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소리- 불안과 공포 (01)

완결된 칼럼

마음의 소리- 불안과 공포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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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인간이 동물이나 천사라고 할 것 같으면 불안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중략¡¦¡¦)인간은 불안을 가지는 자요, 그가 가지는 불안이 깊으면 깊을수록 그만큼 그 인간은 위대한 것이다.” 

                                                                                         -키에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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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감정은 이성보다 앞서는 것인가? 

방영한 지 꽤 오래되었지만 한국에서도 인기 있었던 미국드라마 ‘스타트랙’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인물들은 우주왕복선 엔터프라이즈호를 타고 우주를 누비며 모험을 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지휘를 맡은 커크 선장(Captain Kirk)은 다혈질이며 감정에 잘 휘둘리고 규정 따위는 쉽게 무시하는 인물이다. 그에 반해서 동승한 스팍 박사(Dr. Spock)는 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다. 이 둘의 갈등이 드라마의 주요 소재 중에 하나였다. 위기에 빠지면 커크 선장은 쉽게 불안에 휩싸이고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만, 또한 인간적으로 행동하고 강한 리더십을 보여주어 부하들의 지지를 얻었다. 그에 반해서 스팍 박사는 합리적으로 판단하지만 감정이 배제된 듯한 비인간적인 모습으로 비춰졌다. 

 

우리는 종종 어려운 결정에 부딪힐 때 감정과 이성이 서로 다투고 있다고 말한다. 의식적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하지만 종종 두려움과 불안에 빠져서 감정적인 결정을 내리고 후회하기도 한다. 감정에 휩싸여 어느 것이 더 옳고 유리하냐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론 무엇이 더 옳고 이로운 알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도 있다. 감정과 이성이 가리키는 것이 서로 다른 경우다. 마치 마음속에 커크 선장과 스팍 박사가 함께 있는 것처럼 다른 목소리를 낸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경우를 흔히 “머리와 가슴이 싸운다.” 또는 “이성과 감정이 부딪힌다.”고 표현한다.

 

2) 불안(uneasiness)과 공포(fear)는 생존을 위한 감정이다.

실제로 이렇게 우리의 감정과 이성은 분리되어 늘 싸우는 속성을 가진 것일까? 이런 이분법적인 생각이 지배하던 20세기 초반, 행동주의 심리학자였던 하버드 대학의 스키너((Burrhus Skinner)교수는 자신의 책 ‘월든 투(WaldenTwo)’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우리 모두는 감정이 무익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감정은 마음의 평화를 찾는데 나쁠 뿐만 아니라 혈압에도 좋지 않아요.” 하지만 근래에 와서는 이처럼 감정과 이성을 별개로 생각하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옳지 않으며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감정이 이성보다 앞서는 것이라는 생각도 사실은 매우 잘못된 것으로 간주한다.

 

여러 가지 감정 중에서도 이성적 판단에 큰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과 안위를 위해 유리하도록 진화되어 온 감정이 바로 불안(uneasiness)과 공포(fear)다. 불안과 공포는 다치거나, 불리해지거나, 생명이 끊어질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즉 생존과 안전이 위협받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다. 이는 생명을 유지하고 자손을 번식시키는데 꼭 필요한 감정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동물들이 가지고 있다.

 

3) 불안은 경험에서 온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다. 예를 들면, 동물원에서 뛰쳐나온 사자를 보고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목숨을 부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시험을 앞두고 불안감을 느끼는 학생은 비록 마음은 괴롭겠지만 천하태평인 학생보다는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불안의 감정은 매우 ‘적응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불안은 근심과 걱정으로 인해 마음이 죄어지는 느낌, 숨이 차고 빨라지는 맥박과 호흡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증상이 더 심해져서 안절부절 못하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심지어 기절하는 상황이 발작적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가 공황발작이다.

 

불안은 뇌의 측두엽 안쪽에 위치한 아몬드만한 크기의 편도핵(amydgala)에서 시작된다. 물론 그 외의 다른 부분도 관여를 하지만 불안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편도핵이다. 이 영역은 불안 외에 분노, 기쁨 등 다양한 정서반응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가 손상되면 두려움이 감소하고 양순해지는데 이런 현상을 ‘클뤼버-부시 증후군(Kluver-Bucy syndrome)’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폭력적인 범죄자를 대상으로 공격성을 줄이기 위해 편도핵을 잘라내는 수술을 시행한 실험에 의하면, 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공격성향은 줄어들었으나, 성욕과 식탐 등에 대해 절제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음으로 이 시술은 곧 중지되었다. 

