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리머(Dreamer)의 깨어진 꿈, DACA 폐지
지난5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프 세션스(Jeff Sessions) 법무장관이 'DACA'로 알려진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제도 폐지 발표를 했다. 국토안보국은 더 이상 DACA의 신규 등록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의회에는 대체법안을 만들 시간 6개월이 주어진 상태다.발표 이후부터 이어져온 논란과 문제점들을 짚어봤다.
DACA란?
지난 2012년 6월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발의된 DACA는 나이제한과 학위소지 등의 조건을 만족한 불법체류자(서류미비자) 청년들의 추방을 유예해주는 제도다. 이들에겐 소셜시큐리티번호(SSN)와 노동허가증(EAD)이 발급됐으며 추방유예는 2년마다 갱신할 수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어렸을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들어와 불법체류하는 청소년들로 강제추방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2014년 11월 에는 기존의 청소년추방유예 프로그램이 확대되어, 16 세 생일 이전에 미국에 입국한 사람으로서 2010년 1월 1일 이후 계속해서 미국에 거주했고 또 지원서를 제출한 날짜를 기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이와 동등한 졸업장을 받은 사람들까지 포함했다.
DACA에 따라 부모 추방유예 프로그램(DAPA)은 범죄기록 조회에 통과한 미국시민권자 자녀 혹은 영주권자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추방유예 조치를 신청하고 노동할 수 있게 하는 행정명령으로서, 2010 년 1 월1 일부터지금까지 미국에 거주해온 개인이 이 프로그램에 해당됐다. 또 서류미비체류에 대한 임시 보호 조치 (Provisional Waivers of Unlawful Presence)를 확대, 영주권자의 배우자와 자녀들, 그리고 시민권자의 성인자녀들이 영주권(Green Card)을신청하는 경우, 미국을 떠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체류하며 영주권 승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이전에는 시민권자의 배우자만 이런 절차가 가능했었다.
하지만 DACA는 체류신분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해주는 방법은 아니었다. 드리머들은 합법적인 과정(취업 또는 결혼)을 통해서 영주권을 받아야한다. ‘드리머(Dreamer)’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고 있는 청년은 80만명으로 추산되며, 그 중 대부분은 멕시코 출생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출신은 약 1만명으로 추산된다.
트럼프와DACA
세션스 법무장관은 이 프로그램의 대상자들이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으며 미국을 ‘범죄, 폭력, 심지어 테러리즘의 위험’에 처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DAPA를 언급하며 위헌 소지가 있는 법안 대신 미 의회가 어린 시절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한 젊은 이민자들을 다른 방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션스 법무장관은 "미국은 국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법적인 이민을 필요로 한다"며 "우리는 미국 입국을 희망하는 모든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6월 DACA 프로그램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히는 메모랜덤 즉 지침을 발표한바 있다. 당시에는 DACA 수혜자는2년마다 갱신할 수 있고 노동허가증도 만료 때까지 종료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DAPA라고 하는 불법 청소년 부모들에 대한 구제정책은 폐지한다고 밝혔다. 당시 국토안보부의 조너선 호프만 공보담당 차관보는 대통령이 DACA 프로그램을연민과 동정심을 갖고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화당 성향의 주 법무장관들이 지난 7월 당시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앞으로 공개서한을 보냈는데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을 포함한 10개 주 법무장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DACA 폐지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DACA 추방유예를 폐지하지 않는다면,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서라도 이를 폐지시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지난해대선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이민정책을 주장하면서 DACA 프로그램폐지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엔 DACA 수혜자들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유지 가능성을 내비치며 행정부는 범죄를 저지른 이민자들을 추방하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DACA 폐지 발표 후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체류중인 80만 명의 젊은이들에게, 앞으로 의회가 후속 대책을 마련하는 6개월 동안은 추방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의 트위터를 썼다.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지 몇 년이 지난 사람들을 그들의 고국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DACA 폐지의 진짜 의미
DACA 프로그램을 만든 장본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DACA폐지 결정이 ‘잔인하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젊은이들을 겨냥하는 것은 잘못이며, 이들은 아무 잘못도 한 것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이어 이번 결정을 "자멸적"으로 규정하면서,"이들은 미국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연구실에서 일하며, 미군으로 복무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또 이 젊은이들은 다른 방식으로도 미국에 기여하기 원한다며, 이번 조치는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오바마전 대통령은“이 같은 조치는 정치적인 결정이자 도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이 이민 문제 대해 가질 수 있는 우려나 불만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잘못 없이 이곳에 살고,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어떤 것도 빼앗지 않는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협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5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DACA 폐지결정에 관해 "(이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는) 수많은 청년들의 꿈을 짓밟고 우리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훼손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잘못된 결정이다. 산적한 문제를 풀기는커녕 새로운 문제를 일으키는 나쁜 정책"이라며 "이민 개혁을 위한 분별있는 해법을 제시하기보단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DACA 프로그램 폐기에 대한 비판은 미 전역에서 잇달았지만 가장 거센 반발을 보인 곳은 실리콘 밸리였다. 제프 베조스(아마존), 수전 보이치키(유튜브), 순다르 피차이(구글), 사티야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 대표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이 성명을 통해 미국 의회에 DACA 폐기 무효화를 촉구했다.
