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2)

윤필립 칼럼

<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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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프랜차이즈부터 전통시장의 작은 가게까지, 죽어가는 곳도 살리는 '미디스의 손', 이랑주박사의 책이다. 교보문고, LG전자, 하이마트, 풀무원, 한솥도시락 등 유수의 기업들은 물론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와 시장에서도 그녀의 컨설팅을 통해 큰 도움을 받았다. 한국 최초의 비주얼 머천다이징 박사로, 1993년부터 13년 동안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이랜드 등에서 근무했다. 그녀는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을 설득해, 일을 접고 세계 일주를 떠났다. 그들의 여행은 단순한 여가 차원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 등을 찾아다녔다. 유럽에 100년, 200년씩 된 시장과 상점 등을 보면서, 한국에 그런 것이 없음이 안타까웠고, 그들에게는 어떤 정신과 노하우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자기 돈을 써가며, 배우는 여행을 선택한 것이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을 도움을 주고, 나아가 한국에 경제, 경영, 비즈니스, 전통, 문화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어서였다.


그 한 예가, 2015년 11월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새 단장을 한 것이다. 새롭게 바뀐 교보문고에 가면 가장 먼저 최대 100명이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5만 년 된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이 눈에 띈다. 그 밖에도 작은 테이블, 소파, 벤치 등 편지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이 300개가 넘는다. 서가 높이는 낮아졌고, 서가 사이의 간격과 통로는 넓어지면서, 시야가 트이고 쾌적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2014년 여름 교보문고 매장을 둘러보던 저자는 어수선한 매장 분위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하늘색 유니폼, 초록색 로고, 파란색 바구니, 매대 위에 넘실대는 남색 천 등 색상에는 통일감이 없었고, 조명은 차갑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책을 읽기에 불편했다. 사람들은 무거운 가방을 멘 채 서가에 서서 혹은 바닥에 주저앉아 책을 읽었고, 이는 다른 사람들의 통행에도 방해가 되었다. 책을 가까이해야 할 아이들 역시 통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매장 어디에도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없었다. 직업병이 발동한 그녀는 교보문고 기획실에 전화를 걸었다. 오지랖도 그런 오지랖이 없었다. 책을 너무 좋아하는 그녀는, '다른 곳은 몰라도 서점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엉뚱한 사명감에 불탔다. 자기소개하고, 책을 좀 더 잘 진열해서 매출을 올리는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교보문고는 흔쾌히 그녀를 강연에 초대했고, 그녀는 세계 일주 중에 만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세상에서 가장 큰 서점,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서점,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물론 그들도 다 알뿐더러 몇몇은 직접 가보기도 한 서점일 것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면서도 자기에겐 적용하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찍은 교보문고 매장 사진을 보여줬다. 매일 겪는 일상의 풍경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추어 보면 얼마나 낯설게 다가오는지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녀가 노린 효과가 그런 것이었다. 


교보문고의 목표는 간단했다. '오고 싶고 머무르고 싶은 서점'이 되는 것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책 읽기에 최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반기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손때 묻은 새 책이 많아진 것에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출판사도 진열할 수 있는 새 책은 줄고, 훼손되어 반품으로 돌아오는 책은 늘어나는 게 골치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교보문고의 변화는 굉장히 반가웠다. 무엇보다 교보문고가 "매장은 브랜드의 철학을 담는 그릇이다"라는 그녀의 조언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변화를 감행했다는 것에 기뻤다. 그녀의 눈에 비친 교보문고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듯했다. 이런 혼란은 통일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매장의 색상에서부터 표가 났다. 교보문고는 이후 본격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교보문고는 책을 사랑하는 문화를 창조해내는 공간이어야 했다. 그러려면 교보문고 매장이 단순히 많은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언제고 찾고 싶은 공간, 독자의 인생과 함께하는 공간이 되어야 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모든 고객에게 친절하고 초등학생에게도 반드시 존댓말을 쓸 것. 책을 한곳에 오래 서서 읽는 것을 절대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이것저것 빼보기만 하고 사지 않더라도 눈총 주지 말 것. 책을 앉아서 노트에 베끼더라도 말리지 말고 그냥 둘 것. 책을 훔쳐 가더라도 도둑 취급해 절대 망신주지 말고 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으로 가서 좋은 말로 타이를 것. 창업주, 고故 신용호 회장의 운영 지침이다. 이 지침만 봐도 창업주가 얼마나 사람과 교육을 중시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브랜드는 분명한 철학이 있어야 하고, 구현해내야 한다. 매장에서 고객을 감동시키는 철학을 담아내면, 그 브랜드는 살아남을 수 있다. 이와같은 브랜드의 철학을 담은 책이 '좋아 보이는 것들의 비밀'이다. 


거산 윤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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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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