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에듀THE인터뷰 - 서니힐스 교사 조셉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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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특집> 캘에듀THE인터뷰 - 서니힐스 교사 조셉 옥

관리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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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니힐스 하이스쿨 한국어 교사 겸 남자 농구팀 헤드코치이자 어시스턴트 애슬래틱 디렉터를 맡고 있는 조셉 옥입니다.

 

* 이 학교에서 근무하신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교사로 근무한 것만 따지면 15년, 코칭은 23년 됐습니다. 

1997년에 서니힐스 하이스쿨을 졸업했습니다. 학교를 다닐 때 농구를 했는데 농구를 너무나 좋아했습니다. 하는 것도 좋아하고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농구팀 어시스턴트 코치를 맡았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오후에는 여기(서니힐스)에 와서 코칭을 했죠. 그러다가 지금은 이 학교의 한국어 교사가 되었으니까 고등학교 4년을 포함하면 27년을 이 학교에서 보냈네요. 제 인생의 거의 전부를 이곳에서 보냈고 지금도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 처음부터 한국어 교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아니오, 저는 칼폴리 포모나 대학교에서 비즈니스를 전공했어요. 비즈니스를 전공하고서 잡을 찾으려고 했지만, 저는 농구를 가르치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계속해서 농구 코칭을 하고 싶으니까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육 선생이 되려고 했죠. 그런데 제가 서니힐스에 다닐 때 계셨던 한국어 선생님께서 체육 선생도 좋지만 한국어 교사가 되면 어떻겠냐고 조언을 해 주셨어요. 지금은 이 학교에 안 계시지만, 그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한국어 티칭 크리덴셜을 따서 한국어 교사가 됐습니다.

 

* 농구팀 코치를 하고 싶어서 한국어 교사가 되신 거네요?     

 

네, 그런 셈이죠. 말씀드린 대로 대학을 통학하면서 아침에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서니힐스에 와서 농구 코치를 했어요. 너무 좋아했거든요.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농구에 완전히 미쳐버려서 수업 듣고, 농구하고, 그게 제 생활의 전부였어요.(웃음)

 

 

* 어릴적 부터 농구 선수가 꿈이었나요?      

 

아니요. 전혀 아니었고 뭐가 되고 싶었었는지 생각도 안 나요. 항상 운동을 좋아했던 것은 기억하지만, 미국에서 와서 처음 농구를 접했을 때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거의 매일 했어요. 먹고 자고 농구하고..(웃음) 물론 학교 공부도 하긴 했지만, 매일 농구를 했어요. (웃음)

 

*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요?     

 

저는 골을 많이 넣거나 그런 선수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뛰면서 팀플레이를 하고 포인트 가드로서 팀을 매니징하는 그런 역할을 많이 했었어요. 팀 멤버로 뛰면서 했던 경험도 너무 좋았고, 졸업할 때쯤 되니까 이대로 끝난다는 게 정말 아쉬운 거에요. 그래서 어떻게든 농구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 때 코치가 그럼 어시스턴트 코치로 도와주겠냐고 권해서 아무 고민없이 받아들였죠. 보통 그런 경우엔 1~2년 정도하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1993년부터 이 학교 학생으로 있었고, 1997년부터 코치로 계속 있는 거니까, 23년 동안 농구 코치로 생활을 하고 있으면서 5년째 농구팀의 헤드 코치를 맡고 있습니다. (웃음)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약간은 리더십을 필요로 하는 그런 역할을 해서 그런지 저는 코칭하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학생들을 도와주면서 선수로 키우는 거. 9학년으로 들어와서 12학년이 되어 졸업해 나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너무 즐겁습니다. (웃음) 

 

* 써니힐스 농구팀은 잘 하나요?      

 

네, 뭐 잘할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긴 한데(웃음). 써니힐스는 공부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운동도 꽤 잘 하는 편이에요.

 

* 농구팀 코치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2004년에 우리 학교가 CIF(California Interscholastic Federation)에서 우승을 한 적이 있어요.  그 때가 인상에 많이 남아 있죠. 그 당시에는 꽤 빅 딜이었어요. 우리 학교가 처음으로 CIF에서 우승을 한 거였기 때문에 제가 스태프 멤버로서 있을 때 우승을 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때 잘하던 학생 중의 한 명이 한국 학생이었는데 그것도 참 좋았고요. 그런 기억들 때문에 지금까지도 이 일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 농구 지도를 하면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인가요?    

