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가능할까?미국의 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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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가능할까?미국의 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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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가능할까?미국의 총기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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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일 밤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59명이 사망하고 527명이 부상을 입었다. 지난 해 6월엔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커뮤니티센터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수 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이전에도 총격사건은 무수히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언론은 범인과 테러단체와 연계 여부에 가장 관심을 가지다가 곧 이어 범인과 희생자 주변의 시시콜콜한 신변잡기 일화를 퍼날랐다. 의회와 정부 고위직들은 비난과 위로가 적절하게 섞인 성명을 앞다퉈 내놓았다. 그리고 사건 관련 기사 끄트머리마다 한 줄 ‘이번 사건으로 총기규제에 관한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가 붙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매 번 똑같이 전개되어 이젠 진부한 패턴이 된것 같다. 역사상 최악이라는 이번에는 달라 질 수 있을까?

 

미국의 총기 문화

지난 6월에 여론조사 전문기관 퓨리서치(Pew Research Center)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4분의 1은 본인이 총을 소유하거나 총이 있는 가정에서 살고 있는것으로 보고되었다. 또 48%는 총을 소유한 가정에서 성장한것으로 조사되었다. 성인의 3 분의 2 이상이 평생 동안 어느 시점에서든 총을 가지고 있는 가정에 살았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백인 성인이 흑인이나 히스패닉보다 총을 소유 할 확률이 높으며 백인 남성은 총기 소유자가 될 가능성이 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이 총기 보유자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차이는 백인들 사이에 가장 크게 나타났다. 총기 보유는 지역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는데 농촌 지역(rural areas)에 거주하는 성인들 중 46 %는 총을 소유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교외(suburbs)에 살고있는 사람은 28 %,  도시 지역(urban areas)에 살고있는 사람은 19 %에 불과했다. 또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20%)보다 공화당원과 공화당 지지자(44%)가 더 많이 총을 소유한것으로 조사되었다.

 

총기 소유자들의 67%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총을 가졌으며 그 뒤를 이어 사냥(38%), 스포츠 사격(30%) 수집 취미(13%) 그리고 직업상의 이유(8%)로 총기 소유의 목적을 밝혔다. 총기 소유주의 2/3(66 %)는 2 개 이상의 총기를 소유하고 있으며 29 %는 5 정 이상의 총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권총 소유자의 사분의 일(26%)은 집 밖에서도 항상 총을 휴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인의 지역이 안전하지않다고 생각하면 이 휴대율은 41%까지 상승한다. 이 조사는 지난 3월 13~27일, 4월 4~18일, 미 성인남녀 3930명(총기 소유자 1269명 포함)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 보고서에서 눈여겨 볼 점은 총기 보유수가 아니라 총에 대한 생각이다. 총기 소지자의 4분의 3이 총기 소유를 개인의 자유와 연결시킨다. 정치적 성향과도 깊은 관계를 보이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에 비해 공화당 지지자들이 압도적으로 높다(91% vs. 43%).  총을 가지고 있지않은 공화당 지지자가 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 지지자보다 훨씬 더  총기 소지를 통한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총은 힘, 스스로 결정하는 개인의 힘을 의미한다." NRA(전미 총기협회, National Rifle Association)를 지지하는 역사가 크레이그 셜리의 말이다.

미국인과 총은 복잡한 관계다. 프랑스와 영국의 적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원주민들과 싸우며 총으로 세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역설적으로 타인에 대한 공포가 뒤섞여 있다.


수정 헌법 2조

‘총’과 ‘자유’의 관계는 수정 헌법 2조(Second Amendment)에 근거한다. 총기 소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창이자 방패다. 1791년에 제정된 이 조항은 "규율을 갖춘 민병대는 자유로운 주 정부의 안보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를 받아서는 안된다(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따라 총기 보유는 미국인으로서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가 되는 것이다. 

 

1776년 미국의 13개 식민주는 영국을 상대로 독립을 선언했다. 조지 워싱턴, 제임스 매디슨 등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 of the United States)이 연방 정부를 세우고 1787년, 필라델피아 회의에서 연방 헌법을 완성하지만 미국의 각 주는 연방 정부가 주 정부와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됐고 또 연방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789년 연방 의회는 결국 10개의 수정조항을 만들게 되는데 1791년 각 주의 비준을 거쳐 연방 헌법에 추가된 수정 조항들이 바로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유와 권리를 밝히고 있는 ‘권리장전(Bill of Rights)’이다. 이것이야말로 미국인들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들이었다.

