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특집 인터뷰 - 인랜드 한국학교 '안 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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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집 인터뷰 - 인랜드 한국학교 '안 진'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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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랜드 한국학교 교장직은 언제부터 맡으셨나요?

2001년부터 맡았습니다. 2001년 1월부터니까 벌써 15년 되었네요.

 

 

* 한국학교는 어떤 계기로 접하게 되셨나요?

친구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가 1981년에 미국에 와서 글렌데일에 있는 한 교회를 가게 되었는데 거기서 우연히 친구를 만났어요. 한국에서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와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가 미국에 오게 되어 그냥 전업주부로 있었거든요. 그런데 한국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보라고 그 친구가 강력하게 권하더군요. 그래서 남가주 한글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고, 그러다가 파사데나에 있는 한아름 교회라는 곳에서 한글학교를 만들어달라는 제의를 받았죠. 당시 그 지역에는 다운타운에서 제조업을 하던 부유한 한인가정이 많이 살고 있었는데 마땅히 교육을 시킬만한 곳이 없었던 거에요. 그래서 1992년경 한아름 교회에 한국 학교를 만들게 되었어요. 한국어, 영어, 수학, 스패니쉬, 성경, 음악, 태권도, 수영 이렇게 8과목을 만들어서 여름마다 10주 동안 비젼 스쿨을 진행을 했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운영이 되었지요. 그래서 그게 좀 좋게 소문이 났나 봐요. 그러던 차에 다니던 교회가 문제가 생겨서 교회가 없어지게 되었고, 때마침 인랜드 한국학교의 장로님으로부터 교장직을 맡아달라는 제의가 들어온 거에요. 그래서 2001년부터 인랜드 한국학교 교장직을 맡게 된 것이죠.

 

* 어렸을 적 꿈이 선생님이셨나요?

학창시절에 소설이나, 시 등 책 읽는 것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국문과를 가게 되었는데 교생실습을 나갔다가 그 학교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됐어요. 그래서 상명여고에서 처음 교편을 잡게 되었는데 아마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은 작가가 되었을지도 모르죠. (웃음)

 

* 인기가 많으신 선생님이셨나요?

인기가 꽤 있었죠. (웃음) 나이가 어린 여자선생인데 고문(고전문학)을 가르치니까 인기가 꽤 많았어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다시 유명 입시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는데요, 몇 백 명이 있는 강의실에서는 한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칠판에 판서를 해야 하니까 교과서를 보면서 가르칠 수가 없는 거에요. 그래서 교과서를 통째로 외울 수 밖에 없었죠. 처음 한 1년은 힘들었지만 교과서를 다 외워서 강의를 한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나름대로 꽤 잘 나가는 선생이었어요. (웃음)

 

* 미주한국학교 연합회 회장직도 맡으셨었는데 재임 시 어떤 일을 하셨나요? 

2007년과 2008년에 2년 동안 연합회장 직을 맡았는데, '요코이야기'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언론을 통해 들으신 적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당시, 일본계 미국 작가가 쓴 '요코이야기'(So far from the bamboo grove)라는 소설이 필독서로 지정되어 미국 내 여러 학교에서 교재로 쓰이고 있었어요.이 책의 내용이 한국을 침략했던 일본이 피해자인 것처럼 묘사되고 실제 역사와는 다르게 왜곡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뉴욕의 한 여중생이 이 책의 내용을 문제 삼으면서 "요코이야기 교재퇴출운동"이 재미한인사회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는데 캘리포니아주에서도 강력하게 운동이 벌어지게 된 거에요. 

 

LA에 있는 쟌 버로우 미들스쿨 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생기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당연히 한국학교연합회에서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당시 LA교육원장과 상의를 하고 '요코이야기 퇴출'을 위한 서명운동을 받기 시작했죠. 그런데 처음엔 잘 되지 않았었죠. 서명도 5천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고 칼리지 보드에 수 차례 편지를 보냈더니 답이 오기를 출판사에 직접 접촉을 해서 틀린 부분에 대한 메모를 일일이 책에 attach를 하라는 거에요.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아무튼 그렇게 한인회와 함께 행사 때마다 서명운동을 받고 각 언론에서 계속 다루어 주고 하니까 다음해 10월에 권장 도서 목록이 조절될 예정이라고 연락이 오더군요. 그래서 오렌지 카운티 학부모회를 통해서 서명을 받고, 각 교회에 이메일을 보내고 해서 결국 3만장의 서명을 받았죠.

