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요리사 - 클레어 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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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요리사 - 클레어 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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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꼬르동 블루 (Le cordon Bleu), 영어로 번역하면 The Blue Ribbon이란 뜻이다. 

르 꼬르동 블루는 1895년 프랑스 파리에 설립된 요리전문학교로 세계 3대 요리학교에 속한다. 미국 요리계의 전설이 되는 줄리아 차일드를 비롯한 수많은 유명 요리사를 배출했으며 전세계 15개국에 29개의 해외 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도 지난 2002년 숙명여자대학교에 ‘그 꼬르동 블루–숙명 아카데미’가 생겼다.

패서디나에 있는 ‘LE CORDON BLEU COLLEGE OF CULINARY ARTS’를 졸업하고 현재 믿음캐더링(meet’em catering)을 운영하고 있는 클레어 임 셰프를 만났다.

 

 

• 안녕하세요? 주부들께 요리 강습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주로 프렌치와 이탈리언 요리인데요, 복잡한 요리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집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고 있어요. 더 간단하게 만들면서도 그 맛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 요리는 언제 어떻게 배우게 되었나요?

요리는 스물세 살 때 시작했어요. 원래는 학교에서 pre-med를 했어요. UCLA에서 Molecular Biology(분자생물학)를 전공하고 치대에 가려고 준비하던 중 친한 친구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을 겪게 되었죠. 충격으로 두 달 정도 많이 아팠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 라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래서 패서디나 코든 블루(Cordon Bleu)에 가서 공부를 했고 그때부터 계속 요리를 하고 있어요. 올해로 딱 10년이 되네요. 

 

• 미국에는 언제 왔나요? 

열네 살 때 혼자서 미국에 왔어요. 한국에서는 맨날 놀기에만 바빠서 공부를 정말 못했는데 영어 하나만 잘했어요. 영어 경시대회나 듣기, 말하기 테스트 같은 게 있으면 다 출전했어요. 다른 과목은 성적이 형편없는데 영어 하나만 잘 하니까 부모님께서 얘를 영어로 공부를 시켜봐야겠다고 생각을 하신 거에요. 텍사스 Austin에 아버지 친구분이 한 분 계셔서 한 1년만 보내보자 하셨는데 그게 적중한 거죠. 미국에 오니 과학이든 수학이든 모든 과목들을 영어로 배우는데 너무나 재미있더라구요. 거기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LA에 친한 친구가 있어서 UCLA에 가게 되었죠. 처음부터 의대에 가려고 Molecular Biology를 선택하고 입학을 했어요. 19살 때부터 한 5년 정도 치과에서 인턴을 했죠. 그러다가 친구 소식을 듣게 된 거에요. 신문에도 날 정도로 큰 사고였어요.

 

• 큰 충격을 받았군요.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거였어요.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때까지의 제 삶도 괜찮았어요. 부모님이 곁에 있지는 않았지만 또박또박 착실하게 정해진 길을 걸어가고 있었죠. 그런데 그런 삶에 싫증이 났던 것 같아요. 부모님들이 원하는 대로 유학생이면 의사나 변호사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뭐 그런 방식으로 사는 삶에 염증을 느꼈던 것 같아요. 

 

• 새롭게 선택한 길이 요리였나요?

친구 장례식에 많은 손님들이 왔고, 친구 어머님께서 손님들에게 음식 대접하는 것을 도왔어요. 제가 딸이 되어서 오신 손님들을 대접하는데 정신 없이 일을 돕다 보니 슬픔은 잠시 없더군요. 그 때 요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강하게 느꼈어요. 내가 요리를 해서 와주신 분들을 대접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깊게 들었어요. 

물론 저도 어쩔 때는 요리가 귀찮고 싫어요. 그럴 땐 밖에 나가서 함께 먹고 즐기는 것도 좋긴 한데, 그래도 오시는 분들께 손수 대접하는 것과는 좀 다른 것 같아요. 뭐 특별한 요리도 아니고 아주 평범한 밥, 국, 찌개나 집에서 대충해먹는 스타일의 파스타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좀 따뜻하게 드시게 할 수 있을까.. 저는 그런 마음이 좀 강하게 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체계적으로 요리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패서디나에 있는 ‘LE CORDON BLEU COLLEGE OF CULINARY ARTS’에 들어갔죠. 학비가 비싸기 때문에 낮에는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요리를 배웠어요. 다행인 것은 기간이 1년 6개월로 짧아요. 방학도 없이 일주일에 6일을 아주 Intensive 하게 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4, 5년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 거에요.

 

• 부모님께서는 반대하시지 않았나요?

반대하셨어요. 특히 아버지께서는 강하게 반대하셨죠. 의사 공부할 때는 학비를 지원해주겠지만 요리를 한다면 1전도 없다고 하셨는데 진짜로 그러셨어요. 그래서 론도 얻고, 다달이 나누어서도 내고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들게 다녔어요. 그런데도 너무나 재미있었어요. 그 사이에 내가 끼어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어요.

