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 김응호 회장 인터뷰
LA 총영사관이 관할하는 남가주 지역에는 모두 224개의 한글/한국학교가 있다. 학생수는 12,557명 교사의 수는 1,969명에 달한다. (2017년 3월 조사 기준)
224개의 한글/한국학교는 남가주와 인접해 있는 네바다와 아리조나 그리고 뉴멕시코를 포함하여 모두 12개의 지역협의회로 조직이 되어 있으며, 이들을 총괄하는 단체가 바로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다. 2018년 1월 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제36대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 김응호 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 총연합회장을 맡으신지 3개월이 지났네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예, 열심히, 바쁘게 잘 지냈습니다. 먼저, 지난 2월 24일에 로텍스 호텔에서 상반기 교장 총회를 했는데요. 늘 해오던 대로 지난해의 활동 보고와 결산 그리고 새해 사업 계획과 예산안을 보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각 지역협회장 임명장 수여식도 가졌구요.
특별히, 올해는 총회에 참석하신 각 교장선생님들께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어떤 것들을 좀 더 얻어 가실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조금 변화를 꾀해 보았습니다.
먼저 한미특수교육센터의 관계자 한 분을 초빙해서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이나 주의가 산만한 아이들을 지도하는 방법에 대해서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구요, 모범학교로 선정된 예꿈한국학교(교장 공보미)에서 학교운영 사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예꿈한국학교는 학부모님들이 대부분 1.5세와 2세 한인들로 구성되어 있으신데요, 그분들에게 맞추어 가는 학교 운영 방식의 사례를 발표해 주셨어요.
우리 한국학교의 학부모님들이 1.5세와 2세로 빠르게 바뀌어 가는 추세이기 때문에 다른 교장선생님들께도 좋은 참고가 되실 수 있으실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반응도 아주 좋았습니다.
▶ 총연합회장으로 선출되기 이전에 임원으로 활동 하셨지요?
네, 총무, 부회장 등 임원으로 3년 정도 활동을 했습니다.
▶ 어떤 계기로 회장직에 출마를 하시게 되었나요?
미주한국학교 총연합회는 36년이라는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진 단체이고, 한글과 한국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단체입니다.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 선배님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한인 사회의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까지 이렇게 성장해 올 수 있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한국학교의 구성이 1.5세와 혼혈 학생들 그리고 2세 학부모님들로 점차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우리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도 이 같은 추세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 교육을 받고 자라난 1.5세로서 총연합회가 이러한 흐름에 적응해 가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말씀드린 대로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이 점점 1.5세와 2세들로 바뀌어 가고 있고 학생들이 점점 더 미국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한국학교에 대한 관심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칠 교사도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저도 어떻게 하면 이러한 변화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을 참 많이 하고 있어요.
어쨌든 교육을 통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한국학교가 무엇인지, 왜 한국어를 배워야 하는지를 더 열심히 알려주는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학생들이 자라서 한국학교의 교사가 되고 학부모가 될 것이니까요.
또 아무래도 1.5세나 2세 한인들은 정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1세들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소통을 위한 노력이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의 방식이 필요하겠죠.
그리고 대한민국 정부가 재외국민 1.5세와 2세 들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많은 지원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올해 주요 사업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지난 3월 16일부터 18일까지 “SAT II 한국어 모의고사”가 있었구요. 5월 12일에 남가주 사랑의 교회 본당에서 “제32회 동요경연대회”가 열립니다. 올해도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고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로 33번째를 맞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있습니다. 저희 총연합회는 12개의 지역협회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지역협회의 예선을 통과한 학생들이 8월 3일에 한자리에 모여서 “한국어 말하기 대회” 결선을 치르게 됩니다. 다음으로 8월 3일과 4일에는 라 미라다 홀리데이 인 호텔에서 “제19차 한국어 교사 학술대회”가 열릴 예정으로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신설된 행사로 “어휘왕 골든벨”이 있습니다. 미국에는 “스펠링 비”라고 부르는 스펠링 맞추기 대회가 있는데요, 한글은 영어와 달라서 스펠링을 묻고 답하기는 조금 쉽지 않은 구조인데요. 그래서 기존의 퀴즈왕 골든벨과 스펠링 비를 합친 “어휘왕 골든벨” 이라는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어휘집”도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는 12월에 송년의 밤 행사가 있구요. 큰 행사는 대충 이 정도가 되겠네요.
또 한 가지는 한국학교 교사들에게 소속감을 심어주고, 교사들의 이력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총연합회 소속 학교 교사들에 대한 “교사 ID 카드 발행 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1년 안에 시행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사업으로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 ‘어휘왕 골든벨’은 어떤 계기로 기획하게 되었나요?
저희가 작년에 ‘독도.동해 골든벨 퀴즈대회’를 연 적이 있습니다. LA 총영사관이 후원하고 저희 총연합회가 주관해서 개최를 했는데요. 아이들은 물론 부모님들께서 많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것을 조금 더 한글/한국 교육과 관련한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없을까 하고 임원단에서 회의를 한 끝에 골든벨과 스펠링 비를 합친 형태의 ‘어휘왕 골든벨’ 을 개최하기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참가하게 되구요, 현재 계획으로는 ‘개인전’과 ‘친구/단체전’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 언제 개최되나요?
아직 확정이 되지는 않았는데요. 한글날을 전후로 한 토요일 즉, 10월 첫 번째나 두 번째 토요일에 개최하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입니다.
▶ 지금 현재 동부사랑한국학교 교장을 맡고 계시지요? 얼마나 되셨나요?
교장직을 맡은 지는 올해로 5년 차로 접어들었네요.
