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위한 음악교육 (5) - 시대별 작곡가들의 삶을 통해 알아보는 클래식 음악 < 바로크 시대 IV >
시대별 작곡가들의 삶을 통해 알아보는 클래식 음악 < 바로크 시대 IV >
바하의 명곡들(3)
G선상의 아리아 (Air on the G string) BWV1068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만큼 바하의 곡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원래 이 곡은 바하가 남긴 네 곡의 <관현악 모음곡>중에서 3번 D장조의 두번째 곡 ‘에어(Air)-아리아(Aria노래, 선율)’를 독일의 바이올리니스트 아우구스트 빌헬름(August Wihelmi, 1845-1908)이 바이올린 독주곡으로 편곡해 연주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 곡은 4개의 바이올린 현 중에서 가장 저음을 내는 G현 하나로 연주할 수 있도록 편곡 되어 ‘G선상의 아리아’로 불려지게 되었다. 지금은 바이올린뿐 아니라 피아노 독주, 첼로 독주,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형태로 연주되지만, 장중하면서도 선율이 아름다워 드라마나 다큐멘터리 등의 배경 음악으로 또 대중 음악에서 많이 샘플링된다.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Sweetbox의 ‘Everything’ s going to be alright'을 들 수 있다. 이 곡은 인간의 7대 죄악을 모티브로 한 데이빗 핀처(David Fincher)감독의 범죄 스릴러 영화 ‘세븐 (Se7en, 1995)’을 비롯해 한국 영화 ‘동감(2000)’등 많은 영화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곡과 관련된 인상적인 기록은 1968년 국어교과서에 실린 음악 평론가 박용구 선생의 수필이다. ‘한국전쟁 당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청년 ‘이인영’은 축음기를 들고 피난 열차에 오른다. 피난민들로 아수라장이 된 열차 안에서 그는 귀하게 간직해 온 축음기를 꺼내 ‘G선상의 아리아’를 틀었다. 열차 안은 갑자기 조용해 졌고, 피난민들은 이 아름다운 선율에 큰 위로를 받았다. 이 곡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으로 꼽힌다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Brandenburg concerti) BWV 1046-1051
쾨텐 시절 작곡한 수많은 협주곡 중 6곡을 골라 브란덴부르크 공작에게 헌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탈리아의 비발디 등이 확립한 협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훨씬 다양한 악기를 사용하고 대위법적으로도 이탈리아의 음악보다 한층 정교하게 작곡되어 있다.
다양하게 구성된 독주 악기와 합주군이 밝고 화려한 음악으로 교묘하게 대비되어 바로크 시대 협주곡 중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6개의 협주곡 모두 여러 영화에서 쓰였지만, 2번의 2악장은 ‘닥터 모로의 D.N.A.(The Island of Dr. Moreau, 1996)’에서, 5번의 1악장은 ‘대통령의 연인(The American President, 1995)’에 사용되었다. 이 영화는 미국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한, 홀아비 대통령의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 드라마이다. 대통령과 그의 연인 시드니가 만나는 부분에서 브란덴부르크의 왕국을 연상케 하는 이 음악이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무반주 첼로 모음곡 (6 Cello Suites) BWV 1007-1012
이 곡을 거론할 때 빠질 수 없는 연주자가 바로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로 불리는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1876-1973)이다. 바르셀로나에 유학중이던 13살의 카잘스가 악보를 사기 위해 고서점에 들르게 된다. 그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책 더미 속에서 오래되어 색이 바랜 악보 다발을 발견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무반주첼로모음곡> 전곡의 악보였던 것이다. 이렇게 파블로 카잘스에 의해서 자칫 역사 속에 묻힐뻔했던 명곡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첼리스트라면 누구나 한번쯤 6개 전곡 연주를 목표로 도전하게 되는 ‘첼로곡의 바이블’과도 같은 곡이다. 이 곡을 듣다 보면, 마치 여러 대의 첼로가 동시에 연주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되는데, 이것은 중음주법 (더블스토핑)이 수시로 등장하면서 기가 막힌 화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특히 3번 모음곡에서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다.
이 곡은 파블로 카잘스를 비롯한 많은 유명 첼리스트들에 의해 연주되고 녹음되었는데, 특히 첼리스트 요요마(Yo-Yo Ma)는 1985년 그의 베스트셀링 앨범 <여섯 개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그래미 어워드 최고의 기악 연주자 상을 수상했다.
로만 폴란스키 (Roman Polanski)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 2002)’에서는 이 모음곡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1번 ‘프렐루드’ 부분이 나오는데, 이 영화는 2차세계대전 중 하루하루 생존의 몸부림 속에서 처절한 나날을 보내는 비극적 운명을 가진 폴란드의 유명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Kelly Na – 문화 & 예술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