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된 칼럼

군자불기(君子不器)와 맨 정신

관리자 0 670 2017.03.02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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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들 수 있다. 사서는 논어, 맹자, 중용, 대학을 이르고, 삼경은 시경, 서경, 역경을 말한다. 그중 논어(論語)는 2500년 전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나누었던 대화를 공자 사후에 제자들이 모여 엮은 책이다. 논어는 498개의 어구로 구성되어있다. 오늘은 논어(論語) 498장중에서 위정(爲政)편에 나오는 ‘군자불기(君子不器)’ 라는 가장 짧은 어구를 하나 소개한다.

 

군자불기(君子不器). 얼핏 보면 천자문에 등장하는 사자성어처럼 보이나 이는 당당히 논어에 올라와 있는 공자님의 말씀이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라는 말이다. 군자는 그릇일 것 같은데 그릇이 아니라고 하니 얼핏 보면 그 속뜻을 알듯 말듯하다.

 

그릇(器)을 해석하기 전에 먼저 군자(君子)는 어떤 사람일까? 2500년 전에 말하는 군자는 성인군자의 그 군자이겠지만 요즘으로 치면 어떤 사람을 군자라고 불러야 적당할까? 논어는 동양인들만 읽는 고전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서양인들도 즐겨 읽는 고전으로 자리매김 했는데 영어로는 군자를 신사(Gentleman)로 번역했다. 영어권에서는 군자를 신사 정도로 본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미로 보면 과히 어긋난 것 같지는 않다. 젠틀맨도 그럴듯하지만 군자를 ‘리더’로 부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군자불기(君子不器). 리더는 그릇이 아니다. 리더는 그 쓰임새가 한정된 그릇과 같은 존재가 아니다. 리더는 변화하는 사람,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군자를 변화해 나가는 사람으로 정의한 것이다. 정체된 사람이 아닌 늘 변화를 주도하고 시도하는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릇은 그 쓰임새가 한정적이다. 한번 만들어진 그릇은 그 그릇이 없어질 때까지 한 가지 용도로 쓰이다 사라진다. 군자는 리더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늘 변화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변화해 나가는 사람으로, 배움으로써 변화를 주도해 나가는 변화주도자가 리더라는 의미다.

 

3년 전과 현재가 동일하다면 그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이끌고 나가는 리더가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이끌려 나가는 따라가는 사람일 뿐이다. 1년 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비슷하다면 그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좀 더 심하게 이야기 하면 3개월 전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동일하다면 그 사람은 리더가 아니다.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 변화를 만들어 내는 사람, 발전하고 개선하는 모습을 보이는 사람, 노력하는 사람이 군자며 리더라는 말이다.

 

이번에는 그릇을 나타내는 한자인 그릇 기(器)자를 자세히 보자. 이 한자를 자세히 보면 변화하는 리더의 모습이 쉽게 그려진다. 기(器)에는 그릇과 모양이 비슷한 口가 4개나 들어 있다. 이 세상을 살면서 인생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4번 이상 탈바꿈을 해 나가는 사람, 리더는 4가지의 큰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는 것 같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모두 최소한 4번의 기회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의 변화로 지속되는 발전은 없기 때문에 변화에 변화를 하고 그 변화의 기반에서 또 다른 시도를 하면서 변화를 지속하는 것이라는 지혜가 들어있다. 

 

그 첫 번째 그릇은 언제 만들어 지는가? 그것은 태어나 25세 까지다. 사람들은 첫 번째 그릇을 다른 이들보다 빨리 만들고 크게 만들고,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싶어 한다. 그 누구보다도 빨리 성공하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도 시험에서도 경쟁에서도 이기고 싶어 한다. 

그러나 중국 송나라 유학자였던 정이는 ‘소년등과일불행(少年登科 一不幸)’ 이라는 말을 했다. 세상에는 세 가지 큰 불행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 어린 나이에 하는 과거급제’라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원하던 젊어서의 성공이나 출세를 첫 번째 불행이라고 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니체의 말을 들어보면 바로 이해가 간다. ‘너무 이른 성공은 위험하다. 너무 어릴 때 성공하여 추앙을 받으면, 그 사람은 오만과 같은 삐뚤어진 감각에 사로잡혀 동년배의 사람이나 차근차근 노력해 가는 사람에 대한 외경을 완전히 잊어버리고 만다.’

