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온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 - 이형택 선수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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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온 한국 테니스의 자존심 - 이형택 선수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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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분야에서 한 종목을 대표할 만한 최고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간판스타" 라고 부른다.

축구나 야구처럼 인기가 높은 종목에서는 시즌 또는 대회마다 뜨고 지는 별이 부지기수인지라 "간판스타"의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지만, 비인기종목의 열악한 환경을 이겨 내고 정상에선 선수 라던지, 천부적인 재능에 근성과 노력이 더 해져 꽤 오랫동안 필적한 만한 상대가 나타나지 못하는 그런 선수들에게는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간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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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테니스계의 "간판스타" 이형택 선수가 그렇다. 대한민국 남자 테니스 선수 중 유일하게 세계 Top 100안에 이름을 올린 이형택 선수(최고 36). 2000 US Open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남자단식 4회전에 진출해 그 대회 우승자였던 피트 샘프라스와 겨루었던 그 이형택 선수.

 

대한민국 테니스의 자존심, 전설, 영웅 등 수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아직까지 대한민국 테니스계에 그를 대신할 "간판"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미국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작년 8월부터 시작한 KBS2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 전미라 선수와 함께 출연한다는 기사가 보도가 되면서 그의 팬들과 한국의 테니스팬들은 TV에서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했었다. 기자 또한 최근까지 그 프로그램을 통해 이형택 선수의 얼굴을 매주 보고 있던 차였다. 그를 만나 미국 생활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자녀 교육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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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 버나디노 카운티의 한 대형 쇼핑몰에 안에 있는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멀리서도 한 눈에 들어오는 건장한 체구와 훤칠한 외모를 가진 그는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두 딸 아이의 손을 잡고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이런 곳에서 이형택 선수를 만나게 되네요. 아이들도 왔군요. 아이들이 참 예쁩니다.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가 아이들을 픽업하느라, 괜찮죠? 너희들 그 옆에 앉아 있어~

 

이형택 선수가 커피를 주문하러 간 사이 기자는 아이들에게 이름과 나이를 물었다. 큰 딸 송은이(9)는 예의 바르면서도 아주 똑 부러지게 동생의 나이까지 대답했고, 막내 미나(5)는 해맑게 웃으며 화단의 참새들을 쫓아다녔다. 커피와 아이들이 마실 주스를 들고 돌아온 이형택 선수와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요즘 KBS2 TV "우리동네예체능(이하, 예체능)"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계신걸로 아는데 인기가 꽤 좋습니다. 지난주 방송은 동시간대 시청률도 1위를 했다고도 하더군요.

예체능은 어떻게 해서 출연하시게 되었나요?


그 동안 예체능에서 다른 종목들을 많이 했잖아요.

다른 종목들 같은 경우에도 예체능에 나오고 나서 회원 가입을 하는 사람들이라던가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이 늘었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테니스가 80년대에는 최고로 인기 있는 스포츠 중의 하나였고, 86년 아시안게임에서 4관왕(1)을 하면서, 어찌 보면 그 때가 전성기였던 것 같은데요, 지금은 그때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아직도 테니스 동호인들이 상당이 많이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아시안 게임을 개최하면서 28년 만에 테니스 복식 금메달이 나오기도 했구요. 사실은 예체능을 시작하고 나서 나중에 나온 금메달이긴 합니다만, 미라(전미라 선수)도 그렇고 저도 같은 테니스 인으로서 방송 출연이 테니스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1)  1986년 유진선 선수, 단식, 복식, 혼합복식, 단체 등 4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 테니스 종목 전관왕 및 대회 최다관왕을 달성. 예체능 프로그램에서 해설자로 출연중

 

2009년에 은퇴를 하셨다가 2010년에 다시 현역으로 복귀를 하셨고, 예체능에서 섭외를 했을 때는 인천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려고 준비하는 때가 아니셨나요?

 

사실은 부상을 당하지 않았다면 아시안 게임에 나갔을 거에요. 그런데 갑작스럽게 수술을 받게 됐고(작년 6월 갈비뼈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아시안 게임 엔트리를 결정하는 날 까지 상황을 지켜 보다가 결국 몸 상태도 그렇고 여러 가지 이유로 출전을 못하게 됐죠.

처음엔 KBS에서 한 두 번 이라도 게스트로 나와 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촬영이고, 또 제가 직접 테니스를 치는 것이 아니고 가르치는 것이라 별 부담 없이 출연을 하게 됐습니다.

 

방송을 보니 다른 출연자들과 원래 잘 알고 지내던 사이 같습니다.

