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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화

관리자 0 1,069 2016.11.01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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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는 렘브란트, 몬드리안과 함께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3대 화가이자 서양 미술사상 가장 위대한 화가중의 한 사람이며, 온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가장 열광하는 작품들을 그린 화가입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지대한 관심에 비해 빈센트 반 고흐만큼 모질고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이도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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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한적한 마을의 독실한 기독교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목회자에 뜻을 두었고 그 열정을 지지한 그의 부친은 암스테르담의 한 신학교로 빈센트를 진학시키려 합니다. 하지만 시험에 떨어지고 만 빈센트는 벨기에의 탄광촌에 들어가 전도사역을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빈센트는 오두막의 지푸라기에서 숙식하며 목회자의 권위에 대항합니다. 그리고 빈센트는 고용주들의 착취를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설교를 했습니다. 그의 초창기 작품인 '감자 먹는 사람들'은 이때 만났던 이들을 염두해 두고 그려진 것으로 봅니다. 이런 그를 못마땅해 하던 아버지는 빈센트를 정신병원에 집어 넣어 치료받게 하려고 합니다.

 


 
1880년 고향에 돌아온 그는 우애 깊은 동생 테오의 제안에 따라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중 7살 많은 사촌 케이 보스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끝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고 그의 가족들조차 심하게 반대하자 고향을 떠나 술과 매춘으로 방탕한 삶을 살아갑니다. 그 때 만난 매춘부에게서 자식을 낳게 되고 그녀와 결혼할 것을 생각하지만 아버지의 엄격한 반대로 결국 이들은 헤어지게 됩니다. 1885년 암스테르담의 한 미술학교에 등록하지만 얼마안가 퇴학을 당하고 맙니다. 이때 정신장애로 인한 고통을 소용돌이와 원색의 노란색으로 표현하여 <프로방스 시골길의 하늘 풍경>, <별이 빛나는 밤>, <해바라기>등의 걸작들을 그렸습니다. 1888년 그는 아를의 사창가에 있는 매춘부에게 자신의 왼쪽 귀 조각을 건넸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아를의 주민들은 그를 '미친 네델란드 사내'라고 하며 그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강요했습니다. 이후 정신병원 신세를 지던 빈센트 반 고흐는 1890, 자신의 가슴팍에 총을 쏘았고 37세의 나이에 끝내 목숨을 거뒀습니다. 그가 남긴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은 37년이라는 짧은 생애에서 그가 자살을 감행하기 전의 단지 10년 동안에 모두 만들어 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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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오늘 소개해드릴 작품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성경이 있는 정물입니다.

1885 3월 뇌졸중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6개월 후인 1885 10월에 그려진 이 작품에는 아버지의 성경책이 정면에 크고 반듯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못했던 그는 이 작품으로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을 전달하려고 했는지도 모릅니다. 혹은 깊은 신앙심을 표현하려 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 그림은 빈센트가 목사였던 그의 아버지를 추도하기 위한 그림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그러나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아버지의 큰 성경책 앞에 대조적으로 놓여있는 오래 읽어 낡아버린 작은 책자가 눈에 띕니다. 그리고 촛대위의 초는 불을 밝히 않은채 어둡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빈센트는 이 그림 속에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화면 중앙에 커다란 성경은 구약 고난 받는 종의 이야기를 다룬 이사야서 53장을 지시하고 있습니다. 그 아래 낡은 책은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삶의 기쁨 (La joie de vivre)'이란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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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폴린은 돌아가신 부모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고 먼 친척집에 맡겨집니다. 친척집의 아들인 라자르가 무모한 사업을 계속 벌이면서 생활비까지 폴린의 유산을 쓰게 되자, 폴린의 돈을 계속해서 쓸 명분을 찾기 위해 라자르를 폴린과 약혼시키기에 이릅니다. 결국 라자르와 그 친척들은 폴린의 돈을 탕진하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리지만 폴린은 끝까지 불평하지 않고 라자르에 대한 사랑을 지킵니다.

 

소설에서 폴린은 과도하게 이상적이고 천사같은 인물로 나옵니다. 만일 에밀 졸라의 폴린을 이사야서의 고난 받는 그리스도와 동일하게 취급하려고 했다면 우리는 이 그림을 그린 빈센트의 의도가 단순히 아버지에 대한 애도의 뜻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에밀졸라의 소설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힘만으로도 충분히 선할 수 있다는 인본주의적 믿음을 바탕으로 쓰여졌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만물의 중심이며 자유의지와 계획대로 모든 역사와 사물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책의 사상은 아버지의 신본주의적 믿음에 철저히 대항하는 것으로써, 아버지의 성경 바로 아래 수도 없이 읽어 겉이 닳아 없어진 에밀 졸라의 삶의 기쁨을 그려 넣었다는 것은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반발심이라고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평소 아버지는 빈센트가 에밀 졸라를 좋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고 그 때문에 둘은 자주 언쟁을 벌였다고 합니다아버지의 성경 앞에 일부러 아버지가 싫어하는 에밀 졸라의 책을 그려 넣은 그의 의도는 어쩌면 아버지와의 헤어짐이 아닌,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신념, 신앙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성경 뒤에 세워진 촛대의 꺼진 불은 어떤가요

