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인 재수를 통한 의대 진학의 가능성

남경윤의 의대칼럼

전략적인 재수를 통한 의대 진학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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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의대에서 신입생 선발을 위한 인터뷰가 한창 진행 중인 9월이 되었는데 아직 아무 의대로부터도 인터뷰 초대를 받지 못한 학생들이 있다. 이런 경우 벌써부터, 재수를 해서 의대에 진학하는 가능성에 대해 문의를 해오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사실, 이번 사이클에 의대에 지원할 준비가 완벽하지 않았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단 지원은 했지만 시간이 가며 점점 불안한 마음이 커지는 학생들일 것이다. 첫 단추는 잘못 끼웠지만 오히려 다음 기회에 그나마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들이다. 이들은 지금부터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 나가면 되지만 처음부터 무모하게 지원을 한 학생들 중에 더 많은 학생들은 문제의식을 전혀 못 느끼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문제를 인지하는 순간이 너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모한 도전을 좋은 작전이라고 믿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주고자 한다.

 

한국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 재수를 통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던 부모라면 재수도 잘만 활용하면 생산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그때 그 경우에는 맞는 얘기이다. 고교 졸업반 학생들이 모두 대학에 지원하는 제도적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더 보완하여 재도전을 하면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가능했으니 종로학원에서 S대 K대 Y대에 몇 명이 진학했다는 광고 문구를 접하는 것은 익숙한 일이었다. 오히려 한 번 실패한 경험을 토대로 더 좋은 결과를 얻는 전략적인 재수를 거친 학생들의 무용담 역시 그리 생소하지 않은 이야기가 맞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의대에 진학하며 그런 전략적 재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 이유는 부모 세대에서 하던 재수와는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자녀들이 의대 입시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는 모든 프리메드 학생들이 제도적으로 의대 입시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첫 번째 다른 조건이고 이전에 의대에 지원했던 학생이 다시 의대에 지원하면 그 학생의 원서는 처음 지원하는 학생의 원서와 달리 더 신경 써서 검토한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인 문제점이다. 이 두 가지 사항은 이미 필자가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재도전을 통해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성공담을 소개하며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많은 가정에서 인지하고 있으리라 믿지만 학생들의 심리적 부담감을 너무 간과하고 있다는 점을 새로이 강조하고자 한다. 또한 그 심리적 부담감과 더불어 발생하는 시간적 불합리성도 함께 알아보자.

 

학생들의 심리를 최대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을 돕기 위해 중요한 날짜들을 언급하며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다. 2017년 6월 1일에 원서를 접수 받기 시작한 이번 사이클의 의대 입시는 2018년 8월에 의대에 입학할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이다. 2017년 9월 현재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은 의대 입시의 마지막 관문인 의대 인터뷰에 초대받아 참석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2017년 10월 15일부터 합격통보를 받을 것이며 이 과정은 2018년 3월까지 지속될 것이다. 대기자 명단에 오른 학생들은 2018년 5월에 가장 많이 합격통보를 받을 것이지만 2018년 8월 입학식을 며칠 앞둔 2018년 7월말이나 8월초에도 대기자 중 극소수의 학생들은 극적으로 합격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입시 형태는 매년 의대 입시에서 반복되는 일이므로 프리메드 학생들은 선배나 친구의 경우를 옆에서 지켜봐서 익숙한 일이다. 2017년 8월 첫 주에 대기자 명단에 있다가 합격통보를 받고 바로 다음 주부터 의대 생활을 시작한 학생도 실제로 있으니 이런 동화 같은 일이 사실인 것은 맞다. 

 

마치 우리 주변에 제법 큰 금액의 복권에 당첨된 지인이 존재하듯 말이다. 8월에 합격통보를 받는 일은 복권 맞는 일과 비슷하지만 5월에 합격하는 일은 그리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러다 보니 2017년 6월에 의대에 지원한 학생 중에 단 한 군데라도 의대 인터뷰에 다녀와 대기자 명단에 올라있게 될 학생이라면 2018년 5월에 어떤 심리상태에 있을지를 유추해 보자. 그때가 많은 대기자들이 합격통보를 받는 시점인 것이 사실이니 그 학생도 간절하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때가 바로 재도전할 학생들이 새롭게 제출할 원서를 마무리 했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2019년도 의대 신입생을 선발하기 위한 의대 입시가 해당 학생을 비롯한 온 가족이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는 그 때, 즉 2018년 6월에 다시 시작된다.

 

기다리는 동안 새로운 입시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면 되지 않느냐는 얘기는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이지 현실 세계에서 그리 강력하게 시행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의대에 불합격해서 재도전을 위해 필자를 찾아 도움을 청했던 그 많은 학생들 중에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던 학생은 극소수였다. 학생들이 바보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의대 입시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이 참 고단하고 힘든 시간이기 때문이다. MCAT을 다시 보는 것이 쉬운 일로 보인다면 너무 모르고 하는 생각이다. 의대 진학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그 많은 시간을 병원에 나가서 봉사하는 일이 날아갈 듯 즐겁지는 않을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거나 단점을 보완하는 것에 시간을 활용하기 보다는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재수생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은 하지만 그 마음을 이해는 한다. 이해하기 때문에 더욱 강조해서 말하고 싶다. 의대 진학을 죽어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라면 일 년 혹은 이 년을 더 투자해서라도 제대로 준비해서 도전하라고 말이다.

 

20대의 일년은 50대의 일년보다 10배는 긴 시간이란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정말로 의대 진학이 하고 싶다면 시간을 단축하며 잔재주를 부리기보다는 세상이 끝나는 듯한 심리적 고통을 참아가면서라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지원하길 바란다. 이렇게 한다면 재수생이든 삼수생이든 꼭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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