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 헐리웃 유리천장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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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 헐리웃 유리천장을 두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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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아시아인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Crazy Rich Asians)>가 박스오피스 3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2일, 경제전문지 마켓와치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노동절 주간을 맞이해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번째 주말의 영화 수입은 2,220만 달러였으며, 월요일까지 약 2,700만 달러에서 3,000만 달러 사이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노동절 주간 기록은 2007년 '할로윈'이 세운 3,060만달러였다.

실제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 는 노동절 연휴 4일 동안 2,857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역대 노동절 연휴 3위의 기록이다. 

9월 6일 현재까지 미국 내 수입은 1억2천만 달러를 넘어섰다. 제작비 3천만달러는 이미 초과한 지 오래다. 또한, 이 영화는 올해 들어 3주 연속 1위를 지킨 영화 4편 중 하나가 되었다. 나머지는 <주만지>, <블랙 팬서>, <어벤져스> 등의 헐리웃 블록버스터 대작이다. 프렌차이즈가 아닌 단독 영화로는 유일하게 3주 연속 1위를 차지한 것이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는 중국계 뉴요커 레이첼 추(콘스탄스 우)가 남자친구 닉 영(헨리 골딩)의 고향인 싱가포르에 동행했다가 상류사회를 경험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말레이시아 출신 중화권 스타 양자경, 한국계 배우 켄 정, 중국계 여배우 아콰피나 등이 출연했다. 중국계 미국인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제작 및 배급은 워너브러더스가 맡았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주요 배역에 아시아계 배우들이 포진한 영화를 내놓은 건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조이 럭 클럽>(1993) 이후 무려 25년 만이다.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여전한 미국 헐리웃에서 25년 만에 처음으로 전원 아시아인으로만 캐스팅한 영화의 대 흥행은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 내 아시아계 유명 스타들은 상영관 표를 사들인 뒤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 영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가수 에릭 남은 자신의 형제들과 뜻을 모아 고향인 애틀랜타의 한 극장 전석 티켓을 구매해 지인 및 팬들에게 나눠줬다. 이 소식은 CNN에 보도되기도 했다. 에릭 남은 SNS에 “미디어에서 잘못 그리는 아시아인의 모습에 지쳤어요. 우리가 여기에 있고, 어떤 것을 할 수 있으며, 얼마나 중요하고,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이런 결심을 했죠. 우린 기술자, 수학을 잘하는 괴짜, 닌자 같은 자객이 아니에요. 우린 똑똑하고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아니 그 이상이니까요.”라고 적었다.

원작자 케빈 콴과 감독 존 추는 여러 제작사로부터 러브 콜을 받았는데 가장 큰 금액을 제시한 곳이 ‘넷플릭스’였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3부작까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케빈 콴과 존 추는 “100% 동양인 배우로 캐스팅한 이 영화는 스크린에 걸려야 한다.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성공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한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주연 헨리 골딩과 감독 존 추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존 조가 주연하고 인도 출신 아니쉬 차간티 감독이 연출한 영화 <서치 (Searching, 2018)>상영관의 전석 티켓을 구매했다고 한다. <서치>는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당신들은 정말 미쳤고(Crazy) 부자(Rich)군요!”라고 위트 있는 감사의 말을 했다고 한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성공은 화이트워싱(원작 캐릭터의 인종을 무조건 백인으로 바꾸는 행태)이 횡행하던 미국 영화계에 경종을 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영화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분수령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이 ‘블랙팬서’에 대해 보인 반응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헐리웃에선 인종의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말한 <서치>가 그렇고, 동명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 한 디즈니의 <뮬란>에도 백인이 아닌 유역비, 공리, 이연걸 등 중국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됐다.

‘넷플릭스’에서 흥행 돌풍을 이어 가고 있는 영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도 그렇다.

영화의 원작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제니 한의 동명 소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To All the Boys I’ve Loved Before)>로 이 소설은 10대 소녀 라라 진이 그동안 짝사랑했던 다섯 명의 남자에게 쓴 편지가 의도치 않게 제 주인을 찾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은 15개국에서 출간되고 <뉴욕 타임스> 40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이 영화 역시 동양인 배우가 주연으로 발탁돼 한국계 미국인을 연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는 한국 음식과 한국 야쿠르트, 마스크 팩이 자주 등장한다. 심지어 ‘한국식 요구르트’로 등장하는 야쿠르트가 SNS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영화가 공개된 이후 ‘야쿠르트’의 트위터 멘션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올해 6%나 하락하던 야쿠르트사의 주가가 영화를 공개한 8월 17일 이후 순식간에 2.6%나 상승했다.

동양인 배우와 감독들이 극장 전체를 빌려 응원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화의 흥행 요소는 결국 인종을 넘어선 공감이다. 개봉 후 4주 차에 접어든 영화지만 동양인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고 입소문을 접한 다양한 인종들의 티켓 파워가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8월 24일 개봉한 <서치>의 주연배우 존 조의 인터뷰도 백인들의 두꺼운 유리 천장으로 뒤덮인 영화계가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가 이 영화 <서치>를 사랑하는 이유는 모든 차별이 지나간 일처럼 느껴지는 미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연기한 한국계 미국인 ‘데이빗 킴’에 대해 굳이 설명하지 않았고, 그럴 필요도 없었거든요. 길고 길었던 차별의 멋진 마무리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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