 

농구라는 것을 가르치면, 특히 공립학교에서 농구를 지도하면서는 항상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만은 없어요. 해마다 들어오는 학생들이 다른데 그걸 컨트롤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죠. 아무래도 못할 때가 힘들죠. 처음부터 빌드업을 해야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고요. 경기에서 많이 질 때, 또 가르치는데 학생들이 빨리 습득하지 못하거나 그럴 때 좀 힘듭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다 재미있어요. 경험할 당시에는 전혀 재미있지 않지만요. 하하(웃음)

 

* 제일 기억에 남는 제자나 선수가 있나요?    

 

예, 있습니다. 그 선수가 지금 저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2010년에 졸업한 제이 변(변재현)이라는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가 있을 때 2010년에 저희가 리그에서 우승을 했어요. CIF에 진출해서 최종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제가 가르치는 한국어반에 들어와서 농구팀 선수로 4년을 뛰었고, 우리 학교에서는 영웅이었죠. 아주 기억에 남는 학생이었는데, 그 학생이 대학을 다니면서 자기도 농구 코치를 하면서 선생님이 하고 싶다고 저를 찾아왔어요. 어시스턴트 코치를 하면서 도와 주겠다고 해서 계속 연락을 유지했고 결국 우리 학교에 오게 됐는데, 지금은 우리 학교의 수학 선생님이에요. 수학을 가르치면서 학교의 여자 농구팀을 담당하고 있어요. 저희 여자 농구팀이 2년 전에 정말 좋은 성적을 냈어요. 남가주 지역에서 우승을 해서 스테이트 플레이오프 파이널까지 진출했죠. 그 때 한국신문에도 크게 나왔어요.

제게는 제자이면서 동생이고 가족이라고 말할 만큼 아주 가까운 사이고 친합니다. 제가 가르치던 학생이 이제는 제 동료가 되어서 거의 매일 연락을 하는 사이가 되었죠. 이런 질문을 들으면 0.1초도 망설임 없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친구죠.

 

* 그 분에게도 조셉 선생님이 큰 의미가 있는 분 이시겠네요.    

 

네, 뭐.. 아마...(웃음) 그러면 좋겠죠. 그 분의 인생에 제가 그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면 저는 너무나 감사하죠. 지금 너무 훌륭하게 잘 하고 있으니까요. 나이는 저보다 많이 어리지만 그 분과 얘기를 하면, 혹시 나중에 만나보면 아시겠지만 아주 어른 같아요. 저는 정말 프라우드하죠. (웃음)

 

* 만약 고등학교 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지금 이 자리에 계시겠습니까?    

 

예, 정말로 그럴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 이 일을 하고 있지 않다면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생각도 못해봤어요. 아마도 뭔가 스포츠에 관련된 일이겠죠. 어렸을 때 스포츠 방송을 보거나 라디오 중계방송을 들으면서 따라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스포츠 중계나 그런 일일까요? 그런데 정말, 지금 이 일이 아니었으면... 모르겠어요. 아마 똑같은 길을 왔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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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분들이 어떻게 되세요?     

 

딸 아이가 지금 다섯 살 그리고 아들이 한 살 반. 이렇게 있습니다. 하하.. 그래서 집에 가면 좀 바쁘죠. (웃음)

 

* 아이들도 크면 운동을 시키실 생각이신가요?    

 

아직은 잘 모르지만, 딸 아이는 운동같은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지금은 공주 놀이 뭐 이런걸 좋아하고...(웃음) 하지만, 원한다면 얼마든지 서포트해 줄 생각입니다. 아들은 농구장에 와서 농구 보는걸 좋아해요. 공들고 따라다니면서..(웃음) 아무래도 제가 하는 것을 많이 보니까 나중에 운동 쪽에 관심이 많을 것 같아요.

 

* 학부모님들 중에는 운동을 꼭 시켜야겠다는 분들도 있고, 공부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운동이냐는 분도 있을 텐데 어떤가요?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까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가족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아요. 요즘은 2세나 3세 학부모님들도 많이 계시는데요. 한국 부모님들을 보면 옛날에 이민을 온 저 같은 1.5세나 1세대의 부모님들은 아예 운동 쪽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셨어요. 공부만 열심히 해야 잘 된다 하셨는데, 요새는 한국 부모님들도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자 이런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보기 좋죠 저는. 또 운동 경기를 하면 예전에는 한국 부모님들은 일 하느라 바빠서 경기를 보러 오지 않는것이 당연한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한국 부모님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서포트도 많이 해 주십니다. 정말 보기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랬으면 좋겠어요. 물론 공부도 중요하죠. 공부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정말 격려해주고 싶고, 더 서포트 해주고 싶고 그렇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 장단점이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농구라는 스포츠가 한국학생들에게 다소 불리하지 않을까요?    

