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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금지! 이 책은 위험하다. 금서, 불온서적의 역사

관리자 0 462 2017.07.29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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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태워라!

독일 작가 브레히트가 쓴 ‘분서(焚書)’라는 시가 있다. 분서명단에서 자신의 책이 빠진 것에 실망하여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라고 호소하는 시다. 히틀러의 분서 소동을 조롱한 것이다. 1935년 5월 베를린 대학 광장에서 토마스 만, 레마르크, 앙드레 지드, 에밀 졸라, 웰스, 프로이트, 마르셀 프루스트, 아인슈타인, 마르크스의 책들이 ‘퇴폐적 저술’이라고 낙인찍혀 불탔다. 무려 131명이나 되는 저작자의 책들이 불에 타 사라졌는데, 그 명단을 보면 카프카, 츠바이크, 호프만스탈과 같은 작가, 후설, 카시러, 마르틴 부버와 같은 철학자들도 있었다. 그랬으니 그 명단에서 빠진 ‘양심적인 작가들’은  씁쓸할 수 밖에. 그래서 브레히트는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 / 그렇게 해다오! 나의 책을 남겨놓지 말아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 언제나 나는 진실만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이제 와서 / 너희들이 나를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까닭이 무엇이냐! / 나는 너희들에게 명령한다 /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라고 목소리를 높힌것이다.

 

책을 태운걸로 유명한 사람이 한사람 더 있다. 중국 최초의 황제였던 진(秦)나라 시황제(始皇帝)다. 

‘사기 시황본기(始皇本紀)’에 이렇게 적혀 있다. “사관이 기록한 것으로는 진나라에 관한 것 외에는 모조리 태워 없앤다. 시서, 백가의 저서를 소지하고 있는 자가 있다면 군수에게 제출시켜 태워 없앤다. 다만 박사가 직무상 소지하고 있는 것은 예외에 둔다. 감히 시서에 대하여 논의하는 자가 있으면 사형에 처한다. 옛날의 예를 들어 현대를 비판하는 자는 일족을 몰살하는 형에 처한다. 위반자를 알면서도 방치하는 관리는 같은 죄로 처리한다.” 

진시황은 진나라 역사를 기술한 책을 빼고 그 밖의 천하의 서적을 불태우고, 유학자 460명을 붙잡아 들여 생매장을 시킨다. 그 유명한 분서갱유(焚書坑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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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자주 불태워진 것은 그것이 불에 타기 좋은 종이라는 재료로 만들어진 탓도 있지만,  그 종이 위에 세상을 바꿀만큼 위험한 지식과 사상이 적혀 있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세상이 바뀌는 것을 가장 두려워 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이념과 사상을 독점하고 통제하며 권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권력자들은 국가의 안위를 위협한다고, 혹은 사회의 미풍양속을 거스른다고 낙인을 찍어 금서를 만든다. 금서가 되는 것은 대략 다음 네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많은 책이 정치적 이유에서 금서가 됐다. 이른바 정치적 검열이다. 독일의 나치 정권이 그랬고, 소련의 스탈린 공산정권이 그랬고, 박정희의 유신체제가 그랬다. 그들은 권력의 안위에 위험이 될 만한 사상이나 정보, 생각과 의견이 널리 퍼지는 걸 막기 위해 책들을 검열하고 책 만드는 사람을 억누른다. 그 뒤를 잇는 게 종교적 검열이다. 이단이라고 불리는 것들, 소수자들이 믿고 따르는 종교 경전들이 금서가 됐다. 그 다음은 ‘외설’과 ‘음란물’로 규정된 책들이다. D.H. 로렌스의 ‘채털리 부인의 사랑’,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 장정일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등이 이에 해당한다. 끝으로 사회의 풍속과 통념에 반하는 책들이 검열을 당하고 금서의 운명에 처하게 된다. ‘표현, 인종 문제, 약물 사용, 사회 계층, 성 정체성 등 독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여긴 여러 가지 사회적 견해 차이 때문에 검열’당한다.

‘성서’와 ‘코란’도 한때는 금서였다. ‘성서’는 중세의 영국과 스페인에서 금지되고, 20세기에는 공산주의 국가들에서 금지됐다. 