 

권리장전의 1조는 종교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청원의 권리에 대한 조항이고 2조에서 무기휴대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니까 미국의 총기 소유권은 권리장전의 2번째 조항에 포함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기를 갖는게 그렇게 중요한가하는 질문은 시대적 배경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수정헌법이 만들어질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면 총기 소유는 가족과 자신이 살고 있는 주를 지키고 또한, 미국의 자유 정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헌법 전문가인 조지타운대 법대 피터 버니 교수는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해야 했던 미국에선 총기 소유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돼 왔다”며 “여기에는 국가가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 줄 수 없다는 관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공화당 연방하원 출신으로 지금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빈 웨버(Vin Weber)는 미국인들은 국가의 정체성의 핵심적인 요소를 바로 총기소유라고 생각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오랜 전통이자 정서라고 강조한다.

 

총기 규제

총격 현장에서 살아 남은 콘서트 기타리스트 칼렙 키터(Caleb Keeter )는 트위터를 통해 총기 규제에 반대했었던 자신의 입장은 이번 사건으로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나는 평생 수정헌법 2조를 지지했다. 그러나 어젯밤 내가 얼마나 틀렸는지 알게 됐다. 우리 차량에 합법적 총기를 지닌 멤버도 있었으나 아무 소용 없었다"고 했다. 

 

총기규제는 무엇을 의미하는가?‘총기 규제’는 ▲어떤 종류의 총기를 사고팔 수 있는지 ▲누가 총기를 소지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지 ▲어디서 어떻게 총기가 보관되거나 휴대될 수 있는지 ▲구매자를 심사하기 위해 판매자가 어떤 의무를 지는지 ▲판매자·구매자가 정부에 총기거래를 신고해야 하는 어떤 의무가 있는지에 관한 규제를 폭넓게 가리킨다. 총기 소유를 막는것이 아니라 관리를 하자는 의도가 더 크다. 그러나 이마저 법제화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지난 해 1월 5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총기 사고로 무고하게 목숨을 잃은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을 언급하며 눈물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임 중에 총기 규제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게 제일 큰 아쉬움으로 털어놓을 만큼 총기 규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도 총기 규제 법안이 마련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이렇게 총기 규제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로 미국 수정헌법 2조를 들고 있다. 

 

수정헌법 2조와 관련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연방 대법원에까지 올라간 경우도 있다. 지난 2008년, 연방 대법원은 신변 보호용으로 집안에 총기를 소지하는 것을 금하는 워싱턴 D.C.의 엄격한 규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연방 항소심의 판결을 지지했다. 이어 2010년에도 대법원은 주 정부와 지방 정부의 총기 규제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했었다. 하지만 2015년에는 시카고 시 외곽의 하일랜드파크의 총기 규제안에 대한 수정헌법 2조 위헌심의 요청을 기각했는데 대법원이 심리 자체를 하지 않기로 한 데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연방 대법원이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적인 총기 규제권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대형 총기 사고들이 잇따르면서 대법원이 수정헌법 2조에 대한 논의에 부담을 느낀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렇다면 헌법을 뜯어 고치기 전에는 어렵다는 말일까?

 

앞서 소개한 퓨리서치의 설문 조사 내용 중 총기 규체에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총기를 소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견해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총기를 소유한 사람의 절반 이상이 총기 판매를 추적할 수 있는 연방 차원의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지지한다고 답한 반면, 총기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80%가 찬성한다고 밝혔다. 공격용 무기 판매 금지를 지지한다는 총기 소유자는 절반에 못 미쳤는데 총기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80%가 지지한다고 답했으며 대용량 탄창을 금지하는 안에 대해서도 총기 소유자는 절반 이하인 45%가 찬성했지만, 총기가 없는 사람은 거의 3/4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조사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총기 규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난다. 대형 사건이 발발한 직후 잠시 규제쪽으로 여론이 기우는 모양세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총기 소유의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는것이 반복되었다. 그러는 사이 대량학살이라고 불러야 할만큼 끔찍한 사건의 희생자 명단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현실의 벽