 

힘들 수 있지요. 하지만 모두가 프로 농구 선수가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원한다고 해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정말로 낮습니다. 대학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아들은 잘하니까 대학교 팀에도 들어가고 스칼라십도 받아야지. 정말로 힘듭니다. 저~엉말로 힘들어요. 아시안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은 정말로 힘듭니다. 누구한테나. 

그래서 여기서 팀으로 뽑히게 되어 운동을 하게 된다면,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더라도 팀에서 자기 역할을 맡아서 열심히 4년 동안 운동을 한다면 그 경험 자체는 정말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스쿨 생활을 하면서 이런 팀의 일원으로 4년 동안 희생하며 생활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정말 값진 경험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요즘은 정말 운동을 잘하는 한국 학생들도 많아서요 점점 더(트라이아웃을) 많이 봅니다.

 

* 팀원이 몇 명이나 되나요?    

 

대표팀(Varsity), JV(Junior Varsity)팀, 소퍼모어 팀, 프레쉬맨 팀 이렇게 네 팀이 있는데요. 한 팀당 13명에서 15명 정도 되니까 모두 합하면 50명이 좀 넘습니다. 각 팀마다 코치가 따로 있고, 제가 전체적으로 관리를 하고 있죠. 학생들을 거의 매일 보기 때문에 한 명 한 명 유심히 봅니다.

 

* 팀에 뽑히는 것도 쉽지 않겠네요?    

 

네, 쉽지 않죠. 트라이아웃을 하는데, 농구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꽤 많은 학생들이 나옵니다. 팀원을 매년 새로 뽑는게 아니고, 새로 생긴 자리만 충원을 하기 때문에 매년 3~4 자리 밖에 없는데 지난 번 트라이 아웃에는 60명이 넘게 왔어요.(웃음).

 

* 좋아하는 것은 물론, 아주 잘해야만 뽑히겠네요.    

 

네, 어느 정도는 해야죠(웃음). 어느 정도는 잘 해야 하지만, 팀에 '무엇을 줄 수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슈팅도 잘 하고 드리블링도 잘 하고 다 잘해야만 뽑는게 아니라, 한 가지라도 저희 팀에 필요한 재능이 있으면 뽑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리바운드를 잘 한다거나, 스크리닝 셋업(수비)을 잘 한다거나 그 시점에서 팀에 꼭 필요한 부분을 갖고 있으면 데리고 오기도 하죠.

 

* 코칭을 하시면서 가장 큰 보람은 제이 변 선생님의 경우라고 생각하면 되겠군요?    

 

네, 그렇죠. 그런데 그런 스토리가 많이 있습니다. 제가 코치한 선수들이 졸업을 해서 여러 분야에 진출해 사회 생활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성공적으로 잘 사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요. 

 

* 졸업한 제자들 중에 선생님을 찾아온다거나 연락을 하면서 지내는 분들도 있나요?     

 

네, 있어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몇 달에 한 번씩 또는 일년에 한 번씩이라도 연락을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드린 제이 변 코치와 함께 다음주 땡스기빙위크(인터뷰일 기준)에 서니힐스 농구팀 출신 '리유니언'을 하기로 했어요. 서니힐스 남자 농구팀, 여자 농구팀 출신들이 모두 함께 모이는 리유니언 행사를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는 했는데, 몇 명이 올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그런 자리를 만들어서 서로 연락하고 네크워킹을 해서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지속적으로 유대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처음이라 많이 모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무척 뜻 깊은 모임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 미국에는 언제 오셨나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초등학교 4학년 때 이민을 왔어요. 아버님께서 미국 유학을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 1~2년 정도 미국에 다녀 간 적이 있었고, 최종적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온 가족이 이민을 왔죠. 처음 이곳(풀러튼)으로 이민을 와서 선셋레인(초등학교) 나오고, 팍스 주니어 나오고, 서니힐스 나오고.. 지금도 계속 이곳에 살고 있어요. 지금 아이가 둘이 있는데 큰 애가 지금 휘슬러 킨더가든에 다니고 있어요. (웃음) 

 

* 비즈니스를 전공하신 이유는 뭔가요?    

 

정확히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를 전공했는데요.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했고, 초등학교까지 한국에서 다니다가 왔으니까 한국어에 대한 기초는 어느 정도 돼있었죠. 또 학교에 선택과목으로 한국어가 있다는 게 참 좋았어요. 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나중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를 선택하게 됐어요.

