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스페셜

어른들의 읽기 능력- 낫 놓고 기역자는 안다. 그러나 뜻은 모른다.

관리자 0 311 2017.06.03 09:00

어른들의 읽기 능력 

5670279dbc60cfff30e6970576fee0a4_1496447

 

문맹의 시대

문맹(文盲)

[명사] 배우지 못하여 글을 읽거나 쓸 줄을 모름. 또는 그런 사람.

(글을 모름) illiteracy; (글을 모르는 사람) illiterate

 

2천 만 국민 중 80∼90%가 문맹자였던 1920년대, 1928년 3월 16일자 「동아일보」에는 “어찌하면 우리는 하루 바삐 이 무식의 지옥에서 벗어날까. 어찌하면 이 글 장님의 눈을 한시 바삐 띄어볼까…….”라는 기사를 통해 ‘글 장님 없애기(문맹퇴치) 운동’을 선언했다. 4월 2일에는 안재홍, 방정환, 최현배, 최남선 등 명사 30여 명의 강연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3월 29일 조선총독부가 문맹퇴치운동 금지령을 내리며 막았다.

1929년 「조선일보」는 문자보급 운동을 전개했다. 방학 동안 고향에 가는 중등 이상의 학생들을 동원, 전국 각지에서 한글을 가르치게 했다. 「동아일보」도 1931년 7월 16일 ‘제1회 학생 하기(夏期) 브나로드(Vnarod : 러시아어로 ‘민중 속으로’라는 뜻)운동 - 남녀학생 총동원, 휴가는 봉사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문맹퇴치 운동에 다시 뛰어들었다. 1931년 설립된 ‘조선어학회’도 우리 말 교재를 만들어 보급하고 조선어 강습회를 열며 문맹퇴치 운동에 적극 참여하였다. 「조선일보」의 ‘문자보급 운동’은 1929년 여름부터 1934년까지 실시했으나 민족 교육 운동으로 확대되어가자 1935년 일제가 금지시켰다.

 

한국 전쟁이 멈춘 후 1953년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문교부에서는 만 17세 이상 문맹자 240만 명을 대상으로 ‘문맹국민 완전퇴치운동’을 전개했다. 그해 전국 문맹퇴치 교육 공로자 표창식의 현수막에 새겨진 ‘없어지는 눈뜬 장님, 자라나는 민주 대한’이라는 구호에는 문맹퇴치사업 목적이 잘 나타나 있다. 1954년 문교부는 ‘작대기식(기호식) 투표 일소(一掃) 및 완전 문맹퇴치’를 목표로 ‘전국 문맹퇴치 5차년 계획(1954∼1958년)’을 추진하였다. 주로 성인 교육에 치중하여 농한기를 이용하여 문맹퇴치 교육을 실시하였다. 1960년대 문맹퇴치 운동은 재건국민운동본부가 주관하는 문맹퇴치 운동과 대학생들의 농촌 계몽활동으로 지속되었다. 1960∼70년대도 가정의례, 식생활, 주거생활, 보건위생, 가족계획 등 생활 전반의 개선과 동시에 문맹퇴치 활동을 계속 벌였다.

 

문해력의 시대

1960년대에는 이름 석 자 쓰고, 편지를 읽을 수 있으면 ‘까막눈’을 면했다고 했지만, ‘문맹’의 개념이 달라졌다. 

1989년부터는 ‘문맹(文盲)’이란 단어 대신 ‘비문해(非文解)’라고 한다. 이제 ‘문맹을 면했다’, ‘비문해자가 아니다’라는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한 신문을 읽고, 도로표지판을 보고, 은행 입출금 정도는 스스로 해야 한다. 단순히 읽고 쓰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슨 뜻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문해력(literacy)이라 하며, 선진국에서는 ‘문서해독능력(문해력)’을 중요시한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말한다. 

유네스코는 1956년부터 문해력을 두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글을 읽고 쓰는 기초적인 능력을 말하는 ‘최소 문해력’과 사회적 맥락 안에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인 ‘기능적 문해력’(Functional Literacy)이 그것이다. 또한 문해력은 사용 매체와 소통 방식, 사회적 참여 정도 등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는 요인으로 세대 간 문화 차이를 해명할 만한 관건이 되는 문화적 기술이다. 

 

2015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들의 문맹률은 1.7%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한글을 읽고 쓰기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것은 OECD가 2013년 처음 실시한 국제 성인 역량 조사(Program for the International Assessment of Adult Competencies; 이하 PIAAC)결과다.

PIAAC은 미국·일본·독일 등 24개 참가국 성인(16~65세, 15만 7천명)을 대상으로 언어 능력, 수리력 및 컴퓨터 기반 환경에서의 문제 해결력을 국가 간에 비교하는 조사로, 이들 능력은 다양한 사회 활동 및 직업 생활에 필요한 핵심적인 정보처리 역량으로 노동시장, 교육 및 훈련과정, 사회생활 등에서 필수적인 요소이다.

한국의 16∼65세 성인의 언어능력은 OECD 평균(273점) 수준이고, 수리력은 263점, 컴퓨터기반 문제 해결력 평가 결과 상위 수준에 속한 사람의 비율은 30%로 OCED 평균(수리력 269점, 컴퓨터기반 문제 해결력 34%)보다 낮았다. 특히 35세 이상의 성인의 경우 세 가지 역량에서 모두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연령 간 편차가 가장 심한 나라로, 분석 대상을 16∼24세 청년층으로 한정할 경우 3개 능력 모두 OCED 평균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체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학력이 높을수록, 연령이 낮을수록 역량이 높았다. 정리하면 세대 간 문해력의 차이가 커서 나이가 들수록 글을 읽기는 하지만 무슨 뜻인지 이해는 잘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다시 문맹의 시대 – 실질 문맹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요즘은 ‘실질 문맹’이라고도 표현한다.

