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마크 현’ 인터뷰 - ‘나’만의 사진을 찾아라.-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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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마크 현’ 인터뷰 - ‘나’만의 사진을 찾아라.-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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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이 사진작가다. 얼마나 됐나?

22년 되었다. LA 다운타운에 있는 트레이드 테크니컬 걸리지에 사진학과가 있었다.(지금은 없어졌다.) 거기서 상업사진을 전공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22년 동안 사진만 했다.

 

* 어떻게 해서 사진작가가 되었나?

처음에는 영화 촬영감독이 꿈이었다. 그래서 25살에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영화 촬영감독을 하려면 사진을 먼저 배운다. 사진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배워야 하는 것들이 있다. 또 사진을 배워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면서 영화촬영 공부를 계속 하고자 했다. 그런데 사진을 배우다 보니까 내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고 점점 사진의 매력에 깊이 빠지게 됐다. 상업사진을 전공하면서 주로 상품 사진을 많이 찍었지만, 혼자 많이 돌아다니면서 풍경사진도 많이 찍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성격이 사진과 잘 맞았나?

내 생각에 사진은 좀 꼼꼼한 사람에게 잘 맞는 것 같다. 물론 과감한 면도 있어야 하지만 꼼꼼하고 세밀한 사람이 사진을 잘 찍는다. 내가 털털한 쪽 보다는 꼼꼼한 쪽에 좀 가깝다. 그리고 여행을 무척 좋아한다.(웃음)

 

* 영화 촬영감독의 꿈을 포기한 것에 후회는 없나?

물론 미련이 있기는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임권택 감독과 항상 함께 하시는 촬영감독 정일성 감독의 영화에 감명을 받아 촬영감독의 꿈을 갖게 되었고, 꿈을 위해 도전했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높았다. 요즘엔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 엄청나게 비싼 학비를 혼자 감당하기란 거의 불가능했다. 사진에 빠진 것도 꿈을 포기한 이유지만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사진만으로도 평생 동안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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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로 어떤 사진을 많이 찍었나?

사진을 직업으로 하고 있으니 공연, 행사, 인물 등 다양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데스밸리를 좋아해서 작품사진으로는 데스밸리를 많이 찍었다. 22년 동안 70회 이상 찾아가서 찍었으니 평균적으로 1년에 3번 이상은 데스밸리를 찾은 셈이다.

 

* 왜 데스밸리인가?

데스밸리는 하얀 도화지와 같다. 똑같은 장소를 가도 바람에 따라서 모양이 바뀌어 있. 같은 스팟에 가도 매번 새로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요즘은 바람의 방향이 어떻게 부는지를 보고 간다. 그러면서 모래의 형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를 짐작해 보고, 어디에 가서 어떤 때에 찍으면 어떤 모양이 나올 것이라고 나름대로 상상을 한다. 그리고 찾아가 보면 그것이 있다. 데스밸리는 오랫동안 찍어도 질리지가 않는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데스밸리를 찍을 것이다.

 

* 사진을 찍는 많은 사람들이 데스밸리를 찾는다. 자신만의 차이점이 있는가?

데스밸리를 찍는 많은 분들이 대부분 아침에 사진을 찍는다

보통 명암이 뚜렷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천편일률적으로 사람들 뇌리에 익숙한 사막의 모습을 찍고, 그래야 보는 이들도 이게 사막이구나라고 반응한다. 하지만, 아마 그 사진들을 모두 섞어 놓으면 어느 것이 누구의 사진인지 알 수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해가 떨어지자마자 그림자가 없을 때 찍는다. 아주 밋밋하다. 그런데 그 밋밋함에서 느껴지는 멋이 있다. 물론, 그런 멋이 어느 날 갑자기 내 눈에 보인 것은 아니다.

 

* 무조건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한 것인가?

사진을 찍은 지 13년쯤 되었을 때 갑자기 내가 왜 이런 사진을 찍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왜 남들이 다 찍는 사진을 찍고 있나 하는 깨달음이었다.

멋진 풍경사진을 보고 저 사람보다 내가 더 잘 찍어 보겠다는 생각으로 유명하다는 촬영 장소를 다 쫓아가서 사진을 찍어봤지만, “조금 더 나은 사진이던 조금 부족한 사진이던 그 차이가 무슨 의미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영혼이 들어있는 그런 사진은 없었다.

 

이런 깨달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만의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런 곳을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지 않는다.