 

* 혹시, 부모님께서 권하신 건가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슈어런스 관련해서 사업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한국어와 영어를 다 사용하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래서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를 선택했는데요. 지금 만약에 다시 하게 되면 바로 학교 선생님이 되는 쪽을 선택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체육 크리덴셜을 땄어요. 혹시라도 제가 학교를 옮기게 되면 아마도 그 쪽에는 한국어 클래스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말씀드린 대로 원래는 체육 선생님이 돼서 농구 코치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 지금 선택하신 이 길을 부모님들께서 반대하시지는 않았나요?    

 

처음엔 많이 반대하셨죠. (웃음) 그때는 많이 반대하셨지만, 얼마 전 저희 부모님들과의 대화 도중에 "네가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그때는 내가 왜 말렸는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제가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직업을 찾기 위해서 잡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저를 인터뷰하신 분이 서니힐스 출신이셨어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잡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서니힐스에서 무슨 무슨 활동을 하고 이런 얘기로 완전히 바뀌어 버린 거에요. 그러다가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 깨달았죠. 

'아, 나는 이 길이 아니다. 나는 다시 고등학교로 돌아가서 이걸 하고 싶다.'(웃음) 

 

부모님들께 말씀을 드렸더니 당연히 반대를 하셨죠. '그 길은 아닌 것 같다. 교사 연봉이 많지도 않은데, 어떻게 먹고 살 거냐.' 그때 부모님의 마음은 얼마든지 이해를 하죠. 100% 이해를 합니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젊은 나이니까 더 좋은 직업을 갖고 더 잘 먹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게 당연한 부모님의 마음이죠. 

 

공부만 푸시하는 부모님들의 마음도 다 이해를 합니다. 저도 나중에 그럴 수도 있을 거에요.(웃음) 그런데 학생을 진짜 위해서라면 정말 속마음이 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해요. 왜냐하면 이야기를 잘 안하는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때는 부모님과 소통이 잘 안되는 나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물어보면 다 얘기를 해요.(웃음) 한국어반에서 일기를 많이 쓰거든요, 또 선생님에게 한국어로 편지를 써보라고도 하는데 그럴 땐 정말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옵니다.(웃음) 물론, 학생의 프라이버시니까 정말로 위험한 게 아니라면 부모님께는 얘기는 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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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써니힐스에서 한국어반을 맡고 계신 거지요?     

 

네, 현재 서니힐스 하이스쿨에는 2명의 한국어 교사가 있는데 모두 9개의 한국어 클래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농구 코치도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 제가 4개의 반을 맡고있어요. 

 

* 한국어 반에 타인종 학생들도 많이 있나요?    

 

오죠. 많이 오는데, 1단계 그러니까 레벨 1하고 레벨 2에 많이 옵니다. 처음부터 한국어를 시작해 보고,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친구들이죠. 제가 처음에 한국어를 가르칠 때는 레벨 1, 2를 맡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제가 상위 레벨(레벨 4, 5)을 맡고 있어요. 

 

*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제일 좋은 점과 힘든 점은 뭔가요?    

 

좋은 점은 학부모님들께서 "선생님 덕분에 우리 아이가 한국적인 것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게 됐어요." 또는 "우리 아이가 한국어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이렇게 말씀해 주실 때, "우리 아이는 한국 음식도 안 좋아하고, 한국 드라마나 이런 것도 싫어했는데 선생님 수업을 듣고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정말 너무 좋아요. 어떻게 보면 그냥 저 듣기 좋으라고 하시는 말씀이실 수도 있는데 저는 진짜 그 말씀을 믿고 행복해요.(웃음) 미국에서 태어나서 미국의 문화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고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가지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보람을 느끼고 아주 행복합니다.

힘든 점은 음… 어떻게 해서든 좀 더 잘 가르치고 싶은데, 더 좋은 학습 자료나 이런걸 찾아서 학생들을 더 잘 가르쳐 주고 싶은데 부족함을 느낄 때, 또 실력이 늘지 않는 학생들을 어떻게 잘 도와줄 수 있을까, 반에 외국인 학생들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면 내가 이 학생에게 한국어를 더 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게 될 때입니다. 그런 게 힘들죠. 

 

* 교실에 한국어 교재가 가득하네요. 학생수가 얼마나 되나요?    

 

레벨 3반 두 개, 레벨 4, 5의 IB반 두 개 다 합하면 약 120명 정도 돼요. 다른 선생님들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에요. 그런데 정말 재미 있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재미있고, 저도 공부가 됩니다. 당연히 저보다 한국어를 많이 아시는 선생님, 저보다 훨씬 잘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겠죠. 저는 무조건 노력해서 내가 배우면서 열심히 가르치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맨 처음에는 제가 과연 한국어를 가르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제가 확실하게 자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역할이 주어지면 최선을 다해서 노력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 서니힐스를 졸업하시고 서니힐스에서 선생님으로 계시는데 학교 자랑 좀 해주세요.    