 

이듬해 9월에 새크라멘토에 버스를 타고 가서 서명 받은 보따리를 풀어놓았고, 2008년 11월에 캘리포니아주에서 '요코 이야기'를 교재에서 퇴출시키겠다고 최종 결정을 하게 됐죠. 그 일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LA교육원과 함께 했던 '역사 퀴즈대회'도 꽤 성공적이었고요, 처음 회장을 맡고 보니 연합회의 재정이 무척 열악했는데, 저를 포함한 다섯 명이 모여서 SAT교재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되기도 했죠.

 

 

* 한류 때문인지 한국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은 높아지는데, 한인학생들의 SAT II 한국어 시험 응시율은 오히려 낮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외국인들은 한류를 즐기기 위해서 또는 비즈니스를 위해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이 한국어를 안 배우려고 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예전에 비해 쉽게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한류 붐이 일면서 영화, 드라마, 음악, TV 예능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 한국어를 접할 기회가 많아졌는데요, 정확한 한국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의미만 통하면 한국어를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거죠. 저는 한류가 한국어 교육에 있어서 오히려 해가 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법, 맞춤법이 다 틀리고 소리 나는 대로 쓰는데도 의미만 통하면 되는 줄 알아요. 물론 한류가 한국에 대한 관심은 더 높게 만들었겠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확한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요?

저도 항상 그 부분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학교로 유도를 할까.. 

3교시까지의 수업 중에 1,2교시는 텍스트북을 해요. 어쨌든 읽고, 쓰고 하는 기본은 정확하게 배워야 하죠. 그리고 3교시 수업은 아이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선생님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가이드 라인만 줘요. 공부와 연결될 수 있는 한국 드라마의 한 토막을 본다던가, 가사가 좋은 랩을 배운다던가, 아이들의 연령에 맞게 제기차기도 하고 딱지치기도 하면서 문화 교육을 시키라고 하죠. 또 요즘은 인터넷에 좋은 동영상 교재도 무척 많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합니다.

 

* 1971년부터 교편을 잡으셨으니까 44년간을 한글 교육에 헌신해 오셨습니다. 가장 큰 보람은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한 5년 정도가 빠지긴 하지만, 어쨌든 제 아이까지 포함하면 한번도 아이들의 곁을 떠난 적은 없는 셈이네요. (미소) 보람은 참 많은데요, SAT 한국어를 가르치고 아이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큰 보람을 느끼죠. 제가 가르친 아이가 글짓기대회에 나가서 윤동주의 시 구절을 인용해서 글을 써서 상을 받았을 때나. 제 강의가 칭찬을 받을 때 보람이 있죠.

 

* 가장 힘드셨던 점은?

글쎄요. 재미있는 기억은 많은데, 특별하게 힘든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 현재 미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글 교육에 대해서 좀 부족한 점이라던가 안타까운 점이 있으시다면요?

많죠.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한류라고 해서 요즘 아이들은 드라마, 게임, TV등을 통해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그 말들이 정확하지 않고 바르지 않은 말들이 많아요. 물론,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해 주는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지만, 틀린 말을 배우거나 대화 상대에 관계없이 반말을 쓴다던가 하니까 꼭 제대로 된 한국어를 배워야 한다는 거에요.

 

표준말의 정의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 이라고 정의되어 있어요. 그런데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출연자들의 언어나 태도는 바른 말, 고운 말, 교양 있는 말과는 거리가 멀지요. 재미위주, 흥미위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뉴스 진행자처럼 정확한 발음으로 정확한 말만을 사용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언어를 통해서 인격을 향상시키고 교양을 쌓는 공부를 시켜야 하겠다. 그런데, 그런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쓰고 있는 텍스트북에 나온 말들만 정확하고 충실하게 배워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TV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로 의사소통을 조금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한글학교에 보낼 필요도 없고, 한글 공부를 시키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 한국학교 선생님들의 노고가 참 많으시지만 모든 선생님들이 국어국문학이나 국어교육학을 전공하신 것은 아닙니다. 선생님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요?

