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으로 보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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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으로 보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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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으로 보는 음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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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심야 영화를 가족과 함께 보게 되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곡성을 말이다. 프리뷰도 안 보고, 그 어떠한 기사도 읽지 않고 raw한 상태에서 영화를 관람하였다. 감독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크게 넘지 않는 적당한 진행과, 배우들의 열연, 그리고 영화 마지막에 오는 의미 심장한 결말은 내게 많은 감동을 주었다. 어쩌면 최근 본 영화 중 내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화일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마지막에서는 인간의 믿음과 의심 그 사이가 종이 한 장 차이 밖에 안 된다는 걸 보여 주는 것 같았다. 믿음이 의심으로 변하기 시작하면 겉잡을 수 없이 깊은 심연에 빠지게 되는 세상의 선 과 악을 확연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음악을 하면서 가장 힘든 부분이 바로, 시간 활용과 믿음에 관한 이 두 가지이다.

정해진 시간에 음악을 한다고 하여도, 풍부한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게 되면 좋은 음악을 내놓을 수 없다. 심지어 이 반복되는 어중간한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그 끝에선 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잃을 때도 있고, '내가 과연 재능이 있나'와 같은 생각으로 자신을 의심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다.

 

의심이 시작되면 손은 굳고, 자신감이 떨어지며 좋은 음악은 머리에 그려지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계속 그 어둠에 갇힌 밤을 보내게 되고 그 밤은 내가 미리 계획해놓은 시간을 부서뜨리게 된다. 반복의 반복이다.

 

사실, 곡성 영화를 보면서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처음 생각한 길이 대부분 맞다. 주저하지 말고 처음 그대로 달리면 된다

 

내 노래의 탄생의 순간을 보면 대부분 오랫동안 고민하지 않고 쉽고 간단하게 즉흥적으로 나온 멜로디가 늘 좋았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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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끝에서는 '처음 믿음 그대로 달려 나간다면 해피엔딩인데 왜 의심하는가'의 교훈을 남기며 내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우린 매 순간 걱정과, 예상을 하는 습관 때문에 좀 더 과감한 자신의 모습을 나타내지 못하고 소심해질 때가 많다. 음악 역시, '이게 좋을까? 이게 맞는가?'의 의심보다는 대범하게 거리낌없이 음악을 할 때, 아이처럼 순수하고 심플한 음악이 나온다.

 

영화에서처럼 음악에서처럼 오늘 하루, 내일, 앞으로 남은 그 날 동안만은 최대한 간결하고 생각하고, 심플하게 음악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해 준 영화였다



 Francis Kim | EEI NExtGen Director

 323-868-3669 / eeimastar@gmail.com


Vol.73-05312016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1-25 07:10:01 EEI 실용음악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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