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에서 말하는 다양성의 깊이와 기준

남경윤의 의대칼럼

의대에서 말하는 다양성의 깊이와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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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2차 지원서와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중 하나는 ‘다양성’에 관한 질문이다. 학생들이 2차 지원서의 에세이를 쓰면서 가장 고민스러워 하는 부분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그 이유는 의대가 기대하는 다양성의 깊이와 기준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정해진 답이 수치화 되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미국 사회, 특히 미국 의대에서 생각하는 꽤 수준 높은 현실화된 다양성이 무엇인지 몇 가지 예를 최근 미국 의대연합(AAMC)에서 발표했다. 이 자료들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미국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래스커 상(Lasker Award)을 관장하는 래스커 재단(Lasker Foundation)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클래어 포머로이 박사가 미시건 의대에 지원했을 당시 그녀의 이력에는 포스터 홈에서 자란 경력이 적혀 있었다. 거의 모든 의대생들이 친부모의 사랑으로 자라왔던 것과는 조금 다르게 그녀는 정부가 지정해 준 양부모의 보살핌으로 의대에 지원하는 단계까지 왔던 것이었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온 그녀에게 미시건 의대에서는 찬사를 보내며 합격 소식을 전했고 그 이후 그녀의 인생은 의사, 연구가, 학자, 교육자 및 행정가로 성공가도를 걷고 있다. 

 

참고로 래스커 상에 대해 소개하자면 미국의 노벨상이라고 불리우며 의학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쌓은 학자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이 상을 수상한 인물들 중 많은 이들이 실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1945년부터 주어진 래스커 상 수상자들 중 86명이 노벨상을 추후에 받았으니 명실상부 미국 내 최고 권위의 의학분야 상이 맞다. 이를 관장하는 대표가 바로 양부모 밑에서 자란 것을 떳떳하게 밝히며 의대에 지원했던 인물이니 다양한 배경을 존중하는 미국 사회, 특히 미국 의대의 학생선발 기준을 짐작하게 해준다.

 

최고 명문 의대 중 하나인 워싱턴 대학 세인트루이스의 부학장까지 오른 흑인 빈민가 출신 윌 로스 박사에게서도 또 다른 다양성의 경우를 볼 수 있다. 빈민 중 최빈민으로 구별되며 배고픔과 폭력에 시달리던 전형적 흑인 빈민가 출신 의사인 로스 박사는 현재 위쉬유 세인루이스(Washington University in Saint Louis) 의대 교수이자 다양성 분야 부학장(Associate Dean for Diversity)을 맡아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이 각자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50이 넘은 나이에 의대에 입학한 수잔 왓슨 박사도 참 남 다른 배경을 보이고 있다. 목사로 활동하던 왓슨 박사는 남편이 자살한 이후 의대에 입학하기로 결심했고 현재는 신시내티 의대에서 레지던시 과정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의지의 인물이다. 

 

좀 젊은 인물 중에는 시리아 난민 출신으로 현재 에모리 의대에서 심장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헤발 모하메드 켈리 박사도 있다. 

이들이 바로 미국 사회의 다양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고 미국 의대에서 다양성을 강조하며 2차 지원서에서 특히 집중적으로 지원자들의 다양성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이다. 미국 의대의 논리는 단순하다. 세상에 똑같은 배경을 가진 인물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각기 다른 인격과 배경을 지닌 다양한 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역시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지닌 학생들을 선발하여 그들이 지닌 다양성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것을 돕는 교육을 제공해 궁극적으로 다양화된 미국사회에서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발상이다. 

 

위에서 예로 든 4명 중 윌 로스 박사의 직함이 다양성 분야 부학장이란 점을 상기하자. 한국말로는 어색하므로 원문 그대로 Associate Dean for Diversity of Washington University in Saint Louis Medical School이 그의 직함 중 하나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의대의 참모습이다. 그들이 추구하는 다양화 사회의 모습을 이해하면 학생들이 자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다.

 

이민가정에서 자란 것이 다양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한인학생이 많다. 왜냐하면 자기 주변에는 대부분 이민가정에서 자란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세울 다양성이 그것뿐이라면 그 점을 통해 자신이 다양화 사회에서 의사로 살아 가면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자 한다는 의지를 밝히면 된다. 이민가정 출신 환자들을 제대로 이해해 줄 의사가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성정체성, 경제력, 예체능 분야를 비롯한 특이한 배경 등 아주 많은 분야에서 나타날 수 있다. 종교적 신념까지도 언급하고자 한다면 해도 좋다. 단,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환자를 진료하는데 제약을 두고자 한다는 의견으로 발전하는 것만 아니라면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다양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모두 건강한 삶을 살게 하고자 하는 것이 의대가 학생들의 다양성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지 다름에 관해 우열을 가르는 못난 모습을 보고자 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라는 점은 꼭 기억하자.

 

사람은 모두 다르다. 그 다른 각자의 모습이 아름다운 것이다. 필자를 포함한 우리 부모 세대가 검은 교복에 같은 머리 모양으로 꾸며져서 번호로 불리우며 개성을 말살당하며 살던 그 시절 그 사회와는 절대로 다른 세상을 꿈꾸는 곳이 미국의 의대라는 점을 자녀들에게 꼭 알려주어 그들이 나와 다른 그 누구라도 건강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의사가 되고자 하게 한다면 의대 합격은 당연한 결과가 될 것이다.

 

남경윤  |  의대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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