 

M/C인 강호동씨, 호동이형이 테니스를 원체 좋아해서 예전부터 호동이형 하고는 테니스를 쳤었구요, 성시경 같은 경우도 테니스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알고 있었구요. 재훈이 형(쿨의 이재훈)도 그 전부터 알고 있었구요.

 

전미라 선수와는 원래 친하시죠?

 

, 어렸을 때부터 같이 운동을 했고 또 같은 팀(삼성증권)에서 있었으니까요.

 

그럼 가수 윤종신씨(전미라 선수 남편)와도 가깝게 지내시겠군요?

 

종신이 형이 제 결혼식 축가를 불러 줬었어요.. 미라보다 제가 먼저 알았죠.

원래 테니스를 좋아해서 제가 축가를 좀 불러 달라고 부탁을 했었어요. 그 때 종신이 형이 흔쾌히 해줬죠.

 

다들 실제로도 테니스를 잘 치나요?

 

일반 동호인들처럼 항상 시간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닌걸 감안하면 그래도 나름 잘하는 편입니다.

 

TV에서 보듯이 현장도 재미있나요? 실제 촬영 현장은 어떻습니까?

 

TV에서 보는 것보다 더 재밌죠. TV에는 편집이 되어서 나오는 거지만, 그게 하루 종일 찍는건데.. 아주 재밌어요.. 강호동씨나 정형돈이라던지 원체 뭐 잘하는 사람들이니까..하하. 아주 재미있게 촬영을 했습니다.

 

예능이 처음은 아니시죠?

 

오래전에 유재석씨하고 이휘재씨가 진행하던 프로에 나가 봤었죠.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게 재미있으신가요?

 

,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짜여있는 어떤 틀에 맞추는 게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그 분들이 알아서 리드를 해주시니까, 재미도 있고, 편하게 머리도 식히고, 가끔씩 새로운 분위기를 경험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물론 운동선수가 너무 지나치게 그쪽으로 치우치면 운동 시간도 빼앗기고 좋지 않겠지만, 가끔 한번씩 머리 식히는 건 좋은 것 같아요.

 

원체 유머 감각도 좋으시고 입담이 좋으시잖아요.

 

아유~아니에요.. 지금 운동선수들이 입담이 좋더라구요. 요즘 젊은 애들이 굉장히 좋더라구요.

 

2010년 현역으로 복귀한 뒤 꾸준히 대회에 출전하셨고, 2014년엔 ITF 서울 오픈에서 복귀 후 5 5개월 만에 우승도 하셨습니다. 앞으로 계속 현역으로 운동을 하실 계획이신가요?

 

,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작년부터인데요. 작년에 열렸던 아시안 게임 때문에 복귀를 한 건 아니구요. 은퇴할 때가 세계 랭킹 140위 던가, 120위 던가, 잘 하고 있을 때에 은퇴를 했어요, 무릎이 좀 안 좋은 상황이었고 여러 가지로 많이 지친 상황에서 은퇴를 하긴 했지만 사실 항상 아쉬움이 좀 있었어요.

 

단식으로 하기에는 지금은 체력적으로 좀 부담이 될 수도 있겠지만, 복식에서 반코트 플레이 하는데 있어서는 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았고, 몇 차례 게임을 해보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면 예전 감각을 끌어올려서 다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파워면에서는 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운영면에서는 지금 젊은 선수들이랑 해도 오히려 내가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결정을 했고, 갑작스러운 부상 때문에 예상치 못한 공백이 좀 생겼는데 다시 올해부터 시합을 할 생각입니다.

 

작년에 부산에서 열린 데이비스컵2) 예선 대회에서 대표팀 감독 대행을 하셨는데요, 지금도 물론이지만 앞으로도 지도자 역할에 대한 요구나 요청이 있을 텐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테니스 월드컵이라 불리는 국가 대항 토너먼트

 

요번 아시안 게임 때도 사실 제가 감독을 하는 것에 대한 그런 얘기가 나왔었는데, 저는 선수로서 더 뛰고 싶어서 복귀를 한 것이지, 아직 감독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회장님(주원홍 대한테니스협회장)께도 제가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감독을 다른 사람으로 뽑아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린 거고, 지금도 꼭 하라고 한다면 할 수도 있겠지만, 선수 생활하고 코칭하고는 또 다르잖아요, 그래서 하라고 한대서 어설프게 감독을 하기 보다는 코칭에 대해서도 더 많이 공부를 해서 내가 감독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준비가 되면, 그때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미국엔 언제 오셨습니까?

