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대 통합과정과 아이비리그 대학 중 진학하기 더 어려운 곳
우문현답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답을 밝혀 보겠다.
질문해 주신 가정에 송구하지만 어리석은 질문이라고 간주하는 이유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이다 보니 본인의 표현처럼 대학 및 의대입시에 관한 정보가 많지 않아 올바른 비교 대상이 아닌데 비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비유했듯 마치 각각 5,000 cc 엔진이 달린 스포츠 카와 카고 밴을 엔진 사이즈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차가 더 성능이 좋다고 해야 할지에 관해 고민하는 것과 유사하게, 고민거리도 아닌 일에 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며 의대에게서 조건부 합격도 동시에 받는 대학/의대 통합과정, 즉 BS/MD Combined Program은 핵심이 의대입학에 맞춰져 있어야 하는 반면에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대학입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야 한다.
두 가지 입시의 차이점은 극명하다. 일단 대학교육과 의대교육의 차이점부터 알아보자. 대학에서는 장래가 촉망되는 미성년자 학생들을 선발하여 다양한 지적 경험과 현장 경험을 쌓게 도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게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 주임무이다. 그러므로 지원한 학생에게서 가능성을 찾아 발전시킬 자신이 있으면 그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반면에 의대는 그런 대학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한 확신이 생긴 성숙된 학생만이 지원하는 곳이고 그러다 보니 가능성 위주로 학생을 선발하지 않고 제대로 준비가 된 학생만을 선발하게 된다.
즉 아이비리그 대학은 지원자가 뭔가 부족한 부분이 보여도 특이하게 인상적인 부분도 함께 보일 경우 대학에서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만 제대로 한다면 4년 후에 월등히 발전한 모습을 보일 학생으로 생각하고 데리고 간다. 반면에, 정해진 기준치에 부족한 부분이 한 가지라도 보인다면 다른 모든 부분들이 뛰어나더라도 선발하기를 주저하게 되는 것이 의대의 입장이다. 불과 2년만에 의사로서 습득해야 할 기본적인 모든 지식을 이해하고 암기해야만 나머지 2년간 실습교육을 받고 졸업하게 되는 4년간의 교육과정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의대는 부족한 부분을 따로 가르쳐 가며 학생을 지도할 만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만 이해한다면 대학과 의대가 학생을 선발할 때 다른 기준을 활용하는 이유를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아이비리그 대학이 주목적이면 가능성을 보이는 일에 주안점을 두면 된다. 이 말의 의미는 과학에 관심이 있다는 것은 과학경시대회에 나가서 입상하며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대에서는 경시대회 입상경험보다는 실제로 실험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PCR을 혼자 돌릴 수 있는지 등의 특정한 실험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와 실험이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팀원들 간에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중요한 단체활동인지를 느낀 학생을 선발하게 된다. 환자를 위한 마음가짐도 말로만 아픈 분들을 돕고 싶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오케스트라와 운동에 활용한 시간에 훨씬 못 미치는 시간만 환자들과 간헐적으로 만난 건지, 아니면 실제로 몇 천 시간동안 환자들과 함께 했는지로 판단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 스스로 우러나서 했냐는 점이다. 착한 한인 학생들 중에는 강한 엄마 밑에서 수천 시간 동안 성실하게 환자들을 돌보고 실험실에서 수천 마리의 실험용 쥐를 죽여가며 연구에 몰두했으나 의대 인터뷰에서 20년 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말해보라는 질문에 막혀 의대 진학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고백하고 나와 펑펑 우는 경우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통합과정에 합격할 가능성도 낮지만 그래서도 안 된다. 내 아이가 불행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 바란다. 어려서 아직 확신이 없는 자녀라면 의대에 가더라도 통합과정이 아닌 프리메드 과정을 통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기다려 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려서 강제로라도 의대에 보내야 대학가서 자기 생각으로 의대에 안 가겠다고 하는 일이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부모도 많이 만나 봤다. 물론 이런 가정의 자녀를 필자의 학생으로 받아준 적은 없다는 것을 감히 자부한다.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학생이 통합과정에는 불합격하는 일은 흔한 일이지만 통합과정에 합격한 학생이 아이비리그 대학에도 지원했다면 아마도 합격했을 확률이 지극히 높다. 적어도 필자가 지도해서 통합과정에 진학시킨 고교생들의 경우 대부분은 프린스턴이나 MIT에는 쉽게 합격했었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너무 많은 고교생 학부모들이 자녀를 필자에게 맡겨 아이비리그 대학에 진학시키려고 했기에 약 5년 전부터는 통합과정 학생들을 맡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는 뉴욕의 스타이브슨, 뉴저지의 버겐 아카데미 및 버지니아의 토마스 제퍼슨 한인고교생들이 매년 여러 명씩 통합과정에 진학하다가 그 시기부터는 한 해에 한두 명도 통합과정으로의 진학이 힘들어진 일과 무관하지 않다.
12학년 때 지원하기 위해서는 9, 10, 11학년 약 3년간 프리메드 학생들이 대학에서 생활하듯 생활해야만 통합과정에 합격할 확률이 높아진다. 즉, 학습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따로 언급할 의미도 없고, 환자들과 보낸 시간들을 토대로 스스로 행복에 관한 기준이 서 있어야 하고, 실험실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 팀웍에 대한 이해와 능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이는 일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니 특이사항도 아니다. 핵심은 환자중심의 사고방식을 보여야 한다는 것과 이를 통해 평생 행복할 자신감을 보이는 일이다. 그것만 가능하다면 신분이 유학생이든 DACA든 미국 영주권자든 시민권자든 무관하게 통합과정은 기본으로 합격하고 덤으로 아이비리그 한두 학교는 합격할 것이다.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모습을 보이는 가장 중요한 점은 영어 독해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임은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믿는다. 의대생이 하루에 읽고 이해하고 암기해야 하는 분량이 일반 대학생의 최소 5배라면 영어 독해력이 부족한 학생이 의대에 진학해서는 안 된다는 단순한 논리가 극명하게 이해될 것이다.
남 경윤 / 의대 진학 전문 멘토 kynamEducation@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