 

• 원래 어려서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나요?

요리를 좋아했다기 보다는 사람들과 만나고 식사하고 이런 것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셔서 집에 손님이 자주 오셨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를 도와 드리면서 옆에서 많이 보고 그랬던 것이 영향을 준 것 같아요. 


• 요즘 한국에서는 요리프로그램과 셰프들이 인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도 참 좋아요. 물론 자기 매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만, 어쩔 때는 억지로 광대 짓을 해야 하기도 하잖아요. 그래도 그 덕분인지 최근 한국에서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요리사가 꼽혔다고 하더라구요. 물론 언제 바뀔지는 모르지만 그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죠.  

 

아버지께서 반대하셨던 이유가 ‘난 네가 주방에 들어가서 천대 받는 일을 하는 것이 싫다’였어요. 10년 전만해도 주방은 아주 천대받는 일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람들이 매력적으로 생각하고 나름대로 Respect받는 직업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 요리를 배울 때나 일을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어떤 것이었나요?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그런 것은 다 각오를 하는 것이고요. 크리스마스 같은 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없고, 주말도 없고, 새벽에 출근해서 낮에 퇴근하는 등 보통사람의 일상적인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점이죠. 아침에 맛있는 빵을 내놓기 위해선 새벽부터 준비를 해야 하잖아요.

 

• 졸업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졸업하고 바로 뉴욕으로 가서 Private Chef로 일을 했죠. 롱 아일랜드에 있는 한 이탈리안 부호 패밀리의 펜션이었는데 가정식을 하는 셰프, 파티 이벤트를 하는 셰프 등 그 안에서 숙식을 하는 셰프만 여러 명이 있었어요. 거기서 파티 이벤트 셰프로 일을 하다가 LA의 K-Town에 새롭게 오픈을 하는 와인바로 스카우트 되었는데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제가 일하기에 적당한 규모였고 여러 가지로 좋은 조건이었죠. 그 후로 쭉 요리를 하면서 오픈 하는 레스토랑에 셋업도 하고, 프리랜서도 하고, 요리를 가르치기도 하다가 지금은 제 캐더링 컴퍼니를 차려서 웨딩이나 프라이빗 이벤트, 출장요리, 코스메뉴개발 등을 하고 있어요.

 

• 프렌치 요리를 전문으로 하시는 건가요?

네, 그런데 저는 꼭 프렌치 요리만 고집하지는 않아요. 그 시즌에 맞는 로컬 음식 재료를 쓰는 것을 좋아해서 그때그때마다 다른 메뉴를 만들어요. 고정된 세트된 메뉴가 없고, 예를 들어 이러이러한 행사에 20인분의 요리가 필요하다고 주문을 하시면 시즈널한 메뉴로 몇 가지를 디자인해서 옵션을 이메일로 보내드려요. 그러면 거기서 선택을 하시는 거죠. 그래서 매번 똑같지 않고 새로운 요리를 해드리고 있어요. 세트를 구성할 때는 밸런스를 최대한으로 맞추는 것이 중요해요. 이탤리언 파스타를 준비했는데 그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요리를 함께 내서 그 맛을 죽이는 게 아니라 그 맛을 더 살릴 수 있는 샐러드나 요리를 구성해야 하죠. 그렇게 밸런스를 맞춰서 디자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 드시는 것은 어떤 요리를 좋아하세요?

한국 사람이니까 역시 한국 요리를 좋아해요. 그리고 요리를 하면 할수록 나중엔 한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명확하게 들어요. 가정식 한식도 있지만 고급 한식요리를 하고 싶어요. 

아무리 제가 이탈리안이나 프렌치 요리를 공부를 했다고 해도 결국에 제 강점은 한식일 수밖에 없거든요. 이탈리아나 프랑스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공부로 배운 이러이러한 재료를 요리에 써야겠다고 생각하면 그 친구들은 어려서부터 할머니나 아빠가 해주시던 요리를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배운 훨씬 다양하고 좋은 재료를 생각해 낼 수가 있죠, 저는 알 수 없는 재료들을요. 거기서 한계를 느꼈어요. 반대로 제가 미나리나 깻잎을 요리에 사용하면 그 친구들이 무척 궁금해 하겠죠. 거기에 제 강점이 있는 것이죠. 나중엔 건강한 한식을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건강한 한식이라면요?

