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티댄싱’과 ‘스맨파’
“나우 아이 해 더 탐 옵 마 라아입~ (Now I've had the time of my life~)”
빌 메들리의 멋진 중저음 보이스로 시작해 제니퍼 원스 의 섹시한 목소리가 이어지는 이 노래는 영화 더티댄싱의 주제곡 “Time of my life”이다.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인 마지막 공연 장면에서 남녀 주인공인 패트릭 스웨이지(쟈니 캐슬 역)와 제니퍼 그레이(프란시스 베이비 역)는 이 노래에 맞춰 멋진 댄스를 펼쳐 보인다.
이 영화가 개봉한 때는 1987년, 5백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지만 입소문만으로 미국에서 6,344만 달러, 해외에서 1억 4천만달러를 벌어들인 대박 흥행작이다.
한국에서는 88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1월 1일 개봉해서 그야말로 초대박을 쳤다. 종영 후 팬들의 요청으로 3주간 앵콜 상영을 했을 정도… 뿐만 아니라 10년 후인 1997년에 SBS ’영화특급’에서 더빙판을 TV로 방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다시 10년 뒤인 2007년 극장에서 재개봉을 하여 15만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다.
1987년 당시 대부분의 극장은 좌석제가 아니었다. 같은 돈을 내고도 좌석에 앉지 못한 관객들은 중앙 통로 바닥에 앉거나 가장자리 통로 벽에 붙어 서서 영화를 봐야만 했다. (내가 본 영화 아마데우스의 장면은 아직도 비스듬한 대형 화면으로 떠오른다.)
또 당시 한때는 극장에 카메라를 가지고 들어가서 영화 장면을 찍어서 인화하는 일이 유행하기도 했다. 필름을 넣은 카메라를 가지고 극장 스크린을 촬영해서 사진 현상소에 맡기고 며칠 뒤에 현상된 필름을 찾았다. 인기있는 배우가 잘 나온 사진은 여러 장을 인화하여 친구에게 주거나 팔기도 했다. 그야말로 ‘라떼는 Horse’ 같은 이야기다.
잘 생기고, 춤 잘 추는 ‘더티 댄싱’의 ‘패트릭 스웨이지’ 사진은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그는 지난 2009년 암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했지만, 더티 댄싱의 쟈니 혹은 사랑과 영혼(Ghost)의 샘은 영화 팬들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살아있을 것이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어머니가 발레리나였던 까닭에 어려서부터 발레를 배웠다고 한다. 어딘가 곱디 고운 그의 춤 선은 바로 그 때문인 듯하다.
‘스우파’, ‘스맨파’
지난 해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일명 스우파)’라는 서바이벌 댄스 프로그램이 방영되어 꽤 인기를 끌었다. 소위 ‘백댄서’라 불리며 늘 가수들의 뒷 배경일 수 밖에 없었던 여성 댄서들이 대거 출연하여 서로의 춤 실력을 겨루면서 당당히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과정을 많은 이들이 즐겁게 지켜보았다.
출연자들의 춤 실력뿐만 아니라 외모나 패션 등도 큰 화제가 되었으며,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 출연자 또는 화제를 모은 장면을 패러디하고, 몇몇 음악들이 차트 역주행을 하기도 했다. 일부 출연자나 제작진과 관련해 크고 작은 논란이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대중들에게 ‘댄서’라는 직업의 세계를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하고, 무지에 의한 편견과 선입견을 바꾸어 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스맨파(스트리트 맨 파이터)”가 나온다면 기대해 볼만하다”던 파이트 저지 보아의 발언대로 8월 23일 “스트리트 맨 파이터”가 첫 방송되었다. ‘스우파’에서 MC를 맡았던 강 다니엘이 역시 MC로 출연하고 파이트 저지로 보아, 은혁, 장우영이 출연했다. 화려한 이력을 가진 여덟 남자 댄서 크루들의 대결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개인적으로 무척 흥미진진하다.
젊음과 자유 그리고 사랑
‘춤’이라는 것이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옴 몸을 움직여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행위인 만큼 유연하고 힘이 있는 젊은이에게 더 다양한 표현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젊음이 표현하고 싶어하고, 젊을 때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 분명히 따로 있다.
뻔한 플롯 구성이지만 1987년이나 2022년이나 시대를 초월해 재미를 느끼고 공감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영화 ‘더티 댄싱’의 주제와 메시지. 인류가 끊임없이 말과 글과 몸으로 표현하기를 갈망하는 바로 그것. “자유와 사랑”
지루하고 따분한 절차와 격식, 전통과 체면,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형식과 억압. 그것들로부터 벗어나려는 저항의 몸부림.맘보와 차차 등 정해진 동작과 패턴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사교춤에 반하여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사랑과 욕망을 느낌 그대로 표현하는 자유로운 춤. 쟈니(패트릭 스웨이지)와 친구들이 모여서 추던 춤. 젊은 남녀가 서로 껴안고 리듬에 맞춰 함께 골반을 흔들어대는 더러운 춤. 더티 댄싱.
어쩌면 그것은 더러운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이고 순수한 욕망을 가장 순수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가장 숭고한 행위 일지도 모른다. 음악을 심장으로 느끼고 그 느낌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 춤.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갈망. 서로의 공간을 배려하며 몸의 움직임으로 나누는 대화.
‘스맨파’에서 우리 젊은이들의 자유롭고 활기찬 몸의 대화를 실컷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분명 멋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