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철학 그리고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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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철학 그리고 캥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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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가주교육신문에서는 퀘스트브리지로 워싱턴대학교(일명 와슈)에 합격한 최수지 학생과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수학을 좋아하는 최수지 학생은 대학에서 '매쓰앤컴퓨터사이언스'를 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중고등학교 때 AMC대회에 출전해 3년 연속 AIME까지 올라갔던 이력을 공개했다. 또, 경시대회 성적이 상위 1% 이내인 학생들만 출전할 수 있는 MIT대회(Math Prize for Girl)에 출전했던 경험도 이야기해 주었다. 

 

6학년때부터 수학경시대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수지 학생도 처음에는 수학이 너무나도 재미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좋은 결과를 얻게 되자 자신감도 생기고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고 했다.

 

애나 어른이나 수학을 좋아하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수학은 어렵고 골치 아프고 잠이 쏟아지는 학문이다. 학창시절 수학 시간의 교실 풍경을 떠올려보자 소수의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다수는 억지로 공부하거나 다른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며, 나머지 아이들은 잠을 잤다. 

 

정말 수학이란 그렇게 어렵고 따분한 학문일까?

 

과거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철학자이기도 했다. 탈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피타고라스, 데카르트, 러셀, 힐베르트, 중국의 유휘, 경수창, 주희, 조선의 홍정하, 최석정, 남병길 등등.. 이들은 모두 세상과 자연의 이치에 대한 관심으로 수학, 천문학, 철학 등의 분야에서 깊은 통찰을 추구하며 살았던 사람들이다.

 

모든 운동의 기본이 달리기인것처럼 수학은 모든 학문의 기본이 된다. 미술이나 음악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수학은 단순히 문제를 푸는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로 서양의 근대를 열었다. 내가 존재한다는 최종적인 근거가 나의 생각에 있다는 뜻의 이 명제는 논리적으로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결국 "나는 생각하는 동안만 존재할 수 있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자, 주어진 상황을 별생각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는 사회적 관습과 내 몸의 관성에 따라 하루하루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즉, 아무 생각없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데카르트에 의하면 이러한 삶은 무의미한 삶이라기보다 아예 존재조차 하지 않는 삶이다. 곧 삶은 생각함에 의해서만 의미 있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함은 질문을 던짐, 즉 문제 상황을 인식함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그것을 통해 삶을 새롭게 구성해 나가는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다. 문제 없는 삶, 그것은 생각 없는 삶이며, 결국은 존재하지 않는 삶이다. 

 

철학(philosophy)을 서양의 관점에서 보면 지혜(sophia)에 대한 사랑(philos)이며, 동양의 관점으로는 밝은 (哲) 배움(學)이다. 따라서 철학은 학문이라기보다 사유하는 삶의 자세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다.

 

문제를 풀 때 많이 하는 착각 가운데 하나가 문제가 주어진 다음에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결코 주어지지 않는다. 문제가 주어졌다고 할지라도 내가 그 문제를 문제로 인식했을 때, 비로소 나에게 문제로 보이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인식해내는 것'인 것이다. 우리는 문제를 명확히 인식 못하는 상황에서 애써 답을 찾으려고 하는 어리석음에 빠지면 안된다. 그런데 이렇게 '문제 주체화'라는 행위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그 과정의 본질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학문이 바로 '수학'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수학을 다 잘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학을 기본적인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에게 생활과 자연 세계에 담긴 수학적 질서를 수학적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고, 간결하고 논리적인 사고력 및 상상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학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수학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수학을 잘 해서, 또는 더 잘 하기 위해서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겠지만, 우선은 수학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수학과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수학경시대회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수지 학생의 경우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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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참가할 수 있는 수학경시대회중에 '매쓰캥거루(Math Kangaroo)'에 대해서 알아보자.  

