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시대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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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시대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2)

관리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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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와 뉴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정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뉴스는 검증된 정보인 반면, 루머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뉴스와 루머의 경계가 사라져 버렸다. 

 

인터넷과 SNS의 발달은 뉴스의 속보성을 약화시켰고 보도의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자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뉴스로 둔갑하여 보도되는 사례가 일상화 됐다. 또한 소셜미디어 또는 개인미디어를 통해 개인이 정보를 생산, 가공, 편집,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며, 누구나 기자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소위 시민 저널리즘의 시대가 열리면서 뉴스와 루머의 경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아울러 스마트폰의 보급은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전파할 수 있게 함으로써 루머의 생산과 확산 그리고 파급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언제 어디서든 화면을 한 번만 터치하면 수십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에게 동시에 루머를 전달할 수 있다. 그렇게 공유된 루머는 다시 순식간에 수십만, 수백만 명에게 전파된다. 

 

더구나 온라인 상에서는 태도나 의견이 한 방향으로 치우치기 쉽다는 점에서 사실이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인터넷 여론을 타고 진실인 양 수용되는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개인이나 기업할 것 없이 순식간에 루머에 휩쓸려 미처 손쓸 틈도 없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사람과 선택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만을 여과해 선택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SNS로 받는 메시지들은 대부분 아는 사람들로부터 온 것이다. 그 메시지에 대한 실증적 분석 이전에 보낸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메시지를 수용하게 된다. 마치 오래 전 유언비어의 전달방식처럼 긴밀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은밀한 유대감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여럿일 경우에는 그 유대감의 폭이 더 커져서 사회적 그룹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 그룹 안에서 특정한 메시지가 계속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되면 일종의 믿음이 생기게 되고 자신 역시 그 메시지를 자신이 알고 있는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야 하는 책임을 느끼게 된다.

 

디지털 테크놀로지는 너무나 쉽게 다수로부터 '은밀한 정보'를 받게 만들었고 그 정보가 계속 확대 재생산되게 만들었다. 그 '은밀한 정보'는 이제 믿음과 신념이 되면서 남에게 알려야만 하는 메시지로 바뀐다. 

이러한 유대감과 책임감(호혜성의 법칙)으로 재난상황에서 루머가 많이 퍼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모두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혼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필요는 없다. 카카오톡 단톡방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한 이야기가 넘쳐난다. 누군가와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진정된다. 카톡 단톡방에는 뜨거운 물을 자주 마시라는 등의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법"이나 "면역력을 높이는 지압법", "마스크 재사용법" 등의 정보를 담은 동영상의 링크가 올라온다. 받은 카톡의 내용을 자기처럼 불안에 떨고 있을 여러 사람들과 공유한다. 

 

이것이 루머의 확산이 '진실'을 말하는 것만으로 바로잡히지 않는 이유다. 루머는 어떤 단계를 거치면 특정 공동체가 공유하는 신화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소속된 공동체에 실망감을 느낀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에 쉽게 빠지게 되는 메커니즘과도 유사하다.

 

속도 역시 중요한 요소다. 인터넷의 속도는 논리적 분석보다는 정서적 반응을 우선하게 만든다. 매스 미디어는 편성을 전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여러 정치적, 사회적 판단을 기초로 정보의 내용을 수정 편집하지만 개인 미디어인 SNS의 가상공간에서는 날것 그대로 정보가 유통된다. 사회적 책임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날것인 정보가 더 인정받는다. 중요한 것은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의 속도다. 날이 갈수록 빠른 속도에 익숙해지면서 사람들은 인터넷 속도와 정보의 신속성을 동일하게 받아들인다. 빠른 속도, 신속한 정보가 날것 그대로의 가공하지 않은 정보로 해석되면서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속도에 비례하여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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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의 등장과 폭발적인 성장은 루머를 훨씬 더 고급스럽게 포장하여 더 많은 불특정 다수에게 더 오랜 시간동안 전달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그럼에도 거의 비용이 들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그 자체만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허위 사실이나 악성 루머의 유포 때로는 협박의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은 없다.

 

특히, 유튜브의 영상 추천 시스템(알고리즘)은 앞서 언급한 집단극단화를 가속시킨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체류시간이 길수록 광고를 통한 수익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비슷한 관점의 콘텐츠만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는 '필터 버블' 에 갇히게 된다. 

 

정보를 필터링하는 알고리즘에 정치적 혹은 상업적 논리가 개입되면,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을 받아보는 정보 이용자들은 모르는 사이에 정보 편식을 하게 되고 그로인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타의에 의해 가치관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또한 어떠한 정보를 제공할 것인지를 인간이 선택하던 시절과는 달리 개개인의 필터버블을 만드는 알고리즘은 사람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윤리성이나 가치판단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가지고 있다.

