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의 시대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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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의 시대 -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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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머는 진위 여부를 떠나 일정 기간에 풍문으로 떠도는 시의성 정보로 집단 구성원들의 공동작업에 의해 태어난다. 단 한 사람이 주장하는 것을 루머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일부 학자들은 루머를 사회현상의 반영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가치, 소망, 분노 등을 직접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지만 '루머'라는 이름을 붙여 다른 사람의 것인 양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은 단지 전달자의 입장을 취한다는 것이다. 

 

마츠다 미사는 '나는 A를 원한다'는 표현을 할 수 없는 경우 그것이 유언비어로서 'B가 있었다'는 식으로 확산된다”고 설명했다. 루머는 통제로 억눌린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론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루머는 집단의 감정적 필요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사회에 존재하는 불안감의 수위를 엿볼 수 있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불안 수준이 높거나 극도로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루머의 필터링 기능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다. 이때는 전혀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루머 조차도 쉽게 받아들여진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진원지였던 아프리카 기니에서는 백인 의료진이 흑인들을 죽이기 위해 고의로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는 루머가 퍼져 지역 주민들이 의료진을 공격해 살해하는 폭동이 벌어진 일도 있었다.

 

루머가 극성을 부린다는 것은 공식적인 정보 혹은 지배 조직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명료하게 또는 암묵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신들의 정보를 믿지 못하겠으니, '우리' 스스로 정보를 만드는 것이다. 

 

조직에 대한 신뢰가 없을 때 루머가 극성을 부리지만, 루머 자체가 조직의 신뢰는 무너뜨리는 단초를 제공할 수도 있다. 따라서 헛소문을 없애는 정공법은 "사람들이 정부의 공식 발표나 미디어의 보도에 대해 신뢰감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마츠다 미사는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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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외신들의 긍정적인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도 질병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타임지는 "한국 내 확진자 수가 많은 것은 한국의 높은 진단 능력과 언론의 자유, 민주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 덕분"이라며 "한국 주변 지역에서 이 모든 걸 가진 국가는 매우 드물다"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는 "우한처럼 도시를 봉쇄하지 않으면서 '코로나19에' 맞서고 있는 한국이 방역에 성공할 경우 세계에 모범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고, AFP통신은 지난 1일 "한국은 선진적 보건 체계와 언론자유가 있는 국가"라며 "이는 한국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 수치의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CNN도 6일 진단키트 제작과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의 상황과 비교해 한국의 광범위한 진단 능력에 박수를 보냈고 ABC 방송은 "한국의 코로나19 진단 능력이 인상적이며 미국을 비롯한 어느 나라도 보여주지 못한 당당한 실험실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메이슨대학의 안드레이 아브라하미안 교수는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진단 능력이 우수한데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민주적인 책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서 이런 모든 조건을 갖춘 나라는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또한, 아브라하미안 교수는 "한국 내 확진자 수가 많아 보이는 데에는 부분적으로 이런 이유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 자유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들 대비 확진 환자 수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때문에 한국의 수치 자체가 높게 나타난다는 해석이다.

 

미국과 유럽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국 보건당국의 검사처리 속도와 투명한 정보 공개를 호평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콧 고틀리브 미국 식품의약국(FDA) 전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코로나19 발생 현황 통계자료를 공유하며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다"고 평가하면서 "(한국은) 상당한 진단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국의 일부 야당과 한국 언론의 보도는 이상하리만치 이와는 많이 다르다. 

집단 감염, 대구 패닉, 마스크 대란, 뚫렸다, 무너졌다 등.. 공포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단어들이 헤드라인의 주를 이룬다.

그 때문인지 며칠전 한인이 운영하는 한 상점에서 '한국 정부에서 마스크 300만개를 중국에 갖다 바쳐서 한국에 마스크가 부족하다더라',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는 자기들만 일본제 마스크를 쓴다더라'라고 말하고 있는 중년 여성을 보았다.

난생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이라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정보가 필요했던 그 여성은 자신이 선호하는 사람과 선택적으로 의견을 교류하고, 카카오톡이나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자신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어떤 높으신 분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새로운 정보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하려는 시도나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고, 유사한 정보들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형성된 일종의 믿음은 그로 하여금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가짜 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 유포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중국이 지원하기로 한 N95 마스크 10만장, 의료용 외과 마스크 100만장, 의료용 방호복 1만벌이 11일부터 한국에 도착한다는 뉴스를 가짜 뉴스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짐작된다.

 

주어진 정보에 대해 조금만 의구심을 품고 진위 여부를 판단해 보려는 노력을 했다면 혹은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이 반드시 옳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겸손을 배웠다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가짜 뉴스를 성심성의껏 전파하는 부끄럽고 해로운 일은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주화투입식 공중전화기와 반으로 접히는 스마트폰을 모두 경험해 볼 만큼 급변해버린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기성세대에게 디지털 미디어 환경속에서 가짜 뉴스를 선별해낼 미디어 문해력(Media Literacy)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인지도 모른다. 또한 의도적 합리화나 인지편향의 강력한 영향에 의해 형성된 그릇된 인식을 사실에 기반한 해명과 반박만으로 완벽하게 관리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나 노력은 해야한다. 무지가 죄는 아니겠지만, 모르는 것을 알고자 하는 노력 즉, 배움은 삶에 대한 예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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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5G가 상용화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로 설명되는 5G는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전송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4G(LTE)와 비교해 이론상 최고속도는 20배(20Gbps), 체감속도 10배(100Mbps)는 더 빠르다. 

 

누군가에 대한 안 좋은 루머가 퍼질 경우, 빨라진 속도 만큼 그 위험성도 더욱 높아졌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기술의 혁신, AI와 딥러닝, 로봇 저널리즘과 같은 첨단기술이 더해지면서 가짜뉴스는 더욱 교묘하고 정교해졌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동영상을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은 이미 원본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했다.

 

우리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가 뒤섞여 사실과 거짓의 경계가 모호하고,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 주장이 대중에게 외면 당하는, 이른바 거짓이 진실을 가리는 '탈(脫)진실'(post truth)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언제나 그래왔듯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낙관을 잃어서는 안된다. 

온라인을 통해 거짓 루머를 손쉽게 퍼뜨릴 수 있는 만큼, 루머를 바로잡기 위한 진실한 정보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더 쉽고 빠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가들이 루머나 허위 정보를 무시하거나 방관하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반박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루머를 듣는 사람들 역시 사실 확인을 통해 스스로 중심을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탈진실에 맞서 싸우는 법을 배우면 사람들의 오해나 잘못된 믿음은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정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탈진실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 뇌의 인지편향과 편향을 강화하는 기술이 범람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어떻게 사실을 놓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내 생각과 일치하는 뉴스 기사만 보다 보면 자기 믿음을 확인시켜 주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고 가짜뉴스에 취약한 뉴스 소비자가 되기 쉽다. 가짜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뉴스의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변해야만 한다. 뉴스 수용자가 스스로 펙트체커가 돼야한다. 사실을 모호하게 만들려는 어떤 시도에도 의문을 제기해야 하며 어떠한 거짓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SNS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파되는 가짜뉴스의 중심에는 뉴스를 전달받은 사람 역시 스스로가 무차별적 유포의 고리에 속해 있다. 따라서 정보의 교차 검증을 통해 다양한 관점을 가진 정보를 습득하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어떤 가짜뉴스, 허위정보가 넘쳐나더라도 어떻게 반응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진실은 지금까지 늘 소중했고 앞으로도 계속 소중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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