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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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과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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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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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의 첫 소절이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흔들린다. 바람에 흔들리고 세월에 흔들리고 세상에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의미한다. 흔들리지 않는 것은 대부분 죽은 것들이다.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고목뿐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모두 근심 걱정을 이고 산다. 세상에 걱정 없는 사람은 없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의 걱정이 있고, 직장인은 직장인 나름의 걱정이 있다. 노인들은 노인들 나름의 걱정이 있다.

좋은 것이 계속돼도 걱정이고, 좋지 않은 것이 계속돼도 걱정이다. 그런 것이 사람의 삶이기 때문이다. 사람으로 살아가는 한 근심과 걱정, 흔들림을 피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공자 같은 성인도, 세상에 숨어 사는 범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2500년 전 어지러운 춘추시대를 살았던 공자도 수많은 고민을 했다. 무던히도 고민을 했을 것이다. 낮에는 밥도 먹지 못할 정도로 걱정을 했고, 밤을 뜬 눈으로 새울 만큼 깊은 고민을 했다. 2016년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걱정거리를 달고 산다. 한국에 살든 미국에 살든, 높은 곳에 살든 낮은 곳에 살든, 사람들의 고민과 걱정은 끊이질 않는다. 공자는 그 걱정거리를 어떻게 잠재웠을까? 어떻게 극복했을까? 어떤 특별한 방법을 사용했을까? 공자가 하루는 이렇게 그의 지난 일을 회상했다.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無益, 不如學也

자왈, 오상종일불식, 종야불침, 이사무익, 불여학야 (논어 위령공편 제30)

 

“내 일찍이 걱정거리가 있어,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밤새도록 잠도 못 자면서 어떻게 할까를 생각해 보았지만 별로 도움 되는 것이 없었다. 배움만 한 것이 없다.” 학생도 걱정거리가 많다. 학부모도 고민거리가 많다. 직장인도 걱정이 태산이다. 그것에 대한 2500년 전 공자의 대답은 명확했다. 배움만 한 것이 없다. 배워라! 배우라는 것이다. 고민할 시간에 공부하라는 말이다. 세상은 생각하는 대로 된다고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세상은 배운 대로 되는 것이다. 누구에게 배우고, 무엇을 배웠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배움()만한 것이 없다는 공자의 확신이다.

 

공자는 어려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사마천의 <사기>에 기록되어있다. 신분이 높은 것도 아니고, 가진 것도 별로 없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공자(Confucius)는 기원전 551, 춘추시대, ()나라 곡부(曲阜)에서 출생했다. 70세를 넘기는 아버지와 그의 세 번째 부인인 16세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공자는 머리통 모양이 언덕처럼 생겨 이름을 구()라 했다. 공자 나이 세 살 때 아버지가 죽었다. 아버지 집과 떨어져 어머니와 둘이 살았던 공자는 아버지의 죽음을 몰랐던 것은 어려서 당연했지만 성장을 하면서도 어머니는 아버지의 묘 조차 공자에게 가르쳐 주지 못할 형편이었다. 힘들고 어려운 어린 시절을 어머니와 함께 보내다 공자 나이 17세 때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났다.

사마천은 공자의 어린 시절을 두 글자로 표현했다. 빈천() 가난하고 천했다

 

공자의 초기 직업은 대부 계손씨 가문의 창고 회계를 업무를 하는 위리(委吏)였다. 그 후 가축을 기르는 축사 일을 하는 직리(職吏)로서 일했다. 결혼 후 일가를 이룬 가장으로 생업에 종사하면서 공자는 공부했다. 서자로 태어나 부친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불우한 유년기를 가진 그가 세상을 행해 일어설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나는 공부였을 것이다. 밑바닥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배움에 있었다. 학습(學習)에 있었다.

