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부에 미친 사람들 > (1)
억대 연봉을 받으며 삼성전자 연구원으로 일하던 중, 직장인의 삶에 허무함을 느끼고 퇴사했다. 이후, 세상과단절한 채 도서관에서 3년간 1만 권의 방대한 독서의 세계를 거닐며, '공부의 진정한 가치'와 '참된 기쁨'을 깨닫게 되었다. 독서로부터 얻은 것들을 수많은 사람과 나누기 위해 60여 권의 책을 집필한 김병완 작가의 <공부에 미친 사람들>을 소개한다.
1부 '공부의 기쁨에 미친 사람들'에서는 자신을 수양하고 남을 돌아보는 공부를 통해 시대를 개혁하고 학문적 진보를 이끈 동서양 사상가들의 공부 철학과 함께, 위대한 발견으로 노벨상을 수상한 천재들의 공부법, 자신이 배우고 익힌 것을 세상에 널리 알린 공부 거장들을 살펴본다. 2부 '우리도 기쁘게 공부할 수 있을까'에서는 1부에서 다룬 공부 거장들처럼 우리 역시 제대로 된 공부를 통해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확인하고, 공부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득에 대해 살펴본다. 3부 '급이 다른 공부를 완성하는 뇌의 비밀'에서 왜 어떤 사람은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고도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적은 시간으로 효율적인 공부를 하는지, 뇌과학의 비밀을 파헤친다.
맹자는 <군자의 세 가지 즐거움>은, '부모가 살아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하늘과 사람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는 게 둘째다. 천하의 영재를 얻어 가르치는 것이 마지막 즐거움이다'라고 했다. 약 2500년이 흘렀음에도 많은 사람이 공자와 맹자를 존경하는 이유는 그들이 쌓은 학식의 양이 방대해서가 아니라, 공부를 통해 그들이 참된 삶의 모습,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이 배우고 알고 있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공부한 것이 과연 내 삶에 깊이 뿌리내려 있고, 행동으로 나타나며 완성되었느냐다. 우리는 단순히 학벌이 높다고 하여 그 사람을 우러러보지 않는다.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누군가에게 인생의 본보기가 될 때 진정으로 존경을 받게 된다.
주자가 중세 동아시아 사상의 거인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공부'였다. 주자에게 공부란 '인간으로서 누구나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었다.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빨리 늙고 쇠약해지고, 평생 공부에 매진하지 않으면 삶을 적극적으로 살아갈 의용이 약해진다고 했다. 주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공부법 중에서 '독서'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주자는 71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8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다산 정약용은 "기술을 도입해 농기구를 하나라도 더 개발하는 것이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다"라면서, 조선의 수많은 학자를 새로운 과학 지식과 기술 학습의 장으로 이끌었다. "백 년도 안 되는 인생, 공부하지 않는다면 이 세상 살다간 보람을 어디에서 찾겠는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책도 읽지 않고 무슨 일을 도모하겠는가?"고 했다. 1800년, '신유박해'가 일어나, 정약용은 가혹한 취조를 받고 강진에 유배되는데, 강진에서의 18년은 정약용에게 방대한 공부를 통해 자신의 경지를 거듭 끌어올린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하고 500여 권의 책을 집필했는데, 단 한 권도 대수롭게 쓴 책이 없을 정도로 모든 책이 깊이가 있고 이론과 논리가 정연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간에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나, 조선 최고의 학자이자, 과학 사상가로 약 1000권의 책을 썼다는 혜강 최한기는 정약용의 뒤를 잇는 대학자로 기학을 통해 동서양의 학문을 통합시키고 평화 사상을 제시한 선각자이다. 그의 공부는 오늘날로 치면 자연과학, 사회과학, 인문학을 망라한 공부로 학문의 경계 없이 세상의 모든 지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책을 읽고 쓰는 일에 평생을 바친 최한기는 자신의 집 대문과 마당, 서재에 선을 그어놓고 책을 1000권 읽은 사람, 5000권 읽은 사람, 1만 권 읽은 사람이 각각 들어올 수 있는 경계를 정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20대는 분야를 가리지 말고 폭넓게 공부하며 탐색해야 한다. 30대는 취사선택하여 버릴 것은 버리고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 40대는 세계와 자신을 연결해야 한다. 모든 경험과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한 뒤 그것을 다시 바깥으로 쏟아내야 한다. 50대 이후에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기 보다는 이미 공부한 분야의 내용을 간추려야 한다.“
거장들의 공부는 평생 해야 할 자기 수양이고,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살아있는 공부와 삶을 윤택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었다. 선조들의 지혜를 본받아 독서 강국 대한민국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거산 윤필립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