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보물찾기
나는 성인이 된 아들과 그의 어린 시절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진심으로 사과를 해야만 할 경우도 있었다. 기억이 나질 않지만, 그중 하나는 내가 그의 소중한 물건들- 잡다하게 모은 장난감들, 엉뚱한 기록물들-을 허락 없이 버렸다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쓰레기 같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는 먼 훗날까지 기억할 만한 속상한 일이었나 보다. 나도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컬렉터이기 때문에 개념적으로 소중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정녕 이러한 물건들이 소중할까 미처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무엇인가를 잠깐 수집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위의 경험에서 보듯이 중요한 물건이라 생각했다는 것은 그것에 집중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그의 집중을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분류, 정리의 기본 단위를 정할 수 있는 판단력과 변별력, 여러 느낌의 질감과 색, 모양에 의한 다양성, 관찰력 등을 키울 수가 있다. 우후죽순으로 수집하게 하기보다는 어른이 교육하려는 개념에 맞춰 이야기 나눈 후 정해 주는 것이 좋다. 쉬운 예로는 글자나 숫자를 잡지에서 오려 모은 후 서체에 대해서 알아보든 단순한 글자 인지든, 흥미 있는 주제로 이끌어 결과물을 만들면 된다.
몇 가지 수집 중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보물찾기 놀이를 소개하겠다. 야외에서의 보물찾기 놀이는 일반화된 놀이이지만 사람이 미리 숨겨둔 물건을 찾는 것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보물 목록을 가지고 하나씩 자연물을 찾아 보는 것이다. 주의를 집중해 차분히 관찰해야 하며 큰 돋보기를 가지고 있다면 더욱 흥미로울 수 있다. 보물을 많이 찾지 못하더라도 가까운 공원이나 트레일에 갈 수도 있다. 수집한 보물은 칸이 나누어져 있는 초콜렛 박스 같은 곳에 넣는다.
아이들은 수집 자체만으로도 재미있어 하지만 한동안 보관하면서 그중에 관심 있어 하는 것 하나라도 리서치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새의 깃털에 관심 있어 한다면 무슨 새일까 추측해 보기도, 왜 깃털이 떨어졌을까? 생각해 보거나, 감촉과 색을 표현해 보기도, 깃털 뼈가 비어있음과 몸 부위에 따른 깃털이 다르다는 점 등을 발견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연 속에서 흥미롭게 감성을 즐긴 후 단순한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다.
자연 보물 목록- 위험한 것이나 자연을 훼손하면서 가져오면 안 됩니다.
- 새의 깃털
- 바람에 날린 씨앗
- 식물의 가시
- 서로 다른 모양의 잎
- 공 모양의 씨앗
- 알 껍질
- 무언가 가늘고 날카로운 것
- 동물의 털
- 먹은 흔적이 있는 잎
- 무언가 노란색인 것
- 자연물이 아닌 것
- 무언가 소리 나는 것
김경희: abgo.ed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