 

공자는 또한 논어 위령공편에서 유교무류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자왈, 유교무류 (子曰, 有敎無類)

 

공자가 말했다.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 가르침이 있으면 종류가 없다.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 공자는 북어포 10마리만 가져와도 예를 갖추면 가르쳤다. 제자가 노나라, 위나라, 진나라, 송나라 등 그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 가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 출신성분, 사회적 지위를 상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가르침이 있으면 종류가 없다. 배우면(有敎) 종류가 없어진다(無類). 구분이 없어진다. 교육을 받으면 모두 제구실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을 제대로 받으면 모두 훌륭하게 되어 구분이 없어진다는 말이다. 누구든 가르치기만 하면, 교육을 시킨다면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부자건 가난뱅이건, 동쪽에 살건 서쪽에 살건, 남자건 여자건 간에 훌륭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모두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서울에서 부산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기차나 버스로 가든 비행기를 타든 형편과 필요에 따라 선택을 하면 된다. 기차를 선택한 사람들은 기차 안에서, 비행기를 선택한 사람들은 비행기 안에서 모두 구분이 없어진다. 티켓을 내고 기차나 비행기에 오르면 모두 부산을 가게 된다. 그 안에서는 모두 무류(無類)의 승객이 된다. 하지만 그렇게 편하고 빠르게 부산을 가기 위해서는 비싼 유료(有料)손님이 되어야 한다.

 

동창이나 동문이 되면 구분이 없어진다. 한 식구처럼 이해가 되며 격이 없는 무류(無類)가 된다. 그러나 멋진 동창을 만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으로 그 학교에 입학을 하여 교육을 같이 받아야 한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머리를 싸매고 모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것이다. A 대학을 가면 A급 동창을 만들고, B대학을 가면 B급 동창을 만든다는 것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생들이 눈에 불을 키고 좋은 기업에 들어가려고 하는 것은 A기업에 들어가면 모두 A급 연봉을 받고 B기업에 들어가면 B급 연봉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르침 받는 것을 중단하면 더 이상 새로운 그룹에 들어가지 못한다. 학습하는 것을 중단하면 현재에 머물러있어야 한다. 필요한 것을 익히지 않는다면 기존의 방법을 그대로 따라야 한다. 가르침을 받지 않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후퇴가 된다. 다른 사람들은 걷는데 서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체가 아니라 결국 후퇴를 하게 되는 것이다. 2500년 전이나 2016년이나 마찬가지다.

 

불만족의 원인은 대개 무교(無敎)에서 시작된다. 졸업 후 더 이상의 교육이나 가르침을 멀리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업무를 학교에서 공부하듯 열심히 하는 직장인이 사실 드물다. 일을 처리하면서 경험으로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 체계적인 가르침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니 시간이 지나 경험은 늘어도 전문가가 되지 못하는 원인 또한 그것이다. 승진하여 과장 그룹에 들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부하고 연구하여 자신의 업무에 확실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 먼 미래를 위해서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간과한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일 그것이 유교(有敎)인 것이다. 배우지 않고 가르침을 받지 않고 스스로 똑똑해지는 경우는 없다. 멋진 그룹에 들고 싶다면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오랫동안 직장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배움에 인색해서는 어렵다. 과장 그룹에 들어가고 싶다면 승진 할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야 한다. 시간이 지난다고 자동으로 과장으로 승진을 시켜주는 그런 기업은 거의 없다. 한 차원 다른 그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 맞는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투자 공부에서 손을 놓는 순간 미래는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2500년 전 공자는 배움과 가르침을 강조했다. 그것은 2500년이 지난 2016년에도 틀리지 않는다. 배움만큼 변화하고 가르침만큼 성장한다. 한 계단을 올라가기 위해선 그 계단만큼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 유아교육도 학교교육도 성인교육도 평생교육도 다 마찬가지다. 배움에 나이가 기준이 되지 않는다. 배움에 지역이 기준이 되지 않는다. 배움과 가르침이 세상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2500년 동안 변치 않는 기준이 바로 그것이다.

 

 

 

최종엽 – ‘카이로스 경영연구소’ 대표

www.timedesign.co.kr / ceo@jobsolution.co.kr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12-02 06:32:14 최종엽의 교육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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