 

AMC를 비롯한 대부분의 수학경시대회는 재학중인 학교를 통해서만 대회에 참가할 수가 있다. 그러나 매쓰갱거루(Math Kangaroo)는 학교가 대회 신청을 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지원서만 작성하면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또한 학교뿐만 아니라 사설 학원도 대회를 주관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매년 대회 참가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또한 대부분의 수학경시대회가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매쓰캥거루 경시대회는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에게도 응시 자격이 주어지므로 어린 학생들이 자신의 수학 실력을 가늠해보고 또 실전 경험도 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매쓰캥거루 수학경시대회는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도 참가할 수 있는 수학경시대회로는 매쓰갱거루 대회가 거의 유일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들에 비해 훨씬 많이 참여하는 대회임은 분명하다. (그래프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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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1

 

초등학교 저학년 대상 시험문제들은 계산능력을 묻기보다는 문제에 대한 이해도와 그에 따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난이도가 높은 문제들 보다는 수학에 재미를 느끼게 할만한 문제들이 많기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수학은 어렵고 딱딱한 과목이라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매스캥거루는 올해로 20년을 맞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출전자들과 시험주관처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그래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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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프2

 

주관 단체는 대학교, 사립 초·중교, 사설학원 등 매우 다양하다. 단체의 수도 2014년에는 뉴욕주에 18곳,뉴저지주에 27곳,메사추세츠주에 23곳, 캘리포니아주에 서는 73개 장소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지만, 2019년에는 뉴욕주가 34곳, 뉴저지주 48곳, 메사추세츠주 28곳, 캘리포니아주는 무려 174곳으로 늘어났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남가주 지역으로는 LA 9곳, 패서디나 2곳, 발렌시아 1곳, 토렌스 1곳, 세리토스 1곳, 풀러튼 2곳, 어바인 6곳, 뉴포트비치 1곳, 샌디에고 9곳 등이다. 이중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사설 학원도 포함되어 있다.

시험 장소는 http://www.mathkangaroo.us/mk/centers.html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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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쓰캥거루 경시대회는 1980년 호주에서 수학자이자 교사인 피터 오할로랜에 의해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으며, 출제 범위는 방정식, 기하학 등을 포함한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들로 구성되었다. 

당시에는 피터 오할로랜 수학경시대회로 불렸는데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1991년 프랑스 파리에서 이 시스템을 채택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빠른 속도로 유럽전역에 퍼져나가, 지금은 전세계에서 6백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가하는 대회로 발전하게 되었다. 경시대회가 처음 시작되었던 곳이 호주였던 이유 때문에 유럽에서부터 매쓰캥거루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1998년 수학자이자 교육자인 마리아 오멀렌주크(Maria Omelanczuk)가 시카고에 소재한 Sobieski School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2003년까지는 학교와 연합해서 대회를 열다가,2003년 마리아 오멀렌주크를 중심으로 비영리 단체 ‘Math Kangaroo in USA’가 설립되어 미국 전역에 대회 조직을 구성하고 매년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매쓰캥거루(Math Kangaroo) 수학경시대회는 국제대회이다. 이 대회를 도입하는 국가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시험도 전 세계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그러나 국가간의 결과는 비교하지 않는다.

 

▶ 시험방식

 

대회는 1년에 한차례,3월 셋째주 목요일에 실시된다. 올해는 3월 19일에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질 예정이다. 시험문제는 국제 매쓰캥거루협회에서 출제하며 각 학년이 레벨이 되는데,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즉 레벨 1에서부터 레벨 12까지 있다. 

그러나 문제를 살펴보면 두개 레벨의 내용이 같다. 레벨 1과 2의 내용이 같고, 레벨 3과 4, 5와 6, 7과 8, 9과 10, 11과 12의 내용이 각각 같다.

학년을 낮추어 치를 수는 없으며 반드시 학년과 같은 레벨의 시험을 쳐야만 한다. 시험시간은 75분이며 모든 문제는 객관식이다. 문제지와 답안지 외에 연습지도 주어지므로 연습지를 이용해 문제풀이를 할 수 있으나,정답은 반드시 답안지에 기입해야 한다.

