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믹 스튜디오 – Cone 06 (콘 오 식스) - 몰입과 창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늑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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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스튜디오 – Cone 06 (콘 오 식스) - 몰입과 창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늑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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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스튜디오 – Cone 06 (콘 오 식스)

- 몰입과 창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아늑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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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 팍 커먼웰스 애비뉴와 데일 스트리트가 만나는 사거리, 코코치킨 몰로 많이 알려진 작은 상가 맨 안쪽에 "Cone 06"라는 간판이 붙어있다. 세련된 간판 모양을 보니 카페 같기도 하고, Cone이라는 이름 때문에 아이스크림 가게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자세히 보니 작은 글씨로 Ceramic Studio 라는 말이 써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 셋과 젊은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곳은 뭐 하는 곳일까?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아늑한 파스텔 톤으로 감싸인 널찍한 공간에 원목으로 만들어진 사각 테이블 몇 개와 하얀 등받이의 의자들 그리고 한쪽 벽으로 줄지어 서 있는 키 큰 선반이 눈에 들어온다. 선반 층층마다 아기자기한 소품 도자기 비스킷들이 빼곡히 정렬되어 있고, 광택 없이 밋밋한 회백색 비스킷들 사이에 반짝반짝 윤이 나는 완성품 도자기들이 간간이 섞여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음악과 은은한 석고 방향제(나중에 안 사실이지만)의 향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마음이 평온해진다. 수줍은 듯 밝은 미소로 방문객을 맞이하는 "CONE06"의 주디 킴 원장을 인터뷰했다.

 

- 안녕하세요? Cone 06(콘 오 식스)는 어떤 곳인가요?

네, Cone 06는 도자기 만들기와 도자기 핸드 페인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이들과 성인들로 나누어서 도자기를 직접 만들고 핸드 페인팅을 배우는 클래스가 있고요, 그냥 원하는 모양의 도자기 비스킷을 직접 골라서 페인팅만 하실 수도 있습니다.

 

-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시나요?

엄마들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많이 찾아 오시고요, 학생들끼리 오기도 하고, 젊은 커플 분들도 많이 오세요. 어른들은 자기만의 특별한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서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선물을 만들 수 있으니까, 그런 선물을 만들려고 오시기도 하구요. 커플끼리는 기념일이라던가 특별한 날에 특별한 선물이나 추억을 만들려고 오시기도 합니다.

 

- 가장 많이 오시는 고객층은 어떤 분들인가요?

주로 대여섯 살에서 열 살 정도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오세요. 클레이 작업이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좋다는 것을 많이 알고 계시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집중력을 길러주고 싶은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많이 오십니다. 흙 작업을 할 때 아이들을 보면 진짜 엄청나게 집중을 하거든요. 물론, 일부 아이들은 한 20분 정도 지나면 막 뛰어 놀기도 하지만(웃음),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 것은 아주 열심히 해요.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학생들은 친구들끼리 많이 오고요.

 

- 아이들에게 도자기 만들기를 시키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클레이를 직접 손으로 만지면서 부드러운 촉감을 느끼게 하고 감각을 자극하면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 처음부터 스스로 직접 만들어서 끝까지 완성시키는 과정을 통해 큰 성취감을 느낄 수가 있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 성취감을 느낀 아이가 책임감이 강한 어른으로 성장한다고 해요. 또한, 자기 마음대로 만들고 색칠하는 과정은 창의성과 두뇌발달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스토어의 이름 Cone06는 무슨 뜻인가요?

콘오식스(Cone06)는 클레이(점토)의 종류인데요, 가마에서 굽는 온도에 따라 클레이의 종류가 다른데 저희가 사용하는 가마의 온도에 맞는 클레이와 글레이즈(유약)가 Cone06라서 가게 이름을 Cone 06라고 짓게 되었어요. 클레이는 입자의 크기나 색상에 따라 종류가 아주 많은데, 저희는 그 중에서 어린 아이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클레이를 골랐어요.

 

- Cone 06를 오픈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고등학교 때부터 막연히 저만의 가게를 갖는 게 꿈이었는데, 결국 제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관련된 가게를 열게 된 거죠.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계속 했었어요. 중고등학교도 다 미술과 관련된 학교를 다녔고 예고를 졸업했죠. 그런데 어려서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미술을 계속하다 보니까 어느 날 미술이라는 것에 대해서 싫증을 느끼게 됐어요. 그러다가 푸드스타일리스트가 되고 싶은 꿈이 생겨서 7년 전쯤 미국에 오게 됐죠. 그런데 여기에 와서 대학을 다니던 중 도자기 클래스를 듣고는 다시 꿈이 미술로 바뀌게 된 거에요(웃음). 물론 고등학교 때도 조소를 해봤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때는 주로 크고 터프한 작품을 만들었었는데 여기에서 도자기로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만들면서 도자기의 매력에 푹 빠졌죠.