▶ 미국엔 언제 오셨나요?
1986년 7월 이니까, 중학교 3학년을 다니다가 이민을 왔습니다.
▶처음에 힘들지 않으셨나요?
많이 힘들었죠. 혼란스러운 것은 물론이고, 한국말도 안되고 영어도 안되니까(웃음). 학교에 갈 때 사전을 두 개씩 들고 다녔어요. 국어사전과 영어사전. 지금 생각해 보면 나름 그냥 잘 살아냈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웃음)
▶ 한국학교 교사는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요?
2009년 1월부터 한국학교 교사를 시작했는데요. 그 때 제 아이들이 6살, 8살이었는데 아이들이 한국학교에 가기를 싫어하는 거에요. 일단은 숙제도 있고,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또 분위기가 많이 생소했었나 봐요. 그래서 제가 교사를 하면 비록 반은 다르겠지만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처음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한국말을 잘 하니까 결과적으로는 성공을 한 셈이죠.
▶ 이제 자녀분들은 다 성장을 하셨을텐데요, 한국학교에 다녀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설명을 하시나요?
저는 주로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쳐왔는데요, 아이들에게 참 많이 들은 말이 ‘왜 한국말을 배워야 돼요?’ 하고, ‘한국학교는 숙제가 너무 많아서 싫어요’ 이런 부정적인 말들이었어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저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기 위해서 좀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 “네가 나중에 커서 회사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인터뷰를 하는데, 영어만 하는 백인 친구와 영어와 한국말 두 가지 언어를 할 줄 아는 너 중에서 누구를 뽑겠니?” 라거나, “네가 아무리 영어를 완벽하게 해도 너는 눈동자도 머리도 검은 한국인이기 때문에 네가 당연히 한국말을 할 줄 알 것으로 기대를 할 거다” 뭐 이런 이야기들이죠.
일단, 아주 심플하고 현실적인 이야기로 동기부여를 하고, 억지로라도 힘든 과정을 이겨내도록 하면 어느 단계에 이르러서는 한국어에 능숙해지고 한국에 대해서도 많이 배우게 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정체성도 깨닫게 되고 한국어가 경쟁력이 된다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죠.
▶ 미국한국학교총연합회에 200여 개가 넘는 한국/한글학교가 소속되어 있는데요, 교장으로서 한국학교 운영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인가요?
제일 어려운 점은 교사의 채용입니다. 규모가 큰 학교들의 경우는 예외겠지만, 저희도 그렇듯 대부분 교회 부설인 한국학교들은 교회의 사정도 감안해야 하고, 교사 인프라가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사의 수급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 한국학교 교사가 직업이라기보다는 봉사에 가까운 열악한 조건이기 때문에 정말 어렵게 부탁을 해야 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안타깝게도 1년 정도 하시고 그만 두시는 분들이 가장 많은 것 같습니다. 힘드시겠지만, 우리 자녀들과 후손들을 위한 일이라 생각해서 조금만 더 사명감을 가져주시면 참 좋겠습니다.
▶ 미주한국학교 총연합회장으로서 일선 학교에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분야는 사익이 아닌 공공성을 띤 교육 분야이기 때문에 국가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분야입니다만, 현실은 그렇게 충족스럽지가 못하다 보니 총연합회의 운영도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일선 학교 교장님들과 선생님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보다 적극적으로 총연합회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총연합회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위한 단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모든 학교장님과 관계자분들이 연합회의 일에 더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큽니다.
▶ 한국학교에 자녀를 보내기를 망설이시는 부모님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한국말을 전혀 못하던 자녀가 한국학교에서 한 학기를 배우고 나서 한글을 읽고 쓰고 말도 곧잘 하면 부모님들께서 굉장히 좋아하십니다. 그리고는 중단을 하세요. 학비가 얼마 되지는 않지만 그나마도 좀 아끼고 내가 집에서 가르쳐야지 하고 등록을 안 하십니다.
그리고 한 학기가 지나가면 다 잊어버립니다. ‘선생님 말씀 들을걸 그랬어요’ 하고 다시 등록을 하세요. 아시다시피 언어는 계속 읽고, 쓰고, 듣고, 사용을 하면서 배워야 하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한국학교에 보냈더니 이제 우리 애는 한국말을 아주 잘 하게 됐어요. 더 배우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라고 생각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다면 절대로 중단하지 마시고, 계속 보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주한국학교연합회 행사의 사회를 자주 보시는데, 이른바 ‘허무개그’나 ‘아재개그’를 많이 하시잖아요. 따로 연구나 준비를 하시나요?
(하하하), 사실 뉴스를 보거나 라디오를 듣거나 대화를 할 때도 재미있게 써먹을 만한 어떤 단어가 나오면 속으로 한 번 생각을 합니다. 언제 한 번 써먹어야겠다 하고요.
제게 개그본능이 좀 있거든요(웃음). 어떤 분들은 좋아하시기도 하고, 어떤 분들에겐 홀대를 당하기도 하는데요(하하하). 제 아재개그의 철칙은 남을 비하하지 않는 개그, 10개중에 3개 즉, 3할만 성공하면 된다 입니다. 이민사회가 참 웃을 일이 많지 않은데, 비록 허무한 웃음일지언정 이렇게 자주 웃다 보면 조금이라도 더 밝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하하)
▶ 끝으로 대부분이 학부형이신 가주교육신문 독자 여러분들께 인사말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계속해서 한글/한국학교와 미주한국학교총연합회에 많은 관심을 보내주실 것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밖으로는 한국학교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해 꼭 필요한 단체가 되고, 안으로는 정말로 들어오고 싶은 단체, 같이 일하고 싶은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