연습지는 점수에 고려되지 않고, 답안지에 기입된 답만 정답으로 인정된다. 계산기 사용은 허용되지 않는다. 1학년에서 4학년까지, 즉 레벨 1에서 레벨 4까지는 24문항으로 96점이 만점이고, 5학년 이상, 즉 레벨 5 이상은 30문항으로 각 120점이 최고점이다. 문제마다 점수의 비중이 다르며, 각 문제마다 3점에서 5점 사이의 점수가 표시되어 있다. 전체 문제의 3분의 1이 3점,또 3분의 1이 4점,나머지 3분의 1이 5점의 비중을 가진다. 틀린 답에 대한 감점은 없고, 정답을 맞춘 문항의 점수를 합산해 평가하게 된다. 따라서 같은 개수의 문제를 맞추더라도 점수 비중이 높은 문제를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점수 합산 방식에 대해서는 다각도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므로 시험을 치르기 전에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듯하다.

 

시험결과는 5월 셋째주 일요일에 웹페이지를 통해 발표 되며 이메일로도 개별적으로 통지된다.

각 레벨에서 1, 2, 3등을 차지한 학생들에게 금, 은, 동메달을 수여하고 전국 입상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는데 수상자 가족에서는 5월 첫째주에 미리 연락을 해준다.

또한 각 주에서는 레벨마다 세명의 학생을 뽑아 1위 학생에게는 블루 리본,2위에게는 레드 리본, 3위에게는 화이트 리본을 수여한다. 전국 그리고 각 주에서 입상한 학생들에게는 인증서(Certificate of Excellence)와 함께 책, 게임, 기프트 카드, 장난감, 대학 보조금 및 여름 수학 캠프 참가 등의 선물과 특전이 주어진다. 

 

입상자 선정기준은 학생의 등수를 기준으로 1, 2, 3등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점수를 기준으로 1, 2, 3위가 정해진다. 다시 말해 레벨 4에서 100%인 96점을 받은 학생이 여러명이라면 그 학생들 모두 1등이 되어 금메달을 받게 된다. 그 다음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 또는 학생들 모두가 2등,그 다음 점수가 3등이 된다. 또한 입상자가 아니더라도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와 상품 등을 수여한다.

같은 시험 문제를 치르는 레벨이라도 서로 다른 레벨간의 점수는 비교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1학년과 2학년이 같은 시험을 치르지만 시험결과는 1학년은 레벨 1을 치른 응시자들과,2학년은 레벨 2를 치른 응시자들끼리만 비교한다. 

 

대회의 결과는 한국의 모의고사 성적처럼 매쓰캥거루에 참여한 모든 학생들의 점수가 미국 전체 그리고 주별로 구분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자신의 수학 실력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가늠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 등록절차

 

등록은 온라인올 통해 직접 하면 된다. 처음 등록하는 학생은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해 계정(어카운트)을 만들고 지원서를 작성한다. 테스트를 주관하는 단체 리스트 중 주거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선택해서 등록비($21)를 내면 확인 메일을 받게 된다.

주로 9월에서 12월 사이에 등록을 하고,2월에 대회 주관단체로부터 확인 메일을 받아,3월 19일에 시험을 치르게 된다.

오후 4시 이후에 시험을 치르는 학생은 시험종료 후 문제지를 가지고 가도 된다.

그러나 4시 이전에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문제지 뿐만아니라 연습지도 갖고 나갈 수 없다. 주관 단체는 시험이 끝나면 답지를 본부로 보낸 다음 문제지는 학생들에게 돌려준다. 시험을 치르고 약4주가 지나면 웹사이트를 통해 정답이 발표되기 때문에 응시자들은 자신의 점수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시상식은 주관 단체에서 열리게 된다. 

 

▶  예제

 

대회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문제의 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매쓰캥거루 웹사이트에는 각 레벨마다 3점, 4점, 5점 배점의 샘플 문제 한 개씩과 정답을 공개하고 있다. 2006년부터 2019까지 연도별로 검색해 볼 수 있으므로 시험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미리 참고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http://www.mathkangaroo.us/mk/sample_questions.html

 

2019년 시험의 샘플 문제 몇 개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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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교육신문 v.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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