팀쿡 애플 CEO는워싱턴 정가에 '긴급 청원'을 내기도 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식으로 드리머의 미래가 위험에 처해선 안 된다"며 "드리머를 보호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의회에 '드림법안'(Dream Act)을 비롯한 초당적인 새 입법을 통해 드리머들이 미국 시민권을 얻을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커버그는 6일 실리콘밸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드리머 3명을 초청해 페이스북을 통한 생중계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공개 영상을 통해 DACA 프로그램 폐기로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드리머 80만여 명을 구제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게 의회를 압박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캡쳐)
경제전문지 포춘은 DACA 프로그램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에 서명한 기업인이 500명이 넘는다고 전했다. 이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 기업인이다. 포춘에 따르면 기업 평가액이 10억 달러 이상인 미국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 이른바 '유니콘'의 51%가 이민자에 의해 설립됐다. 또 포춘이 꼽은 미국의 500대 기업 가운데 40.2%는 창업자 가운데 1명 이상이 이민자나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유니콘의 71%가 이민자를 주요 임원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며 이민자 없이는 실리콘밸리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진보센터(Centerfor American Progress)’는다카를 폐지하고 드리머들을 출국시키면 10년 동안 미국의 GDP에 4334억달러의 손실이 있을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제리 코널리 연방하원의원(VA, 민주) 사무실 발표에 따르면 전국 80만명 DACA 수혜자들은국내총생산(GDP) 약 4,630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활동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이 기여하는 소셜시큐리티 및 메디케어 기금은 연간 246억 달러에 달한다. 코널리 의원은 “DACA 폐지는미국인답지 못한 행동”이라며 “미국의 경제를 스스로 망치는 정책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경제학자폴 크루그먼(PaulKrugman)은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드리머들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는 주장에 대해 경제적인 이유를 조목조목 반반하며 이렇게 마무리했다.
“미국 경제에 이중의 타격이 된다. 모든 사람들을 더 불행하게 할 뿐이다. 당신이 그저 갈색 피부와 히스패닉 성을 가진 사람들을 주위에서 덜 보고 싶은 게 아닌 이상, 이 잔혹행위에는 어떤 긍정적인 면도 없다. 물론, 그게 바로 이 조치가 진짜 뜻하는 바다. (9월 5일 뉴욕타임스 칼럼 “The Very Bad Economics of Killing DACA”)”
이어지는소송
본지A면 교육뉴스란에서 전한 바와 같이 15개 주(州) 법무당국이연방 정부의 DACA폐지 발표에 반기를 들어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에 따르면(6일 기준)뉴욕, 매사추세츠, 워싱턴, 코네티컷, 델라웨어, 컬럼비아특별구(DC), 하와이, 일리노이, 아이오와, 뉴멕시코, 노스캐롤라이나, 오리건,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버지니아 주 등이 뉴욕 동부 연방지방법원에 다카 관련 소송을 냈다. 소송 원고는 밥 퍼거슨 워싱턴 주 법무장관 등이다. 퍼거슨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1차 반(反) 이민 행정명령 발효 직후에도 가장 먼저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바 있다.
캘리포니아주정부도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추방유예(DACA) 폐기 조치 무효화 소송을 연방법원에 제기했다.
