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윤필립 칼럼

파리에서 도시락을 파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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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는 절대적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여전히 사람들은 성공하려면 바빠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은 좋지만, 회사를 이끄는 사람이 업무에만 쫓겨서는 곤란하다. 사장이 하루 12시간씩 일하는 걸 솔선수범이라 생각했다가는 끝이 뻔하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으면, 통찰력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는데 시간을 써야 한다. 사장에게 개인의 시간은 자산과도 같다. 그 시간에 책도 읽고 공부도 해야 한다. 그래야 세상 돌아가는 것도 보이고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보인다.

 

실패한 사업가가 재기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빚 때문이 아니다. '잘나가던 시절의 나'를 한 칸 내려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의 내가 아닌 현재의 나를 정확히 볼 수 있어야 하고, 나를 한 칸만 더 내려놓고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 

 

사업은 '결혼'과 닮은 점이 많다. 나와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해야 행복하게 잘살 수 있는 것처럼, 나에게 맞는 사업을 해야 즐겁게 일하면서도 성과도 올릴 수 있다. 나는 나만의 세 가지의 사업 선정 기준이 생겼다. 1. 경기를 타지 않을 것 2. 돈이 많이 들지 않을 것 3. 내가 잘하고 좋아해서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다시 말해 미쳐서 할 수 있는 일일 것. 명확한 기준에 따라 사업을 선택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흔들림이 사라진다.

 

독서를 힘들어했던 나는 100권 읽기를 강행함으로써 조금씩 책에 익숙해졌고, 지금은 책에서 많은 인사이트를 얻고 있다. 100권의 리더쉽 책을 읽으면서 내게 필요한 부분들만 골라냈다. 그러자 여러 권의 책으로부터 쌓은 지식과 지혜가 무의식중에 녹아들어 자연히 내 것이 되었고, 여러 지식과 지혜를 조합하여 사업에 적용할 수 있었다. 

 

나는 켈리델리를 시작하기 전에 10억의 빚, 실패자라는 낙인에 억눌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끔찍한 과거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기로 굳게 마음먹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하는 데 열과 성을 다했다. 2년에 걸쳐 철저히 시장 조사를 하고 차별화 방안과 전략을 세웠다. 짧은 기간의 급속 성장과 높은 성장세로 이어지는 것은 이 2년의 시간의 덕이 크다.

성공한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때는 언제일까? 바로 '초심을 잃기 시작한 때'라 할 수 있다. 초심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지키기 어려워서 매일매일 되새기지 않으면 어느 순간 다른 것들에 가려 보이지 않게 마련이다. 

 

'초심을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지킨다는 것일까? 사업이 점차 커지고 확장될수록 당연히 사장의 '역할'은 세세하게 바뀌게 마련이다. 허나 '마음가짐'만은 바뀌지 말아야 한다. 특히 그 중에서도 열정과 겸손함 만큼은 끝까지 지켜야 한다. 회사가 커질수록 검소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초심을 지켜야 하는 것의 일환으로서, 내가 지금까지도 일관되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바로 '검소함'이다. 가끔 첫 사업 때를 떠올려 본다. 만약 평소에 조금만 더 검소한 태도를 유지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그랬더라면 회사에 유보자금이 있었을 것이고, 아낀 돈을 효과가 확실한 곳에 썼을 것이다. 그랬다면, 그렇게 참담한 실패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쓸 곳에는 쓰고, 아낄 곳에는 아낀다'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직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다. 즉 비용을 쓸 때는 검소함의 원칙을 따르되,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계속 투자를 늘려야 한다.

 

회사는 돈을 못 벌어서가 아니라 돈을 아끼지 못해 망한다. 기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 검소함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망하지 않기 위해서다. 아무리 매출을 올려 봐야 비용을 관리하지 못하면 회사는 망한다. 실제로 많은 회사가 매출을 올리지 못해서가 아니라 비용을 아끼지 못해 망하는 것이 현실이다.

 

켈리델리는 현재 초밥 도시락 업계에서 압도적인 1위 회사다. 매출액, 시장 점유율, 다른 경쟁업체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휠씬 높다. 우리가 제품의 퀼리티와 서비스 측면에서 최고 수준이라는 건 이미 고객들도 느끼고 있다. 

 

직원들이 마음껏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은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에서만 가능하다. 혁신을 위해 무언가를 기도하고 도전하는 직원에게 그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서는 절대 안 된다. 나는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있는 동안 '더 많이, 안전하게 실패를 경험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바로 이것이 수많은 직원이 더 높은 연봉과 복지를 마다하고 켈리델리에 남아 있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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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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