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혹은 거짓 누가 거짓말을 했나? - 대통령선거 1차 TV 토론 팩트 체크
지난 26일 '세기의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던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간의 미국 대통령선거 1차 TV토론을 마쳤다. 사상 최대의 정치 쇼라는 평가에 걸맞게 무려 8140만 명의 미국인이 토론을 시청했다. 당초 예상됐던 1억 명에는 못 미치지만 1980년 카터-레이건 간 토론 이후 36년 만의 역대 최고 기록 경신이다. 이번 TV토론의 승자는 클린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NN의 실시간 여론조사 결과 클린턴이 더 잘했다는 응답이 62%로 트럼프가 더 잘했다는 답변 27%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사실 확인에 나선 언론들
TV토론 뒷이야기도 무성한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언론들의 '팩트 체크(fact check)'다.
보통 미 언론은 대선토론 후 팩트체크 팀을 꾸려 후보자들의 발언에 대해 사실여부를 가리고, 심층 분석하는 과정을 거친다. 3대 팩트체커로 불리는 폴리티팩트(Politifact.com), 펜실베이니아대 애넌버그 공공정책연구소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팩트체크 오알지(Factcheck.org),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Fact Checker)는 물론이고, 뉴욕타임스, NPR, CNN 등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들의 관심도 후보자의 발언에 대한 사실검증에 초점이 맞춰진다.
특히 이번 TV토론에서는 기존의 팩트체킹보다 한걸음 발전한 형태가 선보였다. 다름 아닌 실시간 검증시스템 도입이다. 실시간 속보경쟁이 아니라 조금 늦더라도 정확한 검증에 주력한다는 기존의 시각을 완전히 흔드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실시간 검증을 시도한 경우는 CNN과 뉴욕타임스, 블룸버그TV, NPR 등이다.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인 <NPR>은 트위터를 통해 22명의 기자를 팩트 체크에 투입한다고 알렸다.(-트위터 캡쳐 이미지) 하지만 후보자들의 발언을 실시간으로 검증하는데는 더 많은 인원과 시스템이 필요한데 TV토론 다음날인 9월27일 니먼랩(Nieman Lab)이 <NPR>의 실시간 사실 검증 방법을 소개했다.
<NPR>은 자막방송에 활용되는 토론 발언을 옮겨적는 서비스를 활용했는데 이때 큰 역할을 한것이 ‘구글 독스’다. API(운영체제나 프로그램들이 다른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주는 것: 편집자 주)를 활용해 스크립트를 구글독스로 넘긴다. 이 구글독스에는 리포터, 에디터, 비주얼팀, 카피 에디터, 리서처 등 50명 이상이 접속하고 있다. 이들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발언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가공해서 라이브 스크립트 본문에 주석 형식으로 덧붙였다. <NPR>은 사실 검증을 실시간으로 구현함으로써, 라이브의 효과도 살리고 독자에게 더 풍부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날 <NPR>은 페이지뷰 740만건, 방문자 수 600만명을 기록했다. 방문자의 22%가 토론이 종료될 때까지 사이트에 머물렀다. <NPR>가 기록한 역대 최고의 트래픽이다.
외부에서도 <NPR>의 라이브 콘텐츠를 높게 평가했다. <CBC/라디오-캐나다>의 데이터 저널리스트인 로베르토 로차는 “정말 대단하다. 지금 <NPR>는 실시간으로 토론을 검색 가능하게, 주석이 달린 상태로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으며, <BBC>의 뉴스캐스터인 로스 앳킨스도 “<NPR>가 사실 검증을 다음 레벨로 끌어올렸다”라고 극찬했다.
이처럼 팩트체킹 전문집단은 물론이고 기존 언론까지 팩트체킹에 주력하면서 이번 TV토론에서 두 후보자의 발언은 금세 판가름이 났다. 구체적 사례로 한국과 직접 관련이 있는 내용도 등장했다. 트럼프 후보가 그동안 몇차례 주장했던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주장이다.
트럼프는 이날 토론에서도 "우리는 일본을 지켜줍니다. 독일도 지켜줍니다. 한국도 지켜줍니다. 사우디아라비아도 지켜줍니다. 우리는 여러 나라를 지켜줍니다. 그런데 그들은 우리에게 돈 한 푼 내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폴리티팩트는 곧바로 "한국은 미군의 주둔 댓가로 매년 8억 달러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거짓주장임을 밝혔다. 이처럼 팩트체킹을 통해 드러난 두 후보자의 발언은 온라인을 통해 전세계로 금세 공유가 됐다. 세계가 함께 검증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누가 거짓말을 했나?
그렇다면 이날 과연 두 후보는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뉴욕타임즈의 팩트체킹 내용 중 몇가지를 소개한다.
►외교 안보 분야
트럼프는 “클린턴은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평생 ISIS와 싸워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 무장테러집단인 이슬람국가(IS:Islamic State) 또는 ISIS나 ISIL은 2003년 알카에다의 하부 조직으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 사담 후세인을 축출한 뒤 생긴 이라크의 권력 공백을 틈타 일어난 수니파 반란군이 IS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으로 일한 오바마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에 이슬람국가 IS의 세력은 크게 약화해 대부분 시리아로 밀려났다. 마침내 이들은 원래 자신의 뿌리였던 알카에다로부터 완전히 갈라져 나와 스스로 IS/ISIS라 명명하고 2014년 다시 세를 확장해 이라크 일부를 장악했다. 이때 클린턴은 국무장관이 아니었다. —찰리 새비지(Charlie Savage)
클린턴은 최근 일어난 사이버 공격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며 러시아 정부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롱게임”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다만 미국은 아직 지난번 민주당 전국위원회를 해킹한 것이 러시아라고 확정하지 않았다. 국무부나 백악관은 물론이고 합동참모본부에 대한 공격의 배후가 러시아였다고 공식 성명을 낸 것도 아니다.
클린턴은 “미국은 훨씬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할 수 있다는 위협 섞인 발언인 듯하다. 그녀는 국무장관 재임 시절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해킹한 코드명 “Olympic Games” 작전에서 드러난 미국의 사이버테러 공격 능력을 염두에 두고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미국이 해당 사이버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적은 없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소행이 아닐 수 있다며 러시아를 문책에서 벗어나게 해주려고 애쓰는 듯했다. 그는 “러시아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소행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보당국 관리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최근 일련의 공격의 원점은 러시아라고 “확신을 가지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데이비드 생어(David E. Sanger)
경제분야, 에너지 환경분야는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