 

우리 학교는 여러 가지를 잘 할 수 있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학교는 너무 공부에만 신경을 쓰는 학교들도 있고, 또 어떤 학교는 너무 운동에만 치중해서 학업에는 좀 소홀한 학교들도 있는데, 우리 학교는 그런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것 같아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은 학생들을 위한 준비가 잘 되어 있고, 또 운동이나 다른 분야를 좋아하는 학생들을 서포트하는 길도 잘 갖춰져 있는 정말 밸런스가 잘 잡혀있는 학교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교장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실 것 같아요. 오랫동안 서니힐스는 공부만 시키는 학교다. 또 한국학생들이 너무 많다. 이런 얘기들이 있어왔는데요, 최근에는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밸런스가 잘 맞춰져 있는 학교,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목표에 따라 알맞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는 학교입니다.

 

* 선생님의 입장에서 학부모(독자) 또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요새 고등학생으로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저를 포함해 부모님들이 고등학교를 다녔던 시절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면에서 보면 좀 더 힘든 것 같기도 해요.

물론 과학이나 기술적으로는 많이 발전을 했기 때문에 생활이 편해진 것도 있지만,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인 것 같아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볼 수 있는 환경이기도 하면서, 또 너무 자기 것에만 집중을 해서 남들과 같이 어울리는 사회생활을 힘들어 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부모님과의 대화도 중요하지만, 다른 학생들이나 어떤 그룹에서 학생들끼리 잘 소통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소통을 하면서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으면 좋겠어요. 또 공부보다도 '사회적으로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어른들과 잘 대화를 하는 것 등)' 하는 부분을 부모님들이 고민하시고 도와주시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을 보면서 여러 번 느꼈던 점이 열심히 공부를 하면서도 어떤 커뮤니티에 속해서 운동이라든지, 음악이라든지 미술이라든지 그런 것을 찾아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봤으면 진짜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공부도 중요하죠, 무조건 중요하죠. 하지만, 너무 넓은 분야에서 활동을 시키고 여러 가지를 많이 시키시려고 하시는데 정말 학생이 좋아하는 분야에 집중해서 서포트를 해주시면 좋겠어요.

요즘은 부모님들도 많이 바뀌셔서 공부로만 푸시하시는 분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특히 한인 부모님들이 심한 편이셨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에서도 많이 벗어나신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제 아이들이 자라면 저도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웃음) 

 

*  앞으로의 개인적인 꿈이나 목표가 있으시다면요?    

 

길게 봐서는 다른 곳에 가는 것은 아닐 것 같아요. 아마 저희 교육구 안에서는 계속 있을 거 같구요. 교육구 안에서 다른 학교의 교사나 코치를 맡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지만, 정말 여기를 떠나는 것은 상상을 할 수가 없네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여기 이 자리에서 계속 일하면서 은퇴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물론, 농구 코치로 계속 활동을 할지, 한국어 교사로 계속 활동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학교에는 계속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는 몰라도요.

처음에 시작할 때 한국어 교사로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있게 될 줄은 몰랐어요. 상황이 바뀌어서 저에게 '다른 과목을 가르쳐야 한다. 체육선생으로 체육을 가르쳐야 한다.'고 한다면 언제든지 그럴 준비는 되어 있어요. 

지금은 모든 것이 잘 진행되고 있고, 학생들도 너무 좋고 그래서요. 지금 특별히 다른 목표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웃음) 

 

 

* 지금 하시는 일을 정말 좋아하신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저는 감사한 게 너무 많아요. 편하게 제가 좋아하는 직업을 갖게 돼서 정말 감사하는 마음 밖에는 없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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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하는 내내 조셉 옥 선생님은 많이 웃으셨다. 많은 인터뷰를 했지만, 이렇게 잘 웃는 인터뷰이는 처음이지 싶다.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해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옥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행복해졌다.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행복한 선생님의 교실에서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 아이들은 다른 누군가에게 행복한 웃음을 전해주는 행복한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 않을까 하는 희망 섞인 기대도 하게 된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많은 학생들에게 몸소 '행복한 삶의 증거'가 되어 주시기를 바라며,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한 명의 행복한 '나'임을 새삼 일깨워 준 조셉 옥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v.243 캘에듀THE 인터뷰 "조셉 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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