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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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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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로운 학생과 함께, 학교에서 첫 수업을 진행하였다. 아니 어떻게 보면 학기는 이미 시작하였는데, '그 학생과 내가 함께하는 수업을 오늘부터 처음 시작하였다' 라는 표현이 좀 더 맞겠다.

 

15, 한창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있는 이 아이는,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온 지 이제서야 2년이 조금 넘기 시작한 학생이다.  공부도 곧잘 하고 자신이 맡은 일을 착실하게 잘 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는 칭찬을 많이 받는 학생이다.

 

다만, 아이의 성격이 워낙 독특하다는 평이 있다. 많은 선생님들이 이미 나에게 절대 가르치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라고들 미리 알려 주었다.

 

난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으로 감싸고 그들의 행동을 잘 잡아줄 수 있다고 자신하였기에, 겉으로는 선생님들께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고 말하였으나 속으로는 후후 걱정말아요라고 생각하며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그러나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긴  4시간의 송라이팅 수업을 보냈던 것 같다.

 

*참고로 송라이팅 수업은 주어진 시간 내에 학생이 발매할 앨범을 작사,작곡,편곡 하는, 4시간 안에 곡을 만들어 내는 수업이다.

 

이유인즉슨,

 

무언가를 알려 주려 가르쳐 주려고 하면

, 난 이게 좋아요, 이렇게 해 주세요

어떠한 것이 좀 더 듣기 편하다고 트렌드를 알려주면

, 난 이렇게 하고 싶어요, 이런 걸 해 주세요

어떻게 해야 듣는 이와 부르는 이가 음악 안에서 소통이 가능한 지를 알려주면

, 난 내 이야기만 할래요.”

 

수업이 어느 순간 설득이 되기 시작하였고, 설득이 곧 꾸중으로 번지기 시작하였다.

이 수업은 학생이 원하는 곡을 써주는 희망 성취 수업이 아닌, 프로로 가기위한 냉정한 수업인데 말이다.

사실,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면서  나에겐 두 가지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끝까지 현실을 직시하게 하고, 틀린 부분을 부모님 보다 더 무섭게 알려주며 아이가 올바르게 알게 되기까지 계속 확실하게 수업해 주는 방법.

 

아니면 그 정도 까지는 안 가는 것.

 

그 정도 까지 안 가는 학생들을 내가 덜 사랑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들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더 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소양과, 환경에 어울려질 수 있는 기질이 보이기 때문에 기다려 준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첫 번째 일 때에는, 이 아이가 여기서 나를 미워하거나, 무서워하더라도 이 상황에서 나라도 이 아이들 안 잡아 주면 정말 어른이 되서도 꽉 막힐꺼 같다라는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 바로, 첫 번째 이유가 적용되는 학생을 오랜만에 만나게 된 것이다.

4시간의 송라이팅 수업이 평소에는 너무 짧다라는 느낌이 많았었는데, 정말 간만에 4일같이 길게 느껴지는 수업을 진행했다.

 

다행히, 수업의 마무리 에서는 자신의 성격적인 문제가 음악을 가로 막았고, 그 아이의 탈렌트를 가려왔다는 것을 알게되었는지 한참 울다 나에게 "죄송해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이야기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제목 그대로 오늘 난 '적반하장'이었다.

 

'내가 더, 학생에게 배웠다 '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은 하루이다.

 

 

 

 Francis Kim | EEI NExtGen Director

 323-868-3669 / eeimastar@gmail.com


Vol.69-04192016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1-25 07:10:10 EEI 실용음악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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