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에 두번 우는 美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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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에 두번 우는 美 소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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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 기록은 한 달 만에 경신됐다 (그래픽=KBS)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 기록은 한 달 만에 경신됐다 (그래픽=KBS) 


■ 인플레이션(Inflation)의 가속화...고통은 앞으로 더욱 커진다


2022년 1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0%로 나타나 4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 기록은 한 달 뒤인 2월 발표 때 깨졌습니다. 상승률 7.9%가 나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기록이 3월 물가 상승률이 발표되면 또 경신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당분간 매달 새 기록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지극히 비관적인 전망도 나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입니다. 이 전쟁으로 기름과 가스,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은 미친 듯이 오르고 있습니다. 코로나 19 대응 과정에서 풀린 돈과 노동력 감소에 따른 공급 부족 등으로 안 그래도 기록적으로 치솟는 물가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물가에 '날개', 아니 '제트 엔진'을 달아준 격이 됐습니다.


■ 기업들도 고통은 마찬가지


원자재 가격이 오르니 생산하는데 드는 비용도 올라갑니다. 미 노동부는 현지 시각 3월 15일, 2월 생산자물가지수가 이전 달보다 0.8%,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0%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두 달 연속 비슷한 수치로 2009년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최고치에 해당합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문가 전망치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밝히고 2월 상승분의 3분의 2는 에너지 가격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생산자 물가지수가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생산자가 제품 생산에 더 큰 비용을 써야 한다는 것으로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며 또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의 요인이 됩니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 (Pippa Malmgren, 1962~) ‘슈링크플레이션’ 용어를 처음 만든 학자이다 (사진 출처:https://pippamalmgren.co.uk/)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 (Pippa Malmgren, 1962~) ‘슈링크플레이션’ 용어를 처음 만든 학자이다 (사진 출 처:https://pippamalmgren.co.uk/) 


■ 기업의 전략 '슈링크플레이션' (Shrinkflation)


기업의 목표는 이윤 추구입니다. 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면 이윤이 커집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패키지 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입니다.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는 대신 제품의 크기나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생산해 비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고 이는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들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만든 전략입니다.


한국 과자 회사들이 포장지 안에 내용물은 줄이고 질소를 충전해 포장을 유지하는 방법으로 논란이 됐던 이른바 '질소 과자' 사례입니다. 당시 해당 기업들은 '과자 회사들이 언제부터 질소를 팔았냐'는 조롱 섞인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를 소비자의 시각으로 해석해 다시 명명한 용어가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 1962~)이 처음 사용한 용어로 , '줄어들다'라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 물가 상승'을 나타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해 만든 단어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제품의 가격이 올라간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숨겨진 '인플레이션'으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美 소비자단체 회원인 ‘에드거 드워스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www.mouseprint.org)에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해 게시하고 있다 (사진:abc 방송 인터뷰 캡처) 

美 소비자단체 회원인 ‘에드거 드워스키’.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www.mouseprint.org)에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지속적으로 비교 분석해 게시하고 있다 (사진:abc 방송 인터뷰 캡처)


■공개된 '슈링크플레이션' 사례


美 소비자단체 회원인 '에드거 드워스키'씨는 자신의 운영하는 웹 사이트(www.mouseprint.org)에 미국의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올리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해 게시하고 있는데 드워스키씨는 최근 '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최근 게시된 몇 가지 제품을 소개합니다.


게토레이 음료 비교 /좌: 이전 제품 32oz  우: 신제품 28oz(사진 출처:www.mouseprint.org,abc 방송) 

게토레이 음료 비교 /좌: 이전 제품 32oz 우: 신제품 28oz(사진 출처:www.mouseprint.org,abc 방송)


차밍 화장지 비교/좌:이전제품 264장 우:신제품 244장(사진 출처:www.mouseprint.org,abc 방송) 

차밍 화장지 비교/좌:이전제품 264장 우:신제품 244장(사진 출처:www.mouseprint.org,abc 방송)


버거킹 너겟 비교/좌:이전제품 10개 우:신제품 8개 (사진 출처:www.mouseprint.org,abc 방송) 

버거킹 너겟 비교/좌:이전제품 10개 우:신제품 8개 (사진 출처:www.mouseprint.org,abc 방송)


드워스키 씨 홈페이지에 소개된 각종 ‘슈링크플레이션’ 제품들 (사진 출처:www.mouseprint.org) 

드워스키 씨 홈페이지에 소개된 각종 ‘슈링크플레이션’ 제품들 (사진 출처:www.mouseprint.org)


■'슈링크플레이션'이 '꼼수'인 이유


그런데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 작전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저항을 줄이는 것입니다. 최고의 전략은 소비자들이 모르게 하는 겁니다. 혹시 소비자들이 알더라도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하는 겁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새 제품을 출시하면서 갖가지 이유를 댑니다.


한국 '질소 과자' 논란 당시 과자 회사들이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 라는 해명을 한 것과 마찬가집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 설명이 구차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비자로선 기업의 '슈링크플레이션'이 '전략'이 아닌 쩨쩨한 수단이나 방법을 의미하는 '꼼수'로 생각하는 겁니다.


용량을 줄인 게토레이 제조사 펩시코의 설명 “잡기 쉽게” “병은 조금 더 비싸”  (사진 출처:abc 캡처) 

용량을 줄인 게토레이 제조사 펩시코의 설명 “잡기 쉽게” “병은 조금 더 비싸” (사진 출처:abc 캡처)


너겟 제품의 개수를 줄인 버거킹의 설명 “제품 도입 이후 첫 번째 개수 변화” 

너겟 제품의 개수를 줄인 버거킹의 설명 “제품 도입 이후 첫 번째 개수 변화”


■ 기업은 소비자에게 비용 전가 .... 그럼 소비자는?


미국 내에서 출장을 다녀보면 숙박비가 많이 오른 사실을 발견합니다. 한국의 여인숙 쫌에 불과한 열악한 숙소 가격이 100달러를 넘기도 합니다. 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려니 생각했지만 숙박비에 포함됐던 아침 식사도 없어졌습니다. 물어보면 코로나 때문에 없앴다고 합니다.


숙박비가 200달러 안팎인 호텔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담요를 요구하거나 수건과 시트 바꾸는데 돈을 더 달라고 합니다. 달걀 부침에 감자튀김 정도는 나오던 아침 식사도 빵 한쪽에 커피로 바뀌었습니다.


비단 호텔업계만 그런 게 아닙니다. 비행기를 타도 발 뻗기가 조금 편한 비상구 좌석에 앉기 위해선 돈을 더 내야 합니다. 장거리 비행에서 3번 주던 기내식도 두 번으로 줄었고 종류와 수준도 내려갔습니다. '무료'였던 서비스에 비용이 붙고 있습니다. 일종의 '슈링크플레이션'입니다.


그런데 '슈링크플레이션'은 제재 수단이 없습니다. 2018년 국내에서 질소 과자 논란이 있었을 시정 했던 업체는 한두 업체 뿐이었습니다. 그것도 제재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업체의 자체 판단이었습니다.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서 고용이 늘거나 그 혜택이 직원들에게 돌아가면 일부 수긍할 법도 하지만 수치는 변한 게 없습니다. 유통 시장을 먹이 사슬로 비유한다면 최약체 집단은 소비자입니다. 기업은 늘어난 비용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떠넘길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의 소비자 뿐만 아니라 2022년 현재 전 세계 소비자들이 처한 현실입니다. 이 글을 끝까지 읽지 않으셨어도 마지막 소제목으로 쓴 질문의 답은 아주 쉽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그 단어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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