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쥴', 청소년 중독 등 미국 소송 5천여건 합의로 종결
- 액수는 미공개…"재원 마련 위한 지분투자 이미 확보"
액상형 전자담배 '쥴'(Juul)을 판매하는 미국 회사 '쥴랩스'(Juul Labs, Inc.)가 청소년 중독 등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5천여 건을 합의로 종결키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이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약 1만명의 원고가 쥴랩스와 임원, 이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천여 건의 소송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소송들은 샌프란시스코 소재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통합돼 계류 중이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법원에 제출된 서류를 인용해 합의된 사건에는 대인 손해배상 소송 3천234건과 정부당국이나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이 제기한 소송 1천313건, 그리고 소비자 집단소송 제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쥴랩스는 합의 조건과 법원 절차에 따라 이 시점에서 합의금 액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합의 이행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지분투자는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합의안은 앞으로 법원의 승인이 있어야 발효된다.
이 회사는 "이번 합의는 쥴랩스의 운영을 강화하면서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길을 확보하는 데에 중요한 진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최근 1년간 37개 주(州) 및 준주(準州) 정부와 합의에 도달했으며, 남은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다른 핵심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쥴랩스는 코네티컷, 텍사스, 오리건 등 미국 내 33개 주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준주 지방정부와 4억3천850만 달러(약 5천772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2년 넘게 이어진 조사를 마무리하는 데에 원론적 합의를 봤다고 발표했다. 조사 내용 중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등에게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는 제품을 마케팅했다는 혐의가 포함돼 있었다.
이번 소송에서 원고 측을 대리한 주요 변호인 중 한 명인 새라 런던은 "이번 합의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의미 있는 보상이 이뤄질 수 있게 됐고 학교들이 (니코틴 중독) 완화 프로그램을 운영토록 하기 위해 제공해야 할 실질적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어 미국 전역에 걸쳐 청소년의 전자담배 사용을 막기 위한 지방정부들의 노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60개 교육청을 대리한 필립 페데리코 변호사는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의 '베이핑'(액상형 전자담배 흡연) 유행을 '베이핑 전염병'(vaping epidemic)'이라고 부르면서 이에 맞서 싸우는 교육청들이 이번 합의를 계기로 일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쥴랩스는 초기 투자자들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했으며, 운영비용 예산을 30∼40% 감축하고 임직원 약 400명을 정리해고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쥴은 이 제품이 공중보건에 유해할 수 있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단으로 6월 말에 잠시 판매가 중단된 적이 있으나, 회사 측의 이의 제기로 판매금지 조처는 단기간 유지되는 데 그쳤다. FDA는 쥴의 마케팅 계획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쥴랩스는 '쥴랩스코리아 유한회사'를 한국에 설립한 후 2019년 5월부터 한국에서도 제품 판매를 시작했으나, 약 1년 만에 철수했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이 일면서 2019년 하반기에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사용 자제와 중단을 잇따라 권고한 영향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