 

불안은 다가오는 상황에 대해 몸이 미리 준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불안을 느끼면 몸은 혈압을 높이고 맥박을 빠르게 하여 판단을 담당하는 뇌와 움직임을 담당하는 근육에 혈액의 공급을 원활하게 한다. 아드레날린이 증가하여 각성도가 증가하고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준다. 이는 넓은 초원에서 동물을 사냥하고 육식동물의 위험을 피해야 했던 우리 선조인 원시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기능이었다. 

 

또한 불안은 다른 감정이나 정보들보다 빠르게 전염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불안해하거나 무서워하면 옆의 사람들도 불안하거나 무서워한다. 오랜 옛날부터 집단생활을 이어온 인간은 다른 사람의 불안과 공포를 금세 알아차리고 이를 정보로 이해하고 타인에게 빨리 전달해야지만 위험에 대비하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것이 불안과 두려움이 다른 어떤 정보보다 빠르게 퍼지고 전염되는 이유이다.

 

4) 공포는 특정한 대상을 향해 발현된다.

공포는 불안과 비슷하지만 주로 특정한 대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작은 벌레를 보고 이유 없이 불안해지는 경우, 우리는 공포증이 있다고 한다. 작은 동물이나 곤충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뾰족한 물건의 끝을 보면 두려워서 견딜 수 없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공포증의 원인은 무엇일까? 미시간 의대 정신과 교수인 랜돌프 네스(Randolph Nesse) 교수는 공포증의 대상이 과거에는 합당한 적응적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가장 흔한 공포증 중 하나로 광장공포증을 들 수 있는데, 이는 혼자 있거나 멀리 떠나는 경우에 유발된다. 사회공포증도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데, 이는 낯선 사람들과 같이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공포증이다. 그리고 높은 곳, 고양이, 뱀, 쥐, 피 등 특수한 대상에 대한 공포증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공포증들을 잘 살펴보면, 모두 과거 우리의 선조들에게서 일어나곤 했던 매우 위험한 상황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과거의 경험이 쌓여 우리의 유전자 속에 입력된 위험에 대해 발현되는 불안이 공포증이라는 주장이다. 일례로,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고양이는 개보다 덜 위험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살던 곳에서는 사자나 호랑이, 표범과 같은 고양잇과 육식동물이 상당한 위협이 되었을 것이다. 이것으로 현대에도 개 공포증보다 고양이 공포증이 더 많다는 사실을 설명할 수 있다.

 

5) 불안과 공포의 조절 요령

불안과 공포는 고층건물에 설치된 화재경보기에 비유할 수 있다. 화재경보기는 화재를 감지할 경우 신경이 곤두서는 소리와 불빛으로 건물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위협을 알리고 반응하도록 한다.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장치인 것이다. 그러나 화재경보기의 센서를 지나치게 예민하게 설정할 경우, 우리는 별일이 아닌데도 매번 울리는 경고음을 듣고 대피해야 하는 등 건물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가 없게 된다. 위험한 상황에서 불안과 공포의 감정들은 매우 큰 도움이 되지만, 너무 과하면 항상 불안에 휩싸이고 공포감에 시달려 행복한 일상을 제대로 누릴 수가 없다. 스트레스로 작용되어 자칫 정서적, 육체적인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불안과 공포는 우리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센서의 민감도는 적당하게 조절해야 한다. 불안이나 공포가 밀려올 때는 이성적으로 스스로를 설득을 해보자. 불안은 이성에 영향을 주는 감정이므로 이성적인 상황분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스로 하기가 어려울 경우 나를 대신해서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봐 줄 수 있는 친구나 학급동료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좋다. 불안감이나 공포감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경우에는 마음치료클리닉 등 전문 치료 기관을 찾아 도움을 받아야 한다. 오랜 기간 동안 정신의학자들은 불안과 공포를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하는 수많은 치료방법을 연구해 왔다.


다음에 계속...

 

이학박사 김태경 원장

마음치료클리닉 (213) 500-4813

[이 게시물은 관리자님에 의해 2017-07-08 06:17:55 김태경 칼럼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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