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의 다양성과 의대 진학과의 상관관계
의대 진학의 당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적은 분야에 집중된 관심을 보이는 것과 많은 분야에 다양한 관심을 보이는 것 중 어떤 선택을 하냐는 점이다. 학생의 성향에 따라 조금 다른 결론을 내릴 수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필자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는 핵심사항, 즉 질병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는 삶을 살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보일 수 있는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도록 조언하고 있다. 또한 힘주어 강조하는 내용은 관심분야가 무엇이든 상관없지만 그 행위의 근본에는 환자 중심의 사고방식이 자리잡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경험이든 그 경험이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것은 학생들이 그러한 특정 경험을 하게 된 배경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를 자기 나름대로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대학 시절에 TA(Teaching Assistant)로 경험을 쌓으면 의대 진학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에 대해 고민하는 학생들이 있다. 학생이 그 TA 경험을 하게 된 배경과 그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으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를 들었을 때 단순히 지식 습득과 교수와의 관계 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말한다면 굳이 의대 진학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일이니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TA를 하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본인이 습득한 지식을 그 지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유하여 도움이 되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학생이라면 시간을 들여 TA를 하라고 강력히 권할 만하다. 그런 평소의 마음가짐을 토대로 의학을 공부하여 의학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리라는 믿음이 가는 학생이기 때문이다. 연구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갖는 학생이라면 굳이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내라고 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환자를 만나 돌보는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질병을 퇴치하고자 노력하는 마음가짐을 가진 학생이라면 의대에서도 그 시간을 헛된 시간이라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의대 인터뷰에서 인류를 위해 연구직으로 평생 헌신하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을 들을 수도 있는 경험이 마음가짐에 따라 의대가 반기는 학생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대 지원서에는 15가지의 특별활동 경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15가지를 모두 다 채워야만 의대에 합격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대로 준비한 학생들의 경우라면 몇 가지 경험은 버리거나 통합시키는 과정을 거쳐 15가지로 줄여서 자신이 경험해온 활동들에 대해 의대 측에 알릴 수 있게 된다. 전형적인 활동들이라면 병원 봉사나 EMT 등의 클리닉컬 경험 3~4가지, 장애우 캠프봉사나 저소득층 아동들의 공부를 돕는 등의 커뮤니티 봉사 경험 3~4 가지, 교내에서나 교외에서 쌓은 리더쉽 경력 2~3 가지, 해외 의료봉사, 리서치, 쉐도윙 등의 기본적인 활동들 외에도 노동을 통해 돈을 벌어본 경험이나 음악적 재능을 개발하며 살아온 경험 또는 단체 운동을 통해 협동심을 키워온 등의 다양한 독창적인 활동들이다. 여기에 갭이어를 갖는 학생이라면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당연히 본인만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을 수 있으니 사실 특별활동에 대해 적으라는 15가지의 공간이 많은 것은 아니다. 프리메드 학생들이 정신없이 바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다양한 경험들이 기본적으로 모든 의대 합격생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간혹 자녀가 성적이 좋고 병원에서 봉사도 좀 해봤고 지금 졸업하고 리서치를 하고 있으니 의대 갈 준비는 잘 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부모의 말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이유 또한 이것이다. 성적 좋고 병원봉사 좀 해봤고 리서치 하고 있다면 의대 진학 준비를 이제 막 시작한 학생으로 분류된다. 그 정도도 안 하고 의대에 지원하는 학생은 없기 때문에 대학을 4.0 만점으로 졸업했더라도 의대에 진학할 확률은 낮은 것이다. 물론 경험의 종류가 적더라도 깊이가 있다면 좀 낫기는 하지만 안전한 선택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대학 4년간을 AIDS 연구에 몰두했고 그 결과 논문도 몇 번 출간되었다고 치자. 다른 경험들이 거의 없는 상태라면 이 학생을 받아줄 의대는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성향의 학생이라면 의사가 되어 환자를 돌보며 살아가는 것 보다는 AIDS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을 하든 AIDS 확산을 막는 방법을 찾아내는 전문 연구원으로 살아가는 것이 인류를 위해 더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구 열정 자체는 고무적이지만 환자들과 만나고 그들의 고통을 느끼고 공감하는 시간이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과 균형이 맞지 않는다면 의대에 맞는 학생이 아니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논리를 이해 못하는 학생과 부모가 간혹 있어서 안타깝다.
자신의 열정을 쫓아 시간을 쓰는 것이 젊은 날의 옳은 자세이다. 그 열정이 '환자치유'에 있는 학생만이 의대에 진학하는 것이 맞고 옳은 일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