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의 비밀 > (3)

윤필립 칼럼

< 생각의 비밀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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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 회장은 주식으로 여러 기업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숫자만 보고 결정을 하지 않고, 실제 가치가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기 위해 회사를 직접 방문한다.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하면, 사장실에 가기 전에 반드시 들리는 곳이 있다. 수위실과 화장실이다. 수위실에 앉아 캔커피 한잔 나눠 먹다 보면, 작년보다 물동량이 늘었는지 직원들이 늘었는지 가장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사장이 제대로 출근을 하는지 간부들은 성실한지도 알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로 가는 곳은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그 회사가 관리되는 마지막 부서이다. 만약 화장실이 지저분하다면 그 회사는 지금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저분한 화장실은 그 회사가 지금 어떤 상태로 관리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업무체계가 확실하고 규칙과 규정이 잘 지켜지고 직원들이 성실히 일하는 조직은 화장실이 절대 더럽지 않다. 마지막으로 들르는 곳이 사장실이다. 사장실은 그 회사의 대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허세가 많고 사업 외에 다른 곳에 관심이 더 많은 사장은 벽면에 상장, 위촉장, 상패, 기념패, 감사패 등으로 가득 채운다. 그도 모자라면 책상 위에 즐비하게 뭔가 늘어져 있다. 그리고 두툼한 카펫에 골프채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기 마련이다.


김 회장이 주식을 사는 이유는 그 회사를 갖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주식을 살 때, 신문 기사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포장지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모르면서 박스를 설명한 듣고 사는 꼴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다. 다행히 방문한 회사는 사장님도 격의 없이 소탈했고, 상패도 없었고, 전형적으로 일을 좋아하는 사장이었다. 동석한 직원이 "우리 사장님은 출장 후에 남은 출장비를 꼭 반납하신다"라는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저런 양반이라면 더 뭘 바라겠는가? 김 회장은 미국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다. 주주로 이루어진 회사의 주인은 주주들이다. 회사의 대표가 아니다. 설령 대표가 99% 주식을 가지고 있고 친구가 1% 주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절대 회사 카드로 개인 밥값을 지불하면 안 된다. 그 밥값의 1%는 내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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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의 기준은 "돈은 줄 수 있어도 빌려주지는 않는다"라는 것이다. 당신이 그냥 줘도 될 만한 돈이면 군소리 없이 줘라. 하지만 절대 빌려주지 않는 용기나 배짱이 필요하다. 창업 멤버가 계속 사장과 함께 성장하려면 시스템과 조직 안에서 일하는 방법을 재빨리 습득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국공신들은 개국의 공만 주장하고 계속된 발전에 의미를 두지 않기에 사장과는 숙명적으로 벼랑까지 가기 마련이다. 사장 입장에서 이들의 최대 장점은 충성심이지만, 이 충성심에 교육이 따라오지 않으면 곧바로 배신으로 결과가 돌아온다. 교육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전문교육과 관리자 교육을 시키되, 이를 받아들이면 최고의 협력자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끝내 헤어져야 한다.


재산을 얻으면 명예도 얻고 싶은 것이 사람이다. 그런데 재산을 벌면 되지만 명예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이 '사업을 위해 인맥을 쌓는다' 하면서 유명한 사람, 큰 기업 사장, 국회의원, 장관들과 친분을 쌓는다. 사장이 사업보다 외부 일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직원들은 경계심을 풀고 월급쟁이 마인드가 된다. 좋은 직원들은 이직할 궁리를 시작하므로, 사업은 후퇴하기 시작한다. 사업가의 명예는 이런 것이 아니다. 사업가에게 가장 큰 명예란 가족들이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가족들의 미래를 끝까지 책임지고 유지하는 것이다. 사업가의 명예란 직원들 개개인을 성장시키고 사회에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업가로서 가족과 직원, 사회로부터 받는 가장 큰 명예다. 감사패나 위촉장은 당신을 부끄럽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잘나가던 사업체도 오너의 인터뷰 출연이 많거나, 자신의 능력을 자랑키 위해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은 몇 년 후 대부분 소리 없이 사라진다. 사업은 지극히 현실이다. 이 현실에서 한 발만 잘못 나가면 사업체는 사라지고 만다. 체면이나 위세를 위해 사업을 하지 마라. 얼마나 어렵게 걸어온 길이며 얼마나 힘들게 세운 사업체인다. 사업은 끊임없는 공부와 자각을 통해 성장한다. 하나의 사업체를 이루기 위해 가난과 모멸과 육체적 고생과 원형탈모를 견뎌야 한다. 그렇게 힘들게 만들어놓은 회사를 고작 사치나 감사패 때문에 날릴 수는 없지 않은가.


고학력자들은 높은 대우를 요구하나, 현재의 뛰어남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 된다. 처음 시작한 자리에서 얼마나 많이 왔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인생은 시작점이 서로 다른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처음에 빨리 달리거나, 부모가 업고 달린 사람이 평생 빨리 달린다는 보장은 없다. 가장 좋은 직원은 매달 발전하는 직원이다. 느리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성장해가는 직원이, 능력이 뛰어나지만, 더 배울 게 없다는 듯이 자부심만 강한 직원보다 훨씬 좋은 직원이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라. 마음껏 사랑하고 상처받은 이를 위로하라. 이 인생이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 바로 지상에서의 당신의 천국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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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필립  |  필리핀 중앙교회 담임목사, 아브라함 신학교 총장 

              저서 : ‘그들에게는 예수의 심장이 뛰고 있다', ‘하나님의 지팡이를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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