 

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이 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그런 사진을 찍으려고 노력한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리 눈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멋진 장면도 셔터에 손이 가지 않는다.

 

* ‘마크 현만의 사진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는 무엇을 찾아내고 뽑아내는 열쇠는 상상력이라고 한다.

나는 데스밸리가 왜 좋을까? 데스밸리의 무엇에 내가 끌렸을까를 계속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에 어떤 것이 상상이 되고, 데스밸리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곳에 찾아가서 상상속의 그 장면을 만난다. 이제는 더 이상 아무 생각 없이 찾아가서 눈으로 찍는 사진은 찍지 않는다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사진은 감동이 오래가지 않는다.

아름다운 장면을 뛰어난 기술과 감각으로 그대로 스캔한 것을 잘 찍은 사이라고 한다면, 마음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내고 그것을 찾아 나서서 찍은 것을 작품혹은 아트라고 부른다. 이것이 사진에 대한 내 나름대로의 정의이다. 내가 그려낸 이미지를 찾아 담는 것이 만의 사진이다.

 

* ‘만의 사진을 찾았는가?

역시 데스밸리에서 찾았다. 데스밸리는 분명 좋은 장소이고 그래서 계속 찾아갔지만 처음엔 지금의 느낌과는 전혀 달랐다. 오랫동안 눈에 보이는 대로, 감각적으로만 데스밸리를 찍었다. 정말 많은 작가들이 나처럼 데스밸리에서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임권택 감독이 하신 말이 있는데 그분은 남의 작품을 잘 안 본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은연중에 내가 남의 작품을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나만의 것이 나와야 된다고 싶을 때 갑자기 자연스럽게 그 대상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데스밸리의 사막은 한국적인 선의 미를 가지고 있다. 한복의 선과 모래사막의 선이 매우 흡사하다. 그것을 찾았고, 표현하고 싶어졌다. ‘, 여기에서 아름다운 한복의 선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것이 보이고, 깨닫고, 사진으로 표현하기까지 20여 년이 걸린 것이다.

 

* 결과물은 어땠나?

아주 만족스러웠다. 처음으로 스스로 만족한 사진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사막과 한복은 정말 잘 어울린다. 한복의 색깔은 아주 다양하지만, 대부분 하얀색 한복으로 촬영을 했다. 모래사막이 가지고 있는 탁한 노란 톤의 배경과 하얀 한복이 무척 잘 어울리고 한복의 선 또한 사막의 선과 아주 잘 어울린다. 버선코나 배래(한복 소매 아랫부분)의 선처럼 단아한 한복의 선들이 모래사막의 능선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이런 것들을 발견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모래사막의 능선을 보고 한복의 고운 선을 떠올렸을 것이다.

 

* 사진 속 모델은 누구인가?

무형문화재 한량무의 이수자이신 임관규 선생님이다. 그 분과 4년째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그분의 제자 중 한 분을 알고 있었는데 나를 선생님께 소개해 주셨다. 임관규 선생님은 미국에서 1년에 1~2회 정도 큰 공연을 하시는데, 9년 동안 그 분 공연의 촬영을 모두 내가 맡았다.

그러던 중 4년 전에 사막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데 도와주실 수 있으시겠냐고 부탁을 드렸더니 흔쾌히 허락해 주셨다. 

물론 처음엔 쉽지 않았다. 70번도 넘게 촬영을 갔던 데스밸리에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고 어색했다. 두 번째는 몇 분의 제자들과 함께 가서 촬영을 했는데, 처음보다는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다시 선생님과 단 둘이 촬영을 가서 4시간 반 동안 장소를 옮겨가며 즐겁게 촬영을 했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얻었다.

 

* 사막은 빛의 변화가 심하다는데 주로 몇 시쯤 찍는가?

 

사막은 시간대 별로 또 구름과 바람에 따라 그야말로 변화무쌍하다. 내가 가장 선호하는 시간은 해가 지고 난 뒤 30분이다. 그때의 여명이 굉장히 소프트하다. 하지만 해가 지고 난 다음에 디지털 카메라는 그림자가 파랗게 보일 정도로 푸르게 나온다. 이것이 너무 심하면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으므로 잘 조절을 해야 한다. 또 흰색의 한복은 빛이 강하면 소위 말해 날라가 버리기 때문에 빛이 강할 때 찍어서는 안 된다.

 

다음에 계속....


Vol.63-0318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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