하비어베세라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트럼프의 행정부의 DACA 폐지결정은 연방 헌법이 규정한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불법적인 조치라며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베세라 총장은 DACA가서류 없이 이 나라에 들어온 어린이들인 ‘드리머’ 80만 명이 성공적이고 생산적인 미국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하며 DACA 혜택을받는 ‘드리머’ 가운데 4분의 1이 캘리포니아를 고향처럼 여기고 있고, 캘리포니아가 세계 6위의 경제 규모를 갖게 된 게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정부가 샌프란시스코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송에는 미네소타, 메릴랜드, 메인 등 3개 주정부가 공동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트럼프 행정부의 DACA 폐지결정에 반발, 소송을 제기한 지역은 지금까지 총 20개로 늘어났으며 서부와 동부에서 별개의 소송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별도로 LA카운티정부가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 '다카(DACA)'폐지를 주장하는 9개 주를 대상으로 공무원들의 '여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12일 LA카운티수퍼바이저위원회는 DACA 폐지를주장하는 9개 주 여행금지 조치 안건을 표결해 찬성 3표, 반대 1표로 의결했다. 이에 따라 카운티 정부 공무원은 앞으로 1년 동안 '텍사스, 앨라배마, 아이다호, 아칸소, 캔자스, 루이지애나, 네브래스카,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버지니아'로 출장 등 공식 방문이 제한된다. 다만 해당 주에서 발생하는 긴급재난 대처 등 인도적 지원과 범죄대처 협력은 유지한다.
(출처: UC 버클리 뉴스-Janet Napolitano의 모습)
UC 대학도 소송전에 합류했다. 재닛 나폴리타노(Janet Napolitano) UC 총괄 총장(the president of the UC school system )은 지난 8일 연방정부와의 소송을 발표했다. 나폴리타노 총장은 “근면성실하고 우등생인 그들(DACA 수혜자)은 UC커뮤니티의 중요한 일원”이라면서 “국가적으로 이로운 DACA 를변덕을 부리며 독단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비합법적일 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다카 폐지 위협은 ‘미국의 국가 가치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번조치로 외국인 특기자 모병 프로그램 ‘매브니’(MAVNI)를 통해 군에 입대한 DACA 수혜자들도비상에 걸렸다
미주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MAVNI 프로그램을통해 입대해 이미 군복무를 하고 있거나 군입대 서약을 맺고 수속 중인 DACA 수혜자는모두 900여 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이중 아직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DACA 수혜자들은DACA 폐지결정으로 당장 추방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DACA 수혜자들에게대해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부터 시행된 MAVNI 프로그램은DACA 수혜자나합법 비이민비자 소지 외국인이 의료 또는 한국어 특기 등 외국어 병과에 한해 미군에 입대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기초 군사훈련을 마치면 영주권 절차 없이 바로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해왔으며, 지금까지 이를 통해 한인 등 1만400명의 외국인이 미군에 입대했다.
DACA와 관련 노동허가는 고용허용문서에 명시된 효력정지일 까지는 유효하며 트럼프정부 발표일 2017년 9월5일에 자동적으로 종료되지 않는다. 자신의 노동허가 만료 시기는 I-795와 고용허용문서(EAD)의 하단에 명시된 내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새로운 DACA신청은받지 않으니 새로 신청하지 않아야 한다. DACA와노동허가가 현재부터 2018년 3월5일 사이에 종료될 때에만 갱신을 신청할 수 있다. 신청 마감일은 2017년 10월5일 까지 이다. 갱신 후에 DACA는2년간 지속되지만 갱신을 빠른 시간 내에 제출해야 한다. 갱신 신청은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에 2017년 10월5일 까지 접수되어야 한다. 만약에 DACA를가지고 있다면 해외여행은 하지 않아야 한다. 신청 중인 해외여행 허가는 더 이상 고려되지 않으며 만약 신청시 지불된 수수료는 반환 된다.
이제앞으로 6개월 동안 의회가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DACA 프로그램은 트럼프 행정부 발표대로 종료된다.그러나 의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예측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하원과 상원에서 DACA 수혜자보호 법안이 통과될 수 있지만 합법 이민 축소와 멕시코 장벽 건설 예산 등 트럼프 정부가 원하는 이민 정책을 수용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분석했다.그래서 주 정부들과 각계 각층이 연방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DACA 프로그램 폐지는 일부 혜택받은 서류미비자들만의 문제라고 여겨지지않는다. ‘미국인들의 일자리’라는 경제적인 이유를 내세웠지만 실상은 트럼프 집권 이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인종주의, 차별주의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Vol.135 로이스 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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