촛불은 그 자체로 하나의 빛인 동시에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메신저입니다. 그런데 어두운 배경 속에서 빛을 발하지 않고 있는 불 꺼진 촛대를 그려 넣었다는 것은 아버지의 부재, 죽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동시에 빈센트의 삶이 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 꺼진 불꽃과 같이 정적과 허무한 삶의 그림자 밖에 남지 않았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이후 그가 삶으로부터 겪게 되는 정신적 고통과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갈무리했다는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짧은 평

빈센트 반 고흐의 삶은 살아생전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던 삶이었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고독 때문에 힘겨워했고 특히 그의 아버지에게서는 늘 꾸지람과 멸시를 받았습니다. 정신병원에 자신을 집어 넣으려고 하고,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마음을 무참히 짓밟았던 아버지 대한 반발심이 그림으로 발로되었다는 의견에 공감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빈센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2년 동안 집을 떠나 살았습니다. 전도사로도 실패한데다 창녀와 함께 살다가 돌아온 그를 가족들은 따뜻하게 대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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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다

 

테오에게 

아버지나 어머니가 본능적으로(의식적으로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은 덩치가 크고, 털이 많으며, 집안에 지저분한 발을 하고 드나드는 개를 집에 두기 망설이는 것처럼 나를 집에 들이는 걸 꺼려한다. 그래, 그 개는 모든 사람들에게 걸리적거리고 짖는 소리도 아주 큰 불결한 짐승이다.

 

그래도 좋다. 그러나 그 짐승은 사람의 내력이 있고 사람의 영혼이 있다. 게다가 다른 개와는 달리 아주 예민해서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내가 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가족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한다. 이 집은 나에게는 너무 과분하고 가족들도(그리 예민하지는 않지만) 굉장히 세련된 사람들이다. 그들이 개를 계속 집에 두는 이유는 그 개가 좋아서가 아니라 그저 억지로 참고 있을 뿐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개는 다른 곳에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려 한다.

 

이 개는 한때 아버지의 아들이었지만, 그를 길거리로 내쫓은 분은 아버지다. 너무 오랫동안 쫓겨나 있던 개는 더 사나워졌다. 그러나 아버지는 몇 년 전에 있었던 그 일을 잊었고, 한번도 부자관계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는 것이 낫겠다.

 

개는 사람을 물 수도 있고 광견병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러면 경찰은 그 개를 쫓아가 총으로 쏘아 버리겠지. , 이 모든 것은 완벽하게 진실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 개를 집 지키는 개로 삼고 키울 수도 있을 텐데, 그들은 이곳이 평화롭고 어떤 위험도 없는 곳이니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 이상 그런 생각은 하지 않겠다.

 

개는 이곳에 돌아온 걸 후회한다. 그들이 친절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황야를 떠돌 때도 이 집에서처럼 외롭지는 않았다. 불쌍한 짐승이 돌아온 것은 생각이 모자란 탓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다시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 1883   12   15

 

 

그는 1872 8월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동생 테오와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는 무려 668통이나 된다고 합니다. 테오는 빈센트에게 동생이자 친구이며 후원자였고 동반자였습니다. 테오에게 보낸 빈센트의 편지에는 그의 처지와 심정이 매우 솔직하게 씌어있으며, 그의 복잡한 내면과 힘겨운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편지는 책으로도 출판되어 있으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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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에서 성경을 비추는 촛불은 꺼져 있습니다. 촛대의 불이 꺼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삶의 기쁨’을 넣은 의도는 무엇일까요? 펼쳐진 성경의 글자는 왜 아무것도 안보이게 했을까요? 굳이 이 그림에서 빈센트 반 고흐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아마도 이제는 촛불을 끄고 진정한 '삶의 기쁨'을 찾아 떠나려 한 것은 아닐까요.

 

'별이 빛나는 밤에'라든가 '해바라기' 와 같은 고흐의 유명한 작품들에 비해 '성경이 있는 정물화'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은 편입니다. 어쩌면 이 그림에 대한 해석이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러한 해석을 통해서 그가 받았던 정신적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지독한 가난과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과 발작, 요절이라는 극적인 37의 삶 동안 그가 남긴 강렬한 예술작품이 얼마나 진지하고 치열한 고뇌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인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신디배 기자

Vol.39-0918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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