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ionship(관계)은 꼭 두 사람 이상이어야만 성립이 되는 것일까? 두 종류 이상의 인간 관계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

아이들은 얼굴 책을 만들기 위해 우선 선택을 해야 한다.  한 장의 종이를 접어 오려 페이지를 나누면 책 한 권에 세 사람의 입체적 얼굴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과거, 현재, 미래의 자신 모습을 선택할지, 세 명의 친한 친구를 소개할지, 자신을 포함한 아니면 제외한 가족 구성원을 그릴지, 만나고 싶은, 되고 싶은, 좋아하는 인물들을 표현해 볼지를 결정해야 한다. 대체로 어린 아이들일수록 친구와 가족을, 고학년일수록 본인 또는 만나고 싶은 인물을 선택한다. 그만큼 자아의 성장에 영향이 있는 듯 하다.

책을 만들기 전에는 항상 초고를 쓰거나 그린다. 충분한 생각을 대화를 통해 정리하면서 글과 그림을 스케치 해 보는 것이다. 본인에 대해서, 친구나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면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다. 과거를 기억해야 하고, 지금 내 모습을 들여다 봐야 하며, 미래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 서슴없이 말 할 수 있으면 좋다. 친구가 많다면 세 명을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 그 친구를 선택했는지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도 생각해야 하며, 얼굴에 점이 있었나? 하는 것까지 자세히 기억해야 한다.

만만하면서도 적나라 한 게 가족이다. 아이들의 가족에 대한 표현은 무척 명쾌하면서 정곡을 찌르기도 한다. 그런 직관적 표현들을 좀더 정리된 논리적 표현들로 다듬는 과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만나고 싶거나 좋아하는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어느 정도 자아 인지가 되어야 하고, 주변 인물과의 관계 형성보다 더 추상적이므로 어린아이들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브레인스토밍식의 러프한 스케치 과정을 거친 후에는 한 사람씩 그림을 그려 본다. 거울을 사용하기도 하고, 옆 친구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수정하기도 하며, 표현을 더욱 자세히 하기 위해 사진을 가져 오기도 한다.

세 사람의 얼굴을 그린 후 걸 맞는 글로 표현할 때는,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한다. 산문 형식의 문장으로, 시적인 운율로, 아님 분류 기준에 의한 챠트식으로 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야 긴 문장의 글을 권유하지만 글쓰기를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은 나이, 키, 성격, 좋아하는 음식 등 분류 기준을 정해 챠트로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해 본다. 되도록이면 자세하고 세분화된 분류 기준을 생각하게끔 유도한다.

얼굴이 모두 완성되면 앞 페이지의 표지에 쓸 제목을 정해야 한다. 

내용에 맞게 I Love My Friends, My Timeline, About My Naughty Brothers, 등등 내용이 요약된 단어를 선택해야 하며, 어린아이들이라면 '제목을 포함한 모든 책의 내용'을 한 단어로 적어 본다. 물론 아이들은 written by 누구누구, illustrated by 누구누구라고 본인 이름 쓰는 것을 제일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결코 빠뜨리지 않는다. 출판사 명과 가격을 본인 맘대로 정해 적어 놓는 재미도 가져 본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습득하지만 역시 그 가운데 가장 크게 습득하게 되는 “나”와 “너”의 관계 형성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어른들도 이 작업을 자가 치료 차원으로 사용해 보기를 꼭 추천 하고 싶다. 

  김경희: abgo.edu@gmail.com

vol.69-0506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