 

알고리즘이 제대로 작동하는가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필터버블'은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반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글이나 새로운 정보, 평소에 보지 않던 분야의 뉴스 등을 접할 기회를 아예 박탈해 버림으로써 이용자들의 지식과 가치관의 확대를 방해할 수 있다. 자신만의 문화적 또는 이념적 거품에 갇혀버리게 되는 것이다.

'필터버블'이라는 용어는 온라인 정치시민단체인 '무브온'의 이사장이자 세계 최대의 시민단체인 아바즈의 공동창립자 엘리 프레이저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프레이저는 개인의 입맛에 맞도록 필터링된 정보를 정크푸드에 비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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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는 것만으로 루머가 바로잡히지 않는 이유는 또 있다.  

일반적으로 루머는 여러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본래의 내용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 기억할 수도 없기 때문에 때로는 자신의 상상력으로 일부 복원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루머의 최종 해석은 개인적 차원에서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예능프로그램에 많이 등장하는 게임 중에 4~5명의 출연자가 뒤돌아 서있고 속담이나 단어를 자신의 뒷사람에게 몸으로 표현해 맨 마지막 사람에 전달하는 게임이 있다. 맨 처음 사람의 몸짓은 뒤로 갈수록 원본을 알 수 없을 지경의 다른 몸짓이 된다. 기억의 왜곡과정 때문이다. 

 

목격된 정보는 전달되는 과정에서 평균화, 강조, 동화라는 세 가지 경향을 띤다. 복잡한 이야기는 간단해지고 남은 부분은 강조되며 경우에 따라 극단적인 이야기로 흐른다. 

 

마츠다 미사는 "소문을 왜 믿느냐고 묻는 질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소문을 듣고 전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방향과 내용으로 아예 소문을 바꿔 나가기 때문이다.

이를 정보의 왜곡이라 볼 수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이는 '소문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다. 소문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그럴싸한 근거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초의 메시지가 온전히 보존되기 힘들기 때문에 집단적 동력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다른 계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SNS을 통해 전달되는 이미지, 동영상, 사적인 내용의 카카오톡 화면 등은 사람들에게 메시지의 진실성을 쉽게 각인시킨다. 구술의 시대에서 비주얼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사람들은 듣고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보고 믿게 된다.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

 

매스 미디어가 보내는 메시지와 다른 정보를 분명 보았고, 그것도 내가 아는 여러 사람에게 직접 받았고 중복적으로 받게 되면 이제 내가 선택할 일은 하나뿐이다. 내가 내 미디어로 여러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일이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때 '코스모 석유 화재로 유해물질이 포함된 비가 내린다'는 루머가 돌았다. 

이 루머가 트위터에서 퍼져나간 과정을 추적 조사한 결과, 지진 발생 1시간 반 뒤에 '석유 정제소에 불이 났다는데 유해물질이 엄청 날 것 같다'는 메시지가 처음 등장했다. 이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석유 화재 영향 때문에 유해물질이 발생했으니 비를 맞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이어 '우비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정보가 추가됐고 '의사협회가 하달한 팩스' '공장 근무자에게 들은 정보' 같은 출처가 더해졌다.

 

이 루머는 확산의 요소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비를 맞으면 안 된다'는 막연한 공포감에 더해 '비나 우비를 착용해야 한다'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응책이 소문에 추가됐기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만 있으면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유익한 정보이기에 사람들은 신속하게 친구들에게 알린 것이다.

 

이러한 정보의 왜곡, 혹은 소문의 완성 현상은 루머에 '진실'로 맞서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이기도 하다. 진실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사실은 소문을 과장시켜 루머로 만드는 데 가담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소문이 헛소문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알고 있는 게 나쁠 게 없는 정보'이기에 확산시켰다.

 

마츠다 미사는 이처럼 소문에는 사실을 뛰어넘는 신화성과 이야기성이 있기에 소문을 깨뜨리기 위해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한다. 신화성이나 이야기성 자체를 약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980년대 프랑스 오를레앙에서는 유대인 가게의 탈의실에서 여성이 사라진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이에 대해 반인종차별조직들은 '반유대주의'라는 비판을 가했다. 일종의 대항 캠페인이었다. 소문을 믿던 사람들은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침묵하거나 '나는 그 소문을 안 믿었다'며 결백을 호소했다. 반유대주의라는 또 다른 이야기, 또 다른 신화를 만들어내서 소문을 사라지게 만든 것이다.

 

(3)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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