 

저희 가족은 작년 3월 달에 오게 됐어요. 그전에 겨울 방학을 이용해 가끔씩 아이들하고 두 달 정도씩 와 있었고요. 잠깐씩 미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친구들도 사귀고 조금씩 적응을 하게 했고 그런 후에 오니까 지금은 아이들이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럼 이민을 오신 건가요?

 

..이민까지는 아니구요, 조금 더 넓은 곳에서 아이들의 보는 눈이라던가 이런 것을 좀 더 크게 해 주고 싶은그런 건데요.


사실 제가 시골에서 자랐는데 테니스를 하게 되면서 시합 때문에 외국을 다녀 보게 됐고, 제가 영어나 다른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데도,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도 커지고,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되니까,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한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아직도 한국은 약간 주입식 교육이잖아요?

그런데, 아무래도 여기는 좀 더 아이들에게 관대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 주면서 자율적으로 교육시키는 것 같아요.

 

그럼 아이들은 여기서 대학까지 계속 공부를 시키실 계획인가요?

 

, 우선은 뭐 상황이 된다면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그런데 모르는 거잖아요? 아직은 아이들이 어리니까, 어떤 상황이 될지도 모르고, 한국에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할 수도 있고.. ㅎㅎ

 

아이들은 잘 적응하고 있지요? 아까 송은이에게 학교 재미있어? 하고 물었더니 재밌다고 하던데요.

 

. 아이들은 좋아해요. 사실 한국에서는 내가 시키고 싶지 않아도 주위 상황에 의해서 어쩔 수 없이 시켜야 하는 그런 분위기 때문에 힘든 점들이 있어요.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아도 학원에 가지 않으면 같이 놀아 줄 친구가 없고 그런 상황이잖아요. 어릴 때는 마음껏 놀게 해 주어야 하는 것 같은데 그러면 괜히 우리 아이만 뒤떨어지는 것 같고그럴 수 없는 분위기. 이런 것에 대해서 와이프 하고도 많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때에도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었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는 매일 학교 끝나고 놀이터에서 놀아요. 그러니 애들이 여기가 너무 좋은 거죠. 그러다 보니 밥도 잘 먹고, 몸도 훨씬 건강 해지고.

 

그런데, 왜 많은 한인들이 선호하는 플러튼이나 어바인이 아니라 이곳(샌버나디노 카운티)으로 오시게 된 거죠?

 

, 저는 여기에 와이프 친구가 있어요. 그래서 여길 몇 번 와 보게 되었는데, 한국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더라구요. 사실 오기 전에 학군이 좋다는 곳의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결국 그곳은 교육이 한국식이라고 하더라구요. 학교 끝나고 전부 학원에 가고.. 그런 게 싫어서 나왔는데, 다시 그런 환경을 찾아간다면 굳이 나와 있을 이유가 없죠. 그런 것은 나중에 어느 정도 좀 커가면서..

 

운동도 사실 똑같거든요어렸을 때부터 주입식으로 가르치는 것 보다는 어렸을 때에는 재미 위주로 하다가 정말 얘가 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고 재능이 있으면 그때 가서 조금 더 강하게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이지만, 그 전까지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운동도 어려서부터 너무 스파르타 식으로 강하게 하다 보면 당장의 실력은 늘 수도 있지만 나중에 애들이 번아웃이 되거든요. 공부도 그렇고 운동도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럼 이곳은 단순히 부인의 지인께서 계신 곳이라 선택하게 된 곳이군요?

 

, 뭐 어바인이나 토렌스, 엘에이 쪽에 제가 아는 분들도 있기는 한데, 저는 한국에 왔다 갔다 해야 하고, 와이프가 여기에 있을 거니까 와이프의 지인 쪽으로 결정을 한거죠. (웃음).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됐는데, 한글 교육 문제나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나 한글 교육의 문제 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는 그런 부분이 좀 아쉽더라고요. 외국을 많이 돌아 다니면서 한국말과 그 나라의 말을 둘 다 능숙하게 하는 학생들이나 아이들을 많이 보지 못했어요예전엔 영어를 빨리 배우게 한다고 해서 집에서도 영어를 쓰게 하기도 하고 그랬었다고 하더라구요그런데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못하는 것을 나중에 후회하시는 분들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또 요즘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야 원체 많으니까 한국말과 영어를 둘 다 잘 하는 사람이 더 대우받는다는 이야기도 들었구요. 한국말을 잘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능하다면 중국어나 스페인어 등 다른 나라의 언어들도 관심이 있다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어요.


저도 영어나 다른 나라의 언어를 할 수 있었다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영역이 더 커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들한테는 그런 환경은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2)로 계속...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6-10-02 07:38:48 에듀라이프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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