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한 음악교육 (6) - 작곡가의 삶을 통해 다시 듣는 바로크 시대의 클래식 음악 (1) '비발디'
작곡가의 삶을 통해 다시 듣는 바로크 시대의 클래식 음악 (1)
‘사계’를 창조한 천재 음악가 ‘안토니오 비발디’
시대를 초월한 명곡 비발디의 ‘사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는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음악교육가이다. 비발디는 사제였지만 허약한 체질 탓에 수도원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대신 베니스의 한 고아원에서 운영하는 피에타 음악학교의 교사 겸 음악감독이 되어 음악가로서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게 되는데 이때 유럽 최고의 오케스트라를 만들게 된다.
비발디는 오페라 역사에 많은 업적을 남겼다. 특히 3악장 형식의 협주곡은 바하에게 큰 영향을 끼쳐 바로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업적 중 하나인 협주곡 형식을 확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요한 세바스찬 바하가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라고 한다면 바로크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는 비발디의 ‘사계(Four Season)’ 를 꼽을 수 있다.
이 곡은 원래 열두 곡이 포함된 〈화성과 창의에의 시도 op.8>의 일부분으로 출판되었으나, 사계절을 묘사한 첫 네 곡이 자주 연주되면서 지금과 같이 따로 분리해 사계로 불리게 되었다. 각 곡은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빠른 악장들 사이에 느린 악장이 하나씩 끼어 있다. 사계를 구성하는 네 개의 협주곡은 각 계절을 묘사하고 있는데, 작가 미상의 시(소네트)가 계절마다 붙어 곡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계절의 변화를 선율과 화성으로 묘사했다는 측면에서 ‘음으로 그려낸 풍경화’ 같은 곡이다.
비발디 자신이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였기 때문에 사계에서 바이올린의 활약은 대단한 데, ‘바이올린 소리가 이런 것까지 표현할 수 있구나’ 할 정도로 바이올린 연주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며 피아노라는 악기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래서 바이올리니스트라면 누구나 빼어난 기교와 표현력을 자랑하는 이 곡에 도전하게 된다.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 (I Musici)’와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아요(Felix Ayo)의 연주로 1955년 네덜란드 필립스가 만든 음반이 최고의 음반으로 손꼽히는데, 이 음반은 일본에서만도 3백여만장이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과 함께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8천만장이 넘게 팔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클래식의 황제’라 불리는 카라얀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의 베토벤교향곡 제5번에 비견되는 기록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Sarah Chang)와 오르페우스 챔버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연주도명반으로 꼽히는데, 비발디 음악의 특정인 강약의 정확한 표현과 열정적인 연주를 느낄 수 있다.
‘사계’는 수 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에서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 2004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올드보이’에서 주인공 최민식이 자신을 감금했던 사람들을 고문하는 장면에서 ‘사계’의 겨울 악장이 배경음악으로 흐르는데, 이는 겨울과 추위에 대한 음악을 복수극에 빗대어 사용한 예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천재 음악가의 격정적인 삶을 그린 영화 ‘비발디’
‘아마데우스’, ‘샤인’, ‘카핑 베토벤’ 등 천재 음악가들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는 스토리뿐 아니라 삽입된 명곡들로 더욱 진한 감동을 전달한다. 사계의 대중성에 비해 비발디의 삶은 그렇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데, 그런 면에서 장 루이 길예르모(Jean-Louis Guillermou) 감독은 비발디의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삶을 잘 그려냈다.
그러나, 제자이자 소프라노 가수 ‘안나 지로’와의 염문으로 큰 시련과 함께 그의 명성은 추락하고 만다. 그를 시기하는 무리들의 음모와 배신이었던 것으로 드러나지만, 더 이상 이탈리아에 미련이 남지 않은 비발디는 이곳 저곳을 전전하다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쓸쓸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천재 음악가의 삶을 그런 영화 ‘비발디’ 에서 그가 남긴 수많은 명곡을 감상할 수 있다. 안토니오 비발디는 수많은 작품을 작곡했지만, ‘사계’ 등 몇몇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간혹 그가 작곡한 곡들의 구성이 비슷해 자기 표절이라는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스트라빈스키는 ‘비발디는 똑같은 곡을 100곡 이상 작곡한 사람’ 이라 혹평한다), 그는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작곡가이자 그보다 7년 뒤에 태어나, 음악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위대한 작곡가 바하에 많은 영향을 끼친 바로크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곡가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에피소드하나>
오스트리아 빈에서 치러진 비발디의 장려식에 요제프 하이든(Joseph Haydn)이 소년 합창단원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Kelly Na – 문화 & 예술 칼럼니스트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켈리 나씨의 음악 칼럼은 필자 사정으로 당분간 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