실질 문맹인이란 글자·단어는 인식하지만 공문서, 직장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문서 등 읽을 때 무슨 뜻인지 해석을 못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겪는 사람을 의미한다. 말하고 듣는 데는 지장이 없으면서도 활자로 된 글자·단어 자체를 인식 못하는 질병인 난독증과는 다르다. 난독증은 듣고 말하는 데는 별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는 소아, 혹은 성인이 단어를 읽거나 글자를 인지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학습장애의 일종으로, 지능이나 환경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독증 때문에 배우 생활 초기에 남들이 읽어주는 대본을 외웠다는 톰 크루즈의 일화가 유명하다.

실질 문맹 검사는 약봉지에 쓰인 설명을 읽고, 투약 시기나 투약량 등을 맞추는 식이다. 이런 정보는 생존에 필요하기 때문에 길거나 전문적이지도 않고, 비유나 상징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실질 문맹들은, 모르는 단어 없이 다 읽고도 의미를 이해하는 데 실패해서 틀린다. 즉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문해력은 `다양한 맥락과 연결되어 있는 인쇄물 또는 문자화된 자료를 활용해 그 속에 있는 의미를 찾아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창조하며, 타인과 소통하고 또 활용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정보 홍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에게는 그저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의미의 문해력이 아닌, 미디어 콘텐츠와 정보를 제대로 소비할 줄 안 다는 의미에서의 또 다른 문해력이 필요하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능력을 포괄적으로 ‘미디어 정보 문해력’(Media Information Literacy: MIL)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학계와 교육계에서는 그 범위나 대상에 따라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 ‘정보 문해력’(Information Literacy)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하고 있다. 

 

Post-Truth(탈 진실) 라는 말은 옥스포드 사전이 선정한 2016년의 단어였다.

이 단어가 ‘브렉시트’ 등을 제치고 선정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SNS 채널 들에는 ‘가짜 뉴스’(fake news)들이 넘쳐났고, 이를 근거로 의혹을 제기한 트럼프가 결국 이겼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정치판의 탈진실화는 우리가 늘상 보아 온 ‘정치인들의 거짓말’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며, “과거의 정치적 거짓말이 유권자의 정치적 견해를 돌려놓기 위한 것인데 반해, 탈진실의 정치가 노리는 것은 그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이 아니라 우리 안의 편견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지난 2월 한국언론학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가짜 뉴스 개념과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가짜 뉴스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띠고 유포된 거짓 정보’ 라고 정의 내렸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는 아직까지 사람들이 변화한 정보 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학생들의 미디어 정보 문해력도 낮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스탠포드 대학 역사 교육 그룹(Stanford History Education Group, SHEG)이 미국 내 12개 주 7,804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중학교부터 대학교 과정의 학생들 중 다수가 가장 간단한 형태의 뉴스와 광고를 구분해 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에 친숙한(digital native) 젊은 층이 뉴스 소비도 보다 현명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는 결과다. 해당 연구 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학생 중 80% 이상이 웹사이트에서 뉴스와 뉴스형 광고 기사를 구분해 내지 못했고, 고등학생 중 25%만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배포되는 뉴스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뉴스 배포 주체가 ‘인증된 계정’(verified account)인지를 확인했다. 또한 30%가 넘는 학생들이 단순히 기사에 그럴듯한 도표나 그래픽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본 뉴스를 ‘진짜’라고 판단했다. 연구를 주관한 SHEG의 이사장 조엘 브레이크스톤 박사는 이에 대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던) 1999 년까지만 해도 온라인 정보의 신뢰성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그때로부터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 오늘날까지도 정보 문해력에 대한 교육 현장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아이들보다 광고와 뉴스 더 나아가서 가짜 뉴스를 잘 구분할 수 있을까?

책 자체가 귀했던 18세기까지 인류 대다수는 ‘책에 쓰인 것’을 진실이라 믿었다. 인쇄 및 방송 미디어가 급속히 발달한 20세기까지는 ‘언론에 나온 것’을 진실이라 믿었다. 이때까지 사람들에게 있어 글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진실에 접근하는 길을 안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쏟아지는 말과 글 속에서 진실을 찾는 것은 점점 어려운 일이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을 떠도는 방대한 정보들 중 ‘진짜’는 얼마나 되며, 그 정보를 제대로 읽어내고 가려낼 줄 아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문해력은 얼마나 갖추고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멀어지는 한국어, 다가오지 않는 영어

앞서 서술한 내용들은 모국어,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위주로 쓰여졌다. 성인이 된 이후 미국에 살면서 제2의 언어로 영어를 배우고 생활하는 이민자들에게는 꼭 맞는 얘기도 아니지만 틀린 얘기도 아니다.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문해력의 문제가 아니라 부족한 영어 실력 그 자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된 글은 단어도 가물가물하고 요즘 유행하는 단어는 도무지 뜻을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문해력에서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영어와 한국어 문장 둘 다 잘 이해해야 한다는 두 배의 부담이 있다. 

문해력은 글을 읽지 않을 수록 떨어지고, 시기를 놓치면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가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서 경험이 빈곤했던 중장년층에서 실질 문맹이 가장 많고, 최근에는 십대 학생들의 비율도 높다고 한다. 자녀들에게만 독서를 권유할 것이 아니다. 어른들에게도 독서는 꼭 필요하다. 영어든 한글이든 일단 읽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10-12 09:46:34 에듀인포에서 이동 됨]

태그 관련글 리스트

Comments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