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화 > (2)

윤필립 칼럼

< 승화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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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자신이 가야만 할 목표를 정하고, 그곳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전진할 때 행복하다. 누구에게 도와달라고 손 내밀지도 않고,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것에 눈길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저 멀리 보이는 그곳을 향해 조용히 전진할 뿐이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것들을 아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이 배움을 멈춘다면 세상은 무의미, 무질서, 불합리로 보일 뿐이다.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배우는 데는 걷기만 한 게 없다. 하지만 혼자 터득해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은 치명적인 병을 얻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건강한 신체는 아픈 마음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현대인들은 정신이 병들었을 때 신체를 단련하기보다는 약물에 의존한다. 미국의 심리치료사이자 의사인 알렉산더 로웬은 신체를 단련하는 것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개성을 고양시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했다. 우리의 생각과 감정이 몸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듯이, 몸을 지탱하고 움직이는 방법이 우리의 사고와 감정에 영향을 준다. 건강하고 건전한 신체를 지닌 자는 언제나 품위가 있고 단아하다. 그런 사람은 자기 몸의 움직임을 의식하지 않지만, 습관적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기에 어디에서나 눈에 띄며 매력적이다. 그의 움직임은 즉흥적이나 단호하며 절제되어 있다. 그는 자신의 심연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때문에 자유롭다. 마치 쉼 없이 변화하지만, 안정적인 촛불처럼.


나의 순수한 열망이 모든 것을 제거하고 온전히 나에게 몰입하는 집중과 만나면, 새로운 경지가 등장한다. 그것이 묵상이다. 열망이란 자신의 육체와 세상의 쾌락보다 더 숭고한 빛을 자신의 삶에서 구현시키기 위해 진정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몰입은 세속적인 성공을 위한 지름길이다. 자신이 선택한 직업을 통해 명성과 권력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한다면 자신의 소명에 몰입해야 한다. 그러나 묵상은 정신적이며 영적인 성공을 위한 필연의 조건이다. 묵상의 목표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완벽한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데 있다. 자기를 넘어선 자신, 초월적인 자신이지 신적인 자신을 찾기 위해 필요한 예술이 묵상이다. 묵상을 수련하는 사람은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연을 그냥 보지 않는다. 만물은 인과응보의 결과이며, 인과응보를 넘어선 것을 신의 섭리로 이해한다. 진리 안에 거주하는 사람의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자신에게 다가온 문제의 경중을 따져 한 번에 하나씩 고요하게 해결한다. 묵상은 집중보다 엄격한 자기절제를 요구한다. 집중의 성과는 가시적이지만, 묵상의 성과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몸과 마을 매일 정결하게 닦는 과정이 없다면 묵상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몸에 훈습으로 배인 열과 절제는 하루라는 경기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속적인 묵상 수련을 통해 인간은 자신의 소명을 목숨처럼 여기고,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더 숭고하고 완벽하게 완수하려고 노력한다. 묵상은 한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도약하려는 자신을 스스로 제3자가 되어 가만히 지켜보는 행위다. 나의 생각들을 복기해보면, 그것들은 내가 습관적으로 해오던 생각들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을 응시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우리가 행복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간절이란 자신의 심장을 칼로 베어내어 주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이고도 긴박한 마음이다. 간절히 바라는 것은 자신의 장점을 북돋우어 이루어야 할 일생의 과업이다. 그 과업은 자신의 생김새와 DNA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담보한 일이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사람들이 원하고 사회가 좋다고 하는 것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그것을 자신의 과업으로 삼는다. 그 과업은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에 이내 열정이 시들어버린다. 간절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인내를 선물한다. 인내는 자신도 모르게 그 일에 지속적으로 몰입하게 하고, 그 몰입은 또 다른 커다란 몰입으로 이어져 타인은 도저히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개성을 취하게 된다. 우리는 독보적인 개성을 천재성이라고 부른다. 이 천재성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는 만인의 보편적인 영혼이며, 사람들은 그것을 소유한 사람에게 괜스레 끌린다. 그들은 그것을 목격하는 사람들의 잠재된 천재성을 일깨워 그들 자신도 그런 여정을 떠나도록 감동적으로 독려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이자, 네 번째 글인 승화는 정적의 단계에서 겸손하게 유유자적할 때 발견되는 정신적이며 영적인 상태다. 승화는 인간을 추락하도록 놓아두지 않고 저 높은 하늘을 향하도록 독려한다. 개인은 이 의도적이며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내가 흠모하는 나'로 변모할 수 있다. 개인이 정신적으로, 더 나아가 영적으로 깨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근사한 모습을 하고 타인의 부러움을 산다 해도 한낱 이기심으로 가득한 짐승에 불과하다. 국가나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우리 개개인이 스스로도 놀랄 만큼 감동적인 인간으로 변모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위대한 개개인이 곧 위대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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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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