면 성적과 특별활동의 균형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적관리가 너무 안 되었지만 특별활동은 열심히 한 학생은 포스트 백 프로그램을 통해 성적 올리기에 일정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이런 학생들의 일반적 성향은 그저 MCAT 성적만 잘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MCAT 학원에 의존하게 되는데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초를 다지면 MCAT은 혼자 준비해도 상위권 성적을 받게 된다. 기초를 안 다지고 MCAT 학원에 목숨 건 학생들은 어차피 학부 성적이 안 좋아서 의대 진학의 확률이 떨어지게 되고 붙더라도 의대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특히 영어 독해력을 제대로 못 챙기고 의대에 진학하게 되면 의사면허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가 어려우므로 원하는 레지던시에 매칭되기 힘든 것은 당연하고 심한 경우에는 의대 중퇴생이 되는 경우에 속하게 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니 제발 부모라도 이 점을 반드시 인지하고 자녀에게 강요라도 해서 독해를 챙기고 의대에 진학하게 하자. 

 

다시 반복하지만 대학 성적이 안 좋은 학생이라면 재수강을 통한 학점관리가 선행되어야 하며 MCAT 고득점은 그 부산물로 따라오게 해야 한다. 기초가 약한 학생이 MCAT 학원에 열심히 다녀서 의대에 진학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마음가짐이다. 주변에서 그래도 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는 학생과 부모는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원칙을 무시한 개인과 사회가 건강하고 건전할 수 없다는 건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이제 알 때가 충분히 되지 않았는가? 성적이 안 좋았으면 재수강을 통해 그 과목을 마스터 하는 것이 정답이다. 그래야 그 다음 단계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다. 대학 성적이 뛰어나지 않으므로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얘기도 참 슬프게 들린다. 돌아가지 말고 정면돌파하자. 아니 부족한 것이 있으면 인정하고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자. 그게 정답이고 지름길이다.

 

성적관리는 잘 되었으나 특별활동이 부족한 경우라면 해결이 쉽다. 남은 시간을 병원 냄새 나는 곳에서 지내면 된다. 즉 환자들이 있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어떤 일이라도 좋으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스스로 그 순간이 너무 감사하고 더 많이 공부해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면 된다. 그 마음 그대로 원서를 준비하고 인터뷰를 하면 떨어지기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의사가 되겠다는 학생이 환자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의대 가기에 가장 좋은 준비과정이라는 말이 어려운가 보다. 대부분의 재수생들이 연구실에 앉아 있는 것이 참 기묘하다. 그래서 재수하고도 대부분은 떨어지는 통계가 나오게 된다. 

 

차라리 성적관리가 잘 된 학생이라면 연구 실적을 챙기는 것은 핵심은 아니지만 할 만한 일이 될 수는 있다. 문제는 성적관리도 제대로 안 된 학생이 랩 테크니션으로 근무하며 의대에 재도전 한다고 주말에도 실험실에 나가 최선을 다 해 벤치워크를 하고 있는 경우이다. 마치 내일이 시험인데 책은 안 보고 책상 정리만 열심히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핵심 파악을 제대로 못하므로 열심히 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것이다. 주방장이 되고 싶으면 주방에 있어야 하고 환자를 돌보는 삶을 살고 싶다면 환자와 함께 있어야 한다. 

재수가 아니라 삼수까지 혼자 하고 나서 필자를 찾아와도 본인이 하겠다는 마음가짐만 되어 있다면 의대 진학을 시키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 비결은 제대로 된 원인분석과 그에 따른 계획수립을 학생이 받아들여야만 멘토링 프로그램 가입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미련하게 열심히만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특히 한 번 이상 실패한 적이 있는 학생이라면 더더욱 현명한 시간활용을 하기 위해 원인분석이 가장 중요하다. 

 

오랫동안 유지해온 내 골프스윙도 내 체력이 달라졌으면 바뀌어야 한다. 프로들의 스윙이 아무리 멋있어도 내 체력과 체형에 맞는 골프스윙을 찾아서 하는 것이 행복한 골퍼가 되는 비결이듯 의대에 진학하는 것도 내 학습능력과 마음가짐에 따른 나만의 진학 준비가 필요하다. 재도전 하는 자녀에게 본인의 장단점을 적어보라고 하자. 그 목록에서 영어 독해력과 환자와 보낸 시간이 다른 요소들보다 뛰어난 순간이 왔다면 그때가 재도전할 시기이며 의대에 합격할 준비가 된 시기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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