뉴욕타임스(NYT)는 3일자 사설면에 최근의 총기 난사 일지를 담은 그래픽을 실었다. "477일간 521건의 총기 난사가 발생했지만, 의회에서는 어떤 입법조치도 없었다”는 제목만으로 충분한 사설이었다. 지난해 6월 12일 49명의 목숨을 앗아간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기 난사부터 지난 1일 밤 발생한 라스베이거스 참사까지 477일 동안 모두 521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매일은 아니었지만 하루에도 곳곳에서 터지면서 월평균 33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최소 585명이 숨지고 2천156명이 부상했다. 이번 라스베이거스 참사의 사상자도 포함된 수치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인구 수 대비 가장 높은 총기 보유율(예멘이 한참 뒤떨어진 2위다)과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총기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FBI는 3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건부터 대량살인으로 분류한다. 2013년 조사에선 미국의 개인 총기소유 비율이 세계 다른 어떤 선진국보다 높은 반면 일본의 총기소유 비율은 극히 낮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총기 소유는 100명 당 89정에 육박하며 총기 관련 사망자는 10만 명 당 약 10명 꼴이었다. 모두가 미국의 건국 정신을 사랑해서 총을 한 자루씩 구입한건 아니다. 스스로가 헌법 자유의 수호자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지만, 이제 미국에서 총기는 1년에 100억 달러짜리 산업이다. 그 산업을 앞장 서서 지키는 사람들 중 가장 큰 영향략을 가지고 있는 집단이 전미총기협회(National Rifle Association, NRA)다. 총기 규제 법안이 번번히 실패하는 두번째 이유다.

 

허핑턴포스트의 하워드 파인만은 2015년 오리건주 로스버그에 있는  움쿠아 커뮤니티 칼리지(Umpqua Community College in Oregon)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9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한 사건 이후 기사에서 ‘NRA는 미국 정치의 '롱 라이플'이다. NRA의 겨냥은 정확하고, 딱 한 종류의 목표물에 치명적 타격을 가한다. 그 목표물은 미국의 총기 권리에 대한 가장 광범위한 해석에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이다.’라며 ‘의회에 대한 NRA의 영향력은 전설적이며 맞설 자가 없다. 로스버그에서 대량 살상이 일어나고도 새로운 법이 생길 가능성이 없는 이유다. 다음 재앙이 일어난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격사건 다음날 백악관 새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2일 "지금은 나라가 하나가 될 때"라며 총기 규제와 관련한 토론은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희생자 추모와 관련한 조처를 내세우면서 총기 규제를 둘러싼 정치 공방은 피하겠다는 의도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 이전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있다. 2012년 20명의 어린이들이 사망한 미 코네티컷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사건 때는 의회에 규제 강화 조치를 촉구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지지했었다. 트럼프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나와 모든 미국인을 위해 말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그러나 총기 규제에 대한 '찬성' 입장은 2016년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반대'로 기울어졌다. 정치자금 감시 단체 CRP는 트럼프 캠프가 지난 해 NRA로부터 3000만 달러가량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월 NRA 리더십 포럼에서 협회 회원들을 ‘친구’라고 부르며,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절대로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총기규제는) 불가능하다. 그것은 모든 것의 끝 (the end of everything)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추진할 경우 자신의 지지 기반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 “상·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이 총기규제에 난색을 보이는 것은 NRA의 전폭적인 정치후원금과 맞물려 있다”며 세부적인 후원금 내역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원과 하원 모두 공화당 의원들이 후원금 상위 10위권을 독식했다. 상원에서는 존 매케인(애리조나·공화) 의원이 약 774만달러(88억 7000만원), 하원에서는 프렌치 힐(아칸소·공화) 의원이 약 109만달러(12억 5000만원)로 총기협회 후원금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정치후원금 상위 100위권으로 범위를 넓히더라도 하원에서는 99명이 공화당 소속이었다. 민주당에서는 유일하게 샌포드 비숍(조지아) 의원이 41위로 이름을 올렸다. 상원에서는 52석을 확보한 공화당이 상위 51위까지 독차지했고, 민주당 소속 조맨친(웨스트버지니아)·패트릭 리이(버몬트) 의원이 각각 52위와 53위를 기록했다. 이들 수치는 NRA가 연방의원별로 지원한 각종 후원금을 통틀어 집계한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의 미국인이 더 강력한 총기규제를 지지하고 있지만, 공화당은 반대하고 있다”면서 “이는 NRA와 멀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의 총기규제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막강한 힘과 부를 갖고 있는 로비단체 전미총기협회(NRA)와 공화당 사이의 유대가 매우 끈끈하기 때문이다. CNN도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개혁은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로이스 리 기자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8-10-12 09:38:06 에듀인포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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