제게 요리를 의뢰하시는 분들이나 찾아오시는 분들 중에는 유독 몸이 편찮으신 분들이 많아요. 당뇨가 있으시거나 도움이 필요하신 암 환자분들도 좀 계세요. 저는 요리를 할 때 소금과 후추밖에 안 쓰거든요. 다른 향신료를 잘 안 쓰고 가장 싱싱한 재료를 써서 원재료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을 하죠. 그래서 제 요리를 드셔보신 분들이 간이 세지 않고 좋더라, 맛있고 괜찮더라, 이렇게 소개를 해 주셔서 ‘남편이 당뇨가 있어서 요리 배우러 왔어요’ 이런 분들이 꽤 많아요. 그리고 꼭 그렇지 않더라고 요리를 배우시면 쿠키 같은 거 드실 수가 없거든요. 버터나 설탕의 양을 눈으로 확인하시면 아마 못 드실 거에요.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대체할 수 있는지, 조금 더 건강하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려고 하니까 많이들 찾아오세요. 몇 가지 짜고 매운 음식을 제외하면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한 한식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죠.

 

•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간판도 없는 아주 작은 레스토랑을 하나 차려서 제가 만들고 싶은 메뉴를 내놓는, 그날그날 메뉴가 달라지는, 그런 레스토랑을 하고 싶어요. 비즈니스 미팅이라던가 아주 프라이빗하게 찾아와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그런 레스토랑이죠. 물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곳에서 고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하겠죠(웃음)

 

• 지금 주고객층은 어떤 분들이죠?

한국분들인데 2세 분들이 많아요. 외국음식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한국사람이 즐길 수 있는 요리를 외국음식처럼 한 것도 많이 있으니까 좋아들 하시고요, 어른들이 드시기에도 껄끄럽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은, 어른들도 ‘아주 잘 먹었네’ 하실 수 있는 그런 요리들을 지금도 계속 연구하고 있어요.

 

• 요리사가 되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무조건 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요리를 하고 싶은 아이는 요리를 해야죠. 그런데 요리사가 되는 과정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까 그냥 겉모습만 보고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이 많아요. 직접 경험을 해 보고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요리도 공부를 해야 해요. 요리사가 되겠다고 학교 공부를 등한시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죠. 요리도 과학이고, 수학이에요. 과학적 기초가 있으신 분들은 요리를 배울 때도 빨리 이해를 해요. 단백질이 애시드(산)를 만나면 응고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시는 분이 있는 반면 전혀 이해하지 못하시는 분들도 있는 거죠. 베이킹을 할 때 이스트와 소금을 같이 넣으면 부풀지 않는 다는 것은 화학이잖아요? 

 

저도 대학에서 배운 것들이 요리배울 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요리를 하고 싶다면 벽에 부딪히건 나가떨어지건 무조건 직접 해봐야 해요. 지금 말리더라도 언젠가는 시도 해보겠죠. 일단 해보면 ‘나는 소질이 없구나’라는 것은 금방 알게 돼요. 그리고 요리는 엄청난 노동이에요. 진짜 많이 힘들거든요. 그때 포기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여하튼 해봐야 알아요.(웃음)

 

•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우는 것과 주방에 뛰어드는 것 중 어떤 길이 좋을까요?

아이의 재능을 먼저 봐야 할 것 같아요. 후각이나 미각이나 시각이 특별히 발달되었는지를 보고 재능이 있다면 가르쳐야죠. 캐더링 회사나 요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친구들 중에 학위를 받기 위해서 학교에 왔다가 하나도 배울 것이 없다고 나가는 경우가 많아요. 필드에서 훨씬 더 많이 배운다는 거에요.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런 친구들은 인터뷰를 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해서 요리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요리만 배우는 것이 아니에요. 마케팅도 배우고 요리강사가 될 수도 있고 식재료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갈래가 있어요. 하지만 레스토랑에 취직해서 들어가면 오직 그것밖에는 할 수가 없어요.

 

정말 요리에 특출 나게 재능이 있다면 일찍부터 레스토랑에 뛰어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겠지만, 그저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라면 결국 몇 년 후엔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겠죠.

 

• 요리강습을 하실 때 이론적인 것도 가르치시나요?

네, 알려드려요. 소스라던가 기본적인 것들을 알려 드리는데 어머니들 위주로 가르치다 보니까 아이들과 남편을 위한 요리나 손님들이 왔을 때 상 차리는 법 주로 이런 것들이죠. 정말 요리를 하고 싶은 어린 친구들이 온다면 가르치는 내용이 달라지겠죠.

 

• 학생들을 지도해 볼 계획은 없으신가요?

아직까지는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이 없어요. 문의를 한 아이도 없었고요.

 

• 끝으로 ‘요리’란 무엇이 제일 중요한 걸까요? ‘맛’인가요?

음… 그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요. 그 사람의 성의. 나를 기다리면서 요리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던가 그런 게 딱 보면 그냥 느껴지거든요. 아, 이 사람이 정말 수고를 많이 하셨구나.. 그거면 끝인 것 같아요. 맛있다, 맛없다가 아니라, ‘마음’이 들어간 음식이 안 맛있을 수가 없더라구요…

 

 

(denis@caledunews.com)

 

Vol.50-121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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