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카메라 놀이
우리는 눈으로 같은 것을 보고 있을지라도 자신의 경험, 인지, 착시, 고정관념 등으로 인해 각자의 느낌이나 생각으로 표현 되는 것이 조금씩 다를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보고 싶어하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내 눈을 다른 사람에게 잠시 맡겨 그 사람의 의도에 의해 보게 된다면 어떠할까?
이번에는 숲이나 공원에서의 놀이 중 카메라 놀이를 소개한다. 두 사람이 짝이 되어 한 사람은 카메라가 되고 한 사람은 사진사가 되는 것이다. 사진사는 아름다운 풍경, 보여주고 싶은, 본인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장면을 찾아 인도해 간다. 장면을 찾아 가는 동안 중요한 점은 카메라가 눈을 감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되도록이면 말을 하지 않고 이끈 후 장면을 발견하면 카메라 렌즈 즉 상대방의 몸, 머리 등을 고정시킨다. 장면에 따라 눕거나 엎드릴 수 있고, 앉아야 할 수도 있다. 고개를 숙이거나 젖혀야 할 수도 있다. 놀이를 하기 전에 카메라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본다면 더욱 좋겠다.
렌즈를 세가지 옵션- 아주 가까운 것을 찍기 위한 접사렌즈, 넓은 풍경을 위한 광학렌즈, 먼 곳을 위한 망원렌즈-으로 약속을 미리 한다면 더욱 풍부한 놀이가 될 수 있다. 원하는 각도로 카메라가 세팅 되었다면 카메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것으로 셔터를 누르는 것이다. 놀이를 하기 전에 카메라 사용법을 서로 안다면 놀이에 더욱 집중 할 수 있다.
어깨 두드림으로 인한 셔터 누르기로 카메라의 눈을 떠 5초 정도 바라보게 한 후 다시 어깨 두드림으로 눈을 감게 한다. 처음에는 어깨를 두드리면서 눈을 뜨고 감으세요 라고 말 해줘도 좋다. 5초 정도 잠깐 바라보게 하는 것이 카메라인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시간을 많이 주면 마치 카메라의 빛 노출이 많이 되어 사진을 망치 듯 카메라인 사람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옮겨져 인상을 흐리게 만든다. 3~5장 정도의 사진을 찍은 후 서로 역할을 바꾸어 본다.
사진 찍기를 다 마친 후에는 그림을 그려본다든지 둘이서 사진에 이름 붙여 주기를 하며 이야기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 이 놀이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함께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다.
평화로운 이 놀이를 통해 두 사람 사이에 무언의 신뢰감, 장면으로 인한 아름다움의 공유, 마음의 전달을 시작으로 깊은 대화의 물꼬 트임 뿐 아니라 미학적인 자연의 이해와 카메라에 대한 지식전달까지도 가능하다.
김경희: abgo.ed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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