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협상 수업 - (1)

윤필립 칼럼

하버드 협상 수업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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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MBA에 ‘협상학’을 필수 과목으로 선택한 하버드의 협상연구소에서 수년간 축적한 협상 전략을 연구, 분석한 <하버드 협상 수업>을 소개한다.

 

비틀스(The Beatles) 매니저 브라이언 엡스타인이 비틀스의 첫 영화를 계약할 때 일이다. 당시 예술가 연맹은 영화 제작에 3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었고, 제작자가 엡스타인에게 제시한 금액은 2 5천 달러와 수익의 일부였다. 제작자는 비틀스 측이 합의하면 수익의 25%까지 지급할 생각이었다. 협회에서 보낸 협상 대표는 그 분야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협상 고수였다. 그는 일단 협회 입장을 숨긴 채 엡스타인에게 원하는 바를 말해보라고 했다. 엡스타인은 업계 상황을 잘 모르는 데다 거액의 돈을 만져보지 못한 애송이였다. 그는 무조건 계약을 따내야 한다는 생각에 단호하게 7.5%에서 한 푼도 깎을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비틀스는 영화의 흥행 성공과 상관없이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보아야 했다. 협상의 기본 원칙은 상대가 먼저 가격을 제시하기 전까지 자신의 패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로저 도슨은 서던캘리포니아의 한 부동산 회사 사장이었을 때 잡지사 광고 영업사원의 방문을 받았다. 로저는 이미 승낙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당시 영업사원이 제안한 가격은 2천 달러로, 로저가 보기에도 꽤 적정한 가격이었다. 타고난 협상가인 로저가 순순히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리 없었다. 로저는 자신만의 협상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 광고료를 800달러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즉각 계약을 수락하지 않았다. 그가 보기에는 아직 협상의 여기가 있었던 것이다. 로저는 800달러면 적정한 광고료라 생각하지만 경영진의 결정이 남아 있다며 영업사원의 애를 태웠다. 며칠 후, 로저는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 재정상황이 좋지 않아 경영진이 난색을 표했다고 전했다. 경영진이 제시한 가격이 턱없이 낮아 차마 말하기 미안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수화기 너머로 한동안 침묵이 이어지고 나서야 영업사원은 경영진이 제시한 가격이 얼마인지 물었다. 로저는 미안한 목소리로 500달러라고 대답했다. 놀랍게도 영업사원은 어떤 이의도 없이 그 가격을 수락했다. 순간, 로저는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격을 좀 더 낮출 수도 있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미국 거부 조지 이스트먼(George Eastman)은 코닥(Eastman Kodak company)의 창업주로 공익사업에 열정을 바쳤다. 거액의 자금을 들여 콘서트홀, 기념관, 극장을 지었다. 완공일이 다가오자 수많은 가구업자들이 의자를 납품하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그냥 돌아갔다. 고급 의자회사 사장인 제임스 애덤슨 역시 8억 달러에 달하는 의자 납품 건을 따내고 싶었다. “미팅 시간이 5분을 넘기면 납품 건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하세요.” 비서가 귀띔을 해주었다. 애덤슨은 이스트먼에게 인사를 건네지 않고 대신 찬찬히 사무실을 둘러보고 사무실 인테리어를 먼저 칭찬했다. 이스트먼은 사실 자신이 직접 인테리어에 신경 애착이 있었던 터라,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애덤슨은 창가로 걸어가 창틀을 만지며 말했다. “이 창틀은 영국산 상수리나무 아닙니까? 최상급 품질의 나무죠.” 기분이 좋아진 이스트먼은 사무실 안의 장식들을 소개했다. 그의 이야기는 재료와 색상 선별 등 본인이 디자인한 인테리어로 이어졌다. 애덤슨은 이스트먼의 이야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의 인생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다. 이스트먼은 가난했던 청소부 시절부터 코닥을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었다. 애덤슨은 진심으로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그의 자선사업에 경의를 표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무려 2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심지어 이스트먼은 애덤스에게 오찬을 같이하자고 청하기까지 했다. 애덤슨은 이스트먼과 헤어지기 전까지 납품에 관한 이야기를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의자 납품 건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이스트먼과도 죽을 때까지 친구로 지냈다.

 

미국과 베트남은 1968년부터 파리에서 정전 협상을 시작했다. 당시 미국 측 대표는 가능한 빨리 협상을 끝낼 작정으로 파리의 고급 호텔에 머물며 매일 숙박비를 계산했다. 반면 베트남 대표는 파리 근교의 별장을 빌려 2년 계약을 맺고 장기전에 돌입했다. 미국은 하루라도 빨리 협상을 끝내는 데 급급했고, 베트남은 하루라도 더 협상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협상 주도권을 쥐게 되었고, 무려 4년간의 힘겨운 협상을 통해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협상가는 한번 앉으면 끝을 볼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래야 상대의 지연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만약 협상가가 지연전에 대비해 아무런 마음의 준비를 하지 않으면 결국 백기를 들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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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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