지금은 널리 읽히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 조지 오웰의 ‘1984’, 몽테뉴의 ‘수상록’,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도 금서였다. 금서는 역설적으로 그 사회의 정치사상의 자유의 수준을 드러낸다. 나쁜 권력일수록 금서를 양산한다. 그러니까 금서목록이 길면 길수록 그 시대는 사상의 자유가 그만큼 없음을 뜻하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검열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지식과 정보가 권력을 유지하는 주요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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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거울

가장 유명한 금서 목록에는 중세부터 교황청이 지정한 금서목록이 있다. 교황청의 금서 지정이 중세에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1559년 교황청이 금서목록을 발표한 이래로 금서 지정은 계속 있어 왔다. 18세기에는 카사노바의 ‘회상록’, 마담 드 스탈의 ‘코린느’ 등이 대표적이고, 19세기에는 ‘채털리부인의 사랑’, ‘보바리 부인’, ‘율리시스’ 등도 교황청 금서 목록에 포함되었다.

교황청 금서 목록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다. 그 외에도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단테의 ‘신곡’,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등 지금은 서양 과학과 철학의 경전이 된 수많은 책들이 출간 당시에는 금서이자 사회에 혼란을 일으키는 불온 도서였다. 그래서 “서양철학을 알려면 교황청의 금서목록을 읽어라”라는 말도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조체제를 위협하는 내용을 담은 서적이 금서가 됐다. 역성혁명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금서가 된 ‘정감록’이 대표적이다. 국가이념이었던 유교 외의 사상을 철저히 배척했던 조선 건국 초기에는 도교 관련 서적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도교사상이 사회적 혼란이나 천재지변을 왕조교체와 결부시키고 있어 정치적으로 변란에 이용될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 조선 후기와 말기에는 평등사상 등 지배체제에 위협이 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성찰긔략』 등의 천주교 서적과 『용담유사』 등의 동학 서적이 탄압을 받았다.

 


 

 

권력에 도전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정당한 권리를 찾자는 내용의 책들이 금서나 불온도서로 지정되는 경우도 많았다. 

1980년대 군사독재가 삼엄할 때는 책을 소지한 것이 곧 죄가 되기도 했다. 존 로크의 ‘시민정부론’은 내란음모의 이론적 근거라는 이유로, 막스 베버의 ‘사회과학방법론’은 사회주의 이념이라는 이유로, 루소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불온성이 넘친다는 이유로 그 책의 소지자와 독자들을 잡아다 고문하기도 했다.

 

2008년 한국 국방부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23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그 기준이 논란이 되었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대한민국사’,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 이미 베스트셀러로 많은 국민들이 읽은 책을 ‘북한 찬양’, ‘반정부 반미’, ‘반자본주의’ 등을 이유로 불온서적이라 이름 붙였다. 심지어 생태서적인 <달려라 냇물아>도 불온서적으로 지정했다. 신자유주의 세계질서가 자연을 착취하는 풍경을 고발하는 이 책이 ‘반자본주의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은 그 책들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켜 국방부 불온서적으로 지정된 책들은 오히려 그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고, 인터넷 서점을 중심으로는 최고 10배까지 판매량이 늘어난 책도 있었다.

세계적인 석학인 노엄 촘스키는 이메일을 통해 “불온서적 판매량 증가는 한국인들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자유를 두려워하고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노엄 촘스키의 책 2권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과 ‘507년, 정복은 계속된다’도 국방부 불온서적 리스트에 등재되었다.

 

 

 

미국의 금서 목록

그렇다면 자유를 신봉하는 국가 미국에는 금서가 없을까?

올해로 나온지 20년이된 전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해리포터는 마법을 소재로 다룬다는 이유로 미국의 일부 보수적인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혔고 아칸소주에서는 한때 금서로 지정돼 학교 도서관에서 퇴출당했다가 법원의 판결로 다시 비치되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책들 중에 금서가 많다.

 

모리스 샌닥의 고전 동화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1963년 미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는데, 이유는 귀여운 주인공, 자상한 엄마가 등장하는 동화의 전형을 깨트렸기 때문이다. 인기 많은 그림작가 에릭 칼의 <갈색 곰아, 갈색 곰아, 무엇을 보고 있니?>는 2010년 텍사스주에서 느닷없이 금서가 됐는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이 그림책에 글을 쓴 빌 마틴 주니어(Bill Martin, Jr.)를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책 “Ethical Marxism: The Categorical Imperative of Liberation”을 쓴 철학가 Bill Martin과 혼동한 탓이다.

