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 (2)

윤필립 칼럼

<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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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위해 필요한 서류로서의 학위를 따는 데 불과하다면, 4년이란 시간과 그에 투입되는 비용은 낭비일 수밖에 없다. 기업과 대학은 긴밀한 관계다. 대학 가는 이유 중 90% 이상이 아마 좋은 데 취업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서 대학 졸업장 무용론을 얘기하면 대학으로선 위기일 수밖에 없다. 사실 기업에서 대학 졸업장 무용론을 언급한 것은 오래전부터다. 2004년 코리아리더스포럼에서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대학을 졸업해도 당장 써먹을 수 없고 3~4년 현장에서 교육해야 능력을 발휘한다며 대학교육의 허실을 지적했다.

 

구글은 지사에 수요가 많은 역할인 데이터 애널리스트(Data Analyst), 프로젝트 매니저(Project Manager), UX 디자이너(UX designer) 등이 될 수 있는 6개월 단기 교육 프로그램인 '구글 커리어 자격증(Google Career Certificates)'를 온라인에 개설했는데, 이를 수료하면 채용에서 4년제 학위와 동일하게 취급하겠다고 밝혔다. 교육을 받으려면 월 $49의 비용이 들지만, 이 또한 보조금과 장학금을 충분히 지급하고 있으니, 전 세계 누구나 무료로 현업에서 쓸 수 있는 업무능력을 갖추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이 키우는 인재상과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다를 때, 결국 어떤 인재상이 살아남을까? 당연히 기업이 아니겠는가? 구글의 단기 교육 프로그램이 새로운 대학의 모델이 되는 셈이다.

 

2018년에, 글로벌 기업평가 사이트인 글래스도어(Glassdoor)가 흥미로운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입사 지원자들에게 더 이상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고, 업무능력, 재능 옵션을 강화한 14개의 글로벌 기업이다. 애플, 구글, 홀푸드, 힐튼, 코스트코, 스타벅스, IBM,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이다. 이들은 특정 기업에 대해서 대학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글로벌 기업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국내의 대기업도 대졸 신입 공채를 점점 폐지하는 분위기다. IT기업과 스타트업에선 더더욱 수시채용이 많았고, 학위보다 실무 경력이나 스킬 자체에 더 집중했다. 이런 변화는 대학 학위가 취업을 위해 필수였던 상황을 바꾸는 데 영향을 준다. 2020년 7월 국내 핀테크 기업 토스(TOSS)가 개발자를 채용할 때 대학 학위를 따지지 않았다. 서류 평가 절차를 없애고, 지원자 전원에게 1차로 온라인 코딩테스트를 했다. 실제 개발 업무를 테스트한 것이다.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 기업은 계속 늘어난다. 대학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기도 하다. 과거엔 대학을 가야 했던 이유가, 지금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된 것이다. 그렇다고 교육이 필요 없는 게 아니다. 실제로 기업은 직원 교육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결국, 대학이 살아남으려면 그들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인구 대비 대학 수나 대학생 수가 과하게 많은 건 그만큼 공부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학력 인플레이션 영향이다. 고등학교 졸업만으로도 가능한 일을 지금은 대학 졸업자들이 하고 있다. 환경미화원 모집에 대학 졸업자는 물론이고 석박사 학위자까지 지원한다는 건 학력 인플레이션의 전형적 증거이다.

 

한국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학교와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는데, 미래에 필요치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2008년 9월 아시아태평양포럼(서울)에서 한 말이다.

 

앨빈 토플러의 비수를 꽂은 저 말을 한국의 교육계는 귓등으로 흘려들었다. 엄밀히 교육계라기보단 교육산업계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교육을 비즈니스로만 대한 이해관계 당사자들의 골 깊은 커넥션은 입시공부 중심의 교육이 갖는 문제점을 알면서도, 그걸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해결하려다 보면 자신의 비즈니스에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과 'IT 강국' 이 두 가지를 엄청 좋아하는 한국에서 교육에 대해서만큼은 왜 우물 안 개구리이자 갈라파고스 신드롬(Galapagos syndrome)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돈 때문이다. 오늘의 돈 때문에 내일의 기회를 외면하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면, 그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미래의 우리에게 돌아온다.

 

결국, 미래의 교육은 리더를 키우는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인 판단력, 창의력을 키우고, 인성과 품성, 인문과 교양을 쌓는 것이 교육의 새로운 방향일 수밖에 없다. 폴리매스(Polymath)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지식이 많은 사람을 뜻한다. 한 가지만 깊이 있게 파는 특정 분야 전문가와 달리, 리더나 창업에는 폴리매스형 인재가 유리하다. 인공지능은 많은 지식정보를 갖출 수는 있지만, 그걸 결합, 응용하고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폭넓게 다양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융합형 인재, 곧 폴리매스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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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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