LA한국 교육원에서 하고 있는 교사대학도 있고 학술대회, 교사연수 등 많은 기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비해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도 훨씬 좋아졌고, 꾸준히 지역협회 방문연수도 하고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 미주한국학교연합회에의 많은 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만, 선생님들이 배워서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모델 수업 등의 분반학습이 이루어지기 힘든 점이 현재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무래도 비용이나 시간 등의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대규모로 모여서 강의를 듣는 형태의 교육이 주가 될 수 밖에 없지요. 교사들을 위한 소양교육과 연구발표회 등도 물론 중요합니다만, 개인의 직업이나 가정, 교회의 일들을 병행해야 하는 한글학교 선생님들의 현실을 볼 때 좋은 교수법을 서로 공유하고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늘 하는 말이지만 자신이 한국말을 할 줄 안다고 한국어 선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준비된 선생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항상 노력을 해야 하고, 혼자서 노력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남의 소리를 듣고 배워야 한다.

 

남의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교사연수라던가 학술 대회 같은 곳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여러 사이버 대학 등을 통해서 계속 배워야 한다는 것인데, 비용을 지불해준다고 해도 안 하거나 못하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에요. 일부는 나태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생활여건이 그렇게 허락되지가 않는 거죠. 자기 직업이 있고, 가정을 돌봐야 하고, 교회 일도 해야 하는데 언제 공부하고 시험보고, 교육마다 참석할 수가 있겠어요. 지금 이렇게라도 한국학교가 유지되고 발전되어 올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한글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늘 고맙게 생각하고요. 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힘을 내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 늘 공부하는 선생님들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학부모님들께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일단, 어린 아이들은 개인의 판단력이 흐립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한글을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죠. 그래서 약간은 강제성의 띠고라도 부모가 이끌어 주어야 해요. 지금 한국학교의 학부모들을 보면 자신이 한국말을 배우지 못한 1.5세 부모들이 아주 많아요. 2세인 자녀들에게 꼭 한국어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강하게 느끼고 있는 것이죠.

 

 

* 끝으로 한글날을 맞이하여 한 말씀 하신다면요?

한글이 가장 위대한 문자라는 사실은 우리만의 자화자찬이 아니라 전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모두 인정하고 있는 사실 입니다. 19개의 자음과 21개의 모음을 조합하면 어떤 음성도 표기할 수 있는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며, 전 세계의 3000천 개에 가까운 문자 중에 누가, 언제, 왜 만들었는지가 밝혀져 있는 유일한 문자입니다.

우리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한국어에 대한 중요성과 위대함에 대해 알고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40년 동안 한글 교육을 계속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가졌기 때문이에요. 그냥 내가 한국말을 아니까 한국어를 가르친다. 또는 교회에서 하는 일이니까 봉사로 한다. 개스비라도 벌기 위해서 한다. 한국어 교육에 대한 사명감이나 자긍심 없이 이런 마음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면 첫째로 오래 갈 수가 없고, 둘째로 더 깊이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비록 우리가 영어를 사용하는 미국에 살고 있지만, 우리 한글이 얼마나 위대한 언어인지 바로 알고, 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한글을 가르치고 또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직접 수업에 들어가신다는 안진 선생님께 "아이들을 가르치시는 일이 재미있으신가요?" 라는 질문을 하자, 소녀처럼 해맑은 웃음으로 "그럼요, 난 애들 가르치는 거 좋아요. 하나씩 하나씩 알아가고 깨쳐가는 게 얼마나 예뻐요."라고 답을 했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왔을 때 내가 왜 아무짝에 쓸모 없는 국문과를 나왔을까 하고 후회를 했었다는 안진 선생님. 지난 40년 동안 안진 선생님에게 한글을 배운 아이들이 족히 수천은 될 것이다. 언어는 민족이다. 그러므로 언어를 지키는 것은 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같다. 

 

수천의 한민족을 지켜낸 안진 선생님과 지금도 전 세계 각국에서 우리 민족을 지켜내고 있는 모든 한글학교 선생님들께 가슴속 깊은 곳에서 우러난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Vol.42-1009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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