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의대에서 합격통지를 받은 경우의 대처 요령

남경윤의 의대칼럼

여러 의대에서 합격통지를 받은 경우의 대처 요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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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합격. 듣기만 해도 뿌듯해지는 단어다. 

 

모녀가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다 감사전화 드린다는 한 학부모의 떨리던 음성이 10년쯤 지난 지금도 귀에 선하다. 또한 혼자 준비하다 두 번이나 낙방하고 필자와 함께한 세 번째 도전에 성공했던 막내아들 일로 감사 인사를 오셨던 연세 많은 아버님이 그 당시 40대의 젊은 필자에게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절을 하는 덕에 어쩔 줄 몰랐던 순간도 영원히 잊지 못할 순간 중에 하나다.  뇌종양을 이겨낸 학생의 인간 승리 이야기도 그렇고 두 자리 지능의 학생이 합격한 순간 느꼈던 만감 등이 다 의대에 합격했다는 한 통의 이메일이나 한 통의 전화통화로 야기된 기쁜 순간들이다.

 

하지만 여러 의대에서 받은 합격통지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합격이 취소되는 황망한 경우를 피할 수 있을 테니 합격통지를 받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매년 10월 15일부터 진행되는 합격통지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는 이메일로 일단 알려주고 우편으로 모든 필요 서류들을 보내주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학생들의 핸드폰으로 직접 전화를 해서 알려주는 의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불합격 통지조차 안 해줄 정도로 불친절한 의대지만 합격한 학생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친절한 모습으로 대한다. 의대 간에 서로 모셔가려고 치열한 경쟁도 불사한다. 그 경쟁이 더 많은 장학금을 줄 테니 자기네 의대로 오라고 하는 행위로 연결되는 것이니 힘들게 노력한 보상이 되는 순간이 열심히 그리고 잘 살아온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물론 장학금 제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모두 노력한 대가를 받는 것이니 기뻐하고 축하하고 자랑스러워야 할 일이다. 아울러 일부 부모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의대에 진학하는 자녀가 안스러워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의대 이름보다는 어느 병원에서 수련을 했냐는 사실, 즉 레지던시 매칭이 더 중요한 일이니 일류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속상해 하지 말기를 당부한다. 오히려 그 에너지를 의대시절에 긍정적으로 잘 활용한다면 꼭 원하는 티칭 호스피탈에 매칭되어 레지던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메일로 우선 받고 추후에 우편으로 받게 될 합격통지서에서 강조하는 사항은, 합격통지를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고자 한다면 일정 기간내에 해당 의대에 진학하겠다는 서류를 학교로 보내 달라는 내용이다. Composite Response Form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진학의향서는 합격통지를 전달받는 시기에 따라 학교 측에 보내줘서 합격상황을 유지하는 기간이 각각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2주 내에 보내주면 된다. 입학에 임박해져 가면 일주일 내에 통보를 해줘야 할 때도 있으니 합격통지서에 적혀 있는 내용을 참고하면 되겠다. 

 

만일 기간내에 진학의향서를 의대 측에 보내주지 않는다면 해당 학생을 위해 준비되었던 합격생 자리는 다른 학생에게 주어질 것이니 날짜에 민감하게 행동해야 하겠으며, 모든 의대에 보낼 필요도 의미도 없다. 진학을 염두에 둘 의미가 있는 의대에만 보내면 된다. 

 

학생들은 진학의향을 밝히면 해당 의대에 꼭 진학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거나 확신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 그 시기를 놓치기도 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합격통보를 받고 학교 측에 긍정적인 통보를 해주는 것의 의미는 “내년 4월말까지 이 의대도 내가 진학할지 고민할 대상인 의대 중 한 곳으로 정했으니 내 최종결정을 기다리며 내 자리를 잘 유지하고 있어 달라.”는 통보를 하는 것이다. 의대도 잘 안다. 한 군데 의대에 합격한 학생이라면 다른 많은 의대에도 동시에 합격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므로 모든 의대에서 합격자 발표를 마치는 봄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 자리를 보존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만 일단 하면 된다. 최종적으로 진학할 의대는 합격한 의대별로 레지던시 매칭 전력을 감안한 학교 평판, 학비, 부모집과의 거리, 장학금 유무여부, 기후, 도시의 크기, 실습병원의 환자 구성요인 등을 포함한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보고 나서 4월말까지 한 군데를 결정하면 된다.

 

주립의대라면 해당 주민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를 제출하라고 할 것이고 아직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이라면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마지막 학기의 성적표를 포함한 최종 성적증명서를 제출해야만 한다는 점도 잊지 말자. 현재 학교에 재학하지 않는 학생이라면 다시 성적표를 보내라는 말이 아니니 무시해도 좋다. 혹시라도 음주운전이나 마약관련 사건 및 폭행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는 학생이라면 합격 후에 진행되는 범죄경력조회가 신경 쓰이겠지만 모든 처벌을 받고 요구되는 교육을 성실히 이수한 경우라면 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오히려 과거의 것보다 합격한 이 순간부터 발생할 사건에 대해 조심하기를 당부한다. 입학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아직 사건처리가 제대로 안 된 상태라면 입학이 취소되거나 유예될 수 있고, 입학이 허락되더라도 법정에 출두하거나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에 참석이 요구될 수 있으므로 의대학업과 병행하기 매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호사다마라는 표현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니 기쁠수록 처신에 각별히 유의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의대합격, 이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단지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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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윤  |  의대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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