 

- Cone06에는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나요?

그냥 언제든지 스튜디오에 방문하셔서 원하시는 도자기를 골라서 페인팅 하실 수가 있구요.

클레이 클래스는 아이들과 성인들 모두 한달, 5주, 6주 과정이 있는데 매주 같은 시간에 오셔서 들으시는 거에요.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Birthday Package가 있어요. 아이들이 생일 파티를 하면서 도자기 페인팅을 같이 할 수 있는 거죠.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즐겁게 놀면서도 무언가 교육적인 것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무척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간단한 음식도 가져 오실 수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도 아주 좋아하니까요.

 

- 어떤 과정이 가장 인기가 있나요? 

아이들의 클레이 클래스가 가장 인기가 있어요. 아이들이 와서 스스로 자기 작품을 만드는데, 몇몇 어머님들 말씀이 아이를 일반 미술 클래스에 보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여기는 너무 좋아해서 빨리 오고 싶어 한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아이들이 클레이 클래스에 오는 날을 기다린다고...(웃음) 그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뿌듯하죠.

 

-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클레이로 모양을 만들면 일단 한 번 가마 작업을 한 다음에, 자기가 만든 작품에 색칠을 하고 유약을 발라서 한 번 더 구워요.

 

- 시간은 보통 얼마나 걸리나요?

빨리 하시는 분들은 40분 정도면 다 끝내고 가시기도 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시고 꼼꼼하신 분들은 3~4시간 동안도 그리다 가세요. 그런 분들은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분들이 많으세요.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잡념이 없어지거든요. 요즘 사실 그럴 기회나 장소가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 독자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세라믹 스튜디오라는 것을 잘 아시는 분들도 있지만, 아직 생소하신 분들이 더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처음 오신 분들은 좀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잘 만들 수 있을까?', '난 그림 잘 못 그리는데..'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그냥 쉽게 생각하시고 한 번 체험해 보시면 좋겠어요. 옛날 학창시절을 생각하시면서 색칠을 하시다 보면 서너 시간이 금방 지나가실 거에요. 커플이 함께 오시면 처음엔 보통 남자분들이 좀 주뼛거리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시작하면 남자분들이 훨씬 더 진지하게 열심히 그리세요(웃음). 가볍고 편안한 마음으로 오셔서 즐겁게 만들어보시고 가시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저희가 석고 방향제도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는데 인기가 좋아요. 오셔서 구경해 보시면 좋겠습니다.(웃음)

 

인터뷰를 하던 중간에 히스패닉으로 보이는 아가씨 손님 두 명이 찾아왔다. 큼지막한 머그컵을 고른 두 아가씨는 서로 마주앉아서 자신의 컵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소근소근 알아들을 수 없는 그녀들의 대화는 무엇이 그리도 재미있는지 키득키득 웃음이 절반이다.

손님을 맞느라 인터뷰가 잠시 중단된 사이 선반과 콘솔에 전시된 도자기 소품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알록달록 예쁜 소품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다시 이어진 인터뷰가 막바지에 접어들 때쯤 또다시 젊은 엄마 하나가 예닐곱 살쯤 돼 보이는 딸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온다. 어서 손님을 맞으시라고 서둘러 인사를 한 뒤 공방을 나왔다.

 

도자기 만들기가 아이들에게 유익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오히려 도자기 만들기는 요즘의 성인들에게 더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동안 한 가지 일에 몰두해본 적이 언제쯤이었을까?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책 속에 빠져본 때가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다음주쯤 Cone06에 손님으로 가볼 생각이다. 정성껏 흙을 빚어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모양의 물체를 창조해 볼 것이다. 비록 생명이 없는 흙일 뿐이지만 미완의 순수함과 연약함을 지닌 회백색 점토와 연민의 정을 나누면서 머릿속 가득한 온갖 어지러운 색채들을 하얗게 지워내볼 것이다. 그리고는 몇 시간 동안 깨알 같은 그림을 공들여 그려 넣을 것이다. 가마속 수천 도의 열을 견뎌내고 빛나는 강인함으로 새롭게 태어날 흙덩이에게 온 정성을 쏟아볼 생각이다.

 

시카고 대학교 심리학과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교수의 주장처럼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몰입의 즐거움』일지도 모른다.

 

"관심을 사심없이 기울일 줄 모르는 사람의 삶은 얼마나 삭막한가" – 칙센트미하이

 

 

데니스 한 기자

denis@caled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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