 

그 두 번째 그릇은 언제 만들어지는가? 25세에서 50세까지가 두 번째 그릇을 만들어 가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어느 지역, 어느 학교, 어떤 전공을 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회사에 입사했는지 혹은 어떤 직업을 잡았는지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그릇은 두 번째 룰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목표나 꿈의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노력을 한다면 이 인생의 2Q에서 멋진 그릇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 주위에는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인생의 2Q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인생의 세 번째 그릇은 51세부터 75세까지 만들어 진다. 인생의 전반전과는 또 다른 룰이 적용되는 세 번째 인생의 기회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의미 있는 그릇을 만들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생의 전반전과는 전혀 다른 인생의 3Q를 만들어 간다. 인생의 가을에 만개하는 성공은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일인가. 인생의 전반전이 흡족하든 아쉽든지 간에 다시 한 번 변화하고 도전할 수 있는 군자불기(君子不器)의 마음이 있다면 또 한 번의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인생 마지막 그릇의 완성은 100세에 이루어진다. 2035년도가 되면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100세가 되는 호모헌드래드(Homo hundred) 시대라고 한다. 인생의 4Q가 어쩌면 진짜 인생일 수 있다. 60대 초반에 정년퇴직을 한 어떤 사람이 90세까지 살았다. 그가 90세 생일에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정년퇴직을 한 후 30년이나 더 살 것이라 생각했으면 아무런 목표도 없이 이렇게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그릇 기(器)자에는 큰 대(大) 자가 가운데 들어 있다. 그렇게 4번의 변화를 성공적으로 만들어 가면 큰(大) 리더가 되고, 큰 그릇이 된다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첫 번째 그릇(口)을 만들고, 또 다른 그릇(口)에 도전하여 새로운 그릇(口)을 만들어 낸다면 결국 큰(大) 리더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들어있는 것이 그릇 기(器)자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器자에는 대(大)자가 아니라 개견(犬)자가 들어 있다. 왜 그랬을까? 리더와 그릇을 이야기하다 왜 갑자기 개가 나왔을까? 大(대)와 犬(견)의 차이는 점 하나에 있다. 아무리 그릇을 잘 만들어 간다 해도 어느 일순간 오점을 남기면, 大(대)가 犬(견)으로 바뀐다는 것이 아닐까? 인생의 오점은 공든 탑을 무너트린다. 다된 밥에 코 빠트리는 격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러니 그릇을 만들 때도 만드는 중에도 만든 후에도 이 하나의 오점을 조심하라는 경고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부하 직원을 10명, 100명 데리고 있어야만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가정에서는 가장이 리더요, 혼자 있을 때는 혼자도 셀프리더다. 리더는 그릇을 키워가고 그릇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변화에 변화를 통해 리더가 되며, 변신에 변신을 통해 리더로 성장한다. 4번의 변화를 통해 군자가 되고 리더가 된다. 하나는 나 자신을 위한 변화요, 두 번째는 가족을 위한 변화며, 세 번째는 사회를 위한 변화요, 네 번째는 국가를 위한 변화다. 

 

군자불기(君子不器)에는 Change (변화)의 뜻이 들어있다.  단어구성으로 보면 Change(변화)는 Chance(기회)와 가장 가까운 단어다. g를 c로 글자 하나만 살짝 바꾸면 된다. 그러니 변화(Change)와 기회(Chance)는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인 것이다. 기회를 잡고 싶으면 변화를 해야 하고, 변화를 하는 것이 기회를 잡는 지름길이다. Change=Chance라는 것을 2500년 전 공자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군자불기는 변화를 의미하는데 사실 변화는 쉽지 않다. 생각대로 된다면 이 세상 그 무엇인들 어려웠겠는가. ‘변화는 맨 정신으로 하자’는 생각이 든다. 맨 정신의 ‘맨=MEN’을 의미한다. MEN은 Me, Easy, Now를 뜻한다.  

 

Me는 ‘나부터 변하자’를 의미한다. 남을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게 마음처럼 되질 않는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남을 바라보고 남을 탓하면서 변하기를 기다려 봐야 절대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먼저 변화기를 선택하는 것이다. 내가 변하면 그도 변한다.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 내가 변하면 가족이 변하고, 내가 변하면 친구가 변하고, 내가 변하면 동료와 부하가 변하고 상사가 변한다. 그러면 결국 조직도 변하게 되어있다.

 

Easy는 ‘쉬운 것부터 변화를 하자’는 것이다. 처음부터 어려운 과제를 선택하면 끝까지 풀기가 어렵다. 어려우면 그만큼 포기는 쉬워지고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이왕 하는 것인데 폼 나는 것부터 멋지게 해치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기는 하지만 변화는 그렇지 않다. 손에 잡히는 것부터 하기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하나씩 시도를 해보는 것이다.

 

Now는 ‘지금부터 바로 변화를 하자’는 것이다. 내일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해야지 하는 것치고, 마음대로 되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노트에 적어 놓았다가 다음에 해야지 하는 것치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별로 없다. 변화는 특히 더 그렇다. 그러니 쉬운 것부터 내가 바로 할 수 있는 것부터 맨 정신으로 시작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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