 

오즈의 마법사 (The Wonderful Wizard of Oz by L. Frank Baum)는 시카고의 모든 공공도서관은 이 책이 여성을 강한 리더로 묘사하며 부도덕하고 사악한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된 적이 있다.1957년에는, 디트로이트의 공공도서관이 “어린이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이유로 금지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온라인에서 금지령이 내려진 ‘곰돌이 푸 (Winnie-the-Pooh by A. A. Milne)’는 미국에서도 수난이었다. 2006년 동물이 말을 한다는 것이 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겨졌기에 미국 곳곳에서 금지되었다. 터키와 영국의 여러 학교들도 이 책의 피글렛(Piglet) 캐릭터가 무슬림들을 불쾌하게 한다고 주장하며 금지했다. 또한 일부 학교는 이 책이 나치즘을 주제로 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샬롯의 거미줄 (Charlotte’s Web by E. B. White) 역시 2006년  Winnie-the-Pooh가 금지되었던 것과 같은 이유로, 동물이 말하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는 이유로 켄사스에서 금지됐다.

 

안네 프랑크 (Anne Frank: The Diary of a Young Girl by Anne Frank) 50주년 기념 한정판은 2010년 버지니아의 한 학교에서, 책의 성적인 내용과 동성애 주제를 이유로 들며 반대했다. 또 이 책은 이전에 “너무 우울하다”는 이유로 미국의 여러 학교에서 금지되었으며 가장 최근인 2013년 5월에는, 미국 미시건의 한 엄마가 이 책의 외설스러운 경향들을 지적하며 금지하도록 청원하기도 했다.

 

올해 초 워싱턴포스트는 인종주의적인 내용에 따라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과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가 금지 도서로 선정되었다고 보도했다. Marie Rothstein-Williams라는 혼혈가정의 학부모가 문제제기를 하면서  논란이 시작되어 모든 버지니아 지역 교육청은 "학부모가 불쾌한 서적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선생들은 해당 서적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대체 서적을 제공해야”한다는 법안이 마련되었다. 이에 따라 버지니아주 어코맥 카운티 공립학교의 도서관에서 두 개의 고전 소설 '허클베리 핀(Huckleberry Finn)’과 '앵무새 죽이기(To Kill a Mockingbird)’가 사라졌다.

 

이번 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젊은 독자들이 문학적이고 교육적인 가치가 있는 도서를 읽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는 2014년 이후 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는 이유로 금지당한 많은 책들 중 하나다.

과거 "성적으로 노골적"이라는 이유로 비난받은 많은 책 중에는 성소수자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자신들의 성적인 특성을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는 책들이 많았다. 미국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새끼 펭귄을 키우는 두 마리 수컷 펭귄에 대한 그림책인 'And Tango Makes Three'도 매년 도서관에서 금지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책 중 하나다.

진보적인 서적이 정기적으로 이번 법안의 목록에 오르게 되면, 고전이나 새롭고 혁신적인 도서들이 모두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접하는 것을 금지시킨다면, 학생들은 자신들의 경험을 대변하는 문학적 표현을 접하지 못하게 된다.

 

금서에 숨은 뜻

노벨문학상 수상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2)가 천황(일왕)제를 비판한 내용의 소설 '정치소년 죽다'가 금서가 된 지 56년 만에 일본에서 출판된다.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는 지난 5월  모두 15권으로 구성된 오에의 전집 '오에 겐자부로 전(全)소설'을 내년 출간한다며 여기에는 '정치소년 죽다'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정치소년 죽다'는 문예지 '문학계'의 1961년 2월호에 게재됐지만, 우익단체들이 천황제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극렬하게 항의해 이후 출판된 적이 없는 작품이다.

 

사사키 아타루는 혁명이란 폭력이 아니다. 읽고 쓰는 것, 그 자체가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종교개혁을 비롯해 시대를 바꾼 혁명은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므로 미래의 희망 역시 '책을 읽고 쓰는 데'에 있다고 설파한다.

중세 성직자들은 라틴어 성경에 접근할 수 있는 드문 능력을 지니고 있었기에 오랜 시간 무지한 중세인들 위에 군림할 수 있었다. 성경을 대중 언어로 번역했던 수많은 선각자들이 신성모독으로 종교 재판에 넘겨져 사형을 당해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금서는 사상 통제, 사회 통제의 한 방법적 장치요 기술로 사용되어  금서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길다. 때문에 금서는 ‘어느 곳에서나 있으면서도, 아무 데도 없는’ 책이다.

올바른 책읽기를 위해서는 추천 도서 목록, 금지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이라 하더라도 ‘추천’이나 ‘목록’이라는 단어에 너무 의지하지 말고 한번쯤은 스스로 “왜?” 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한것 같다.

 

Vol.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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