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아시아인 최초 EPL 득점왕 '쾌거
- 정규리그 23골 7도움…살라흐와 함께 득점 공동 1위
- 차범근 넘어 '한국 선수 단일 시즌 유럽리그 최다 골' 기록
- 공식전 24골 8도움으로 '역대 최고 시즌' 만끽
손흥민(30·토트넘)이 마침내 아시아 선수로는 역대 처음으로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최고의 골잡이' 자리에 등극했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노리치의 캐로 로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 2021-2022시즌 EPL 최종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멀티골(2골)을 가동해 팀의 5-0 승리에 앞장섰다.
올 시즌 정규리그 35경기에서 23골을 작성한 손흥민은 이날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한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23골)와 함께 정규리그 득점 공동 1위에 올랐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EPL에서 득점왕에 오른 건 손흥민이 처음이다.
EPL뿐 아니라 유럽축구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독일·프랑스·이탈리아)로 범위를 넓혀도 아시아 선수 득점왕의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 기록으로 증명한 '월드클래스'…호날두 제치고 살라흐와 득점 공동 1위
노리치 시티전 전까지 득점 2위로 살라흐를 뒤쫓는 입장이었던 손흥민은 결국 최종전에서 나란히 23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1위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EPL에서는 득점 수가 같으면 출전 시간 등 다른 기록을 따지지 않고 해당 선수들이 모두 득점왕에 오른다. EPL에서 공동 득점왕은 이번 시즌까지 5차례 나왔다.
손흥민은 자신의 우상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18골), 팀 동료인 해리 케인(17골) 등을 줄줄이 제치고 '최고'로 올라섰다.
공격포인트에서는 손흥민이 30개로 살라흐(36개·23골 13도움)에 이어 2위다.
지난해 8월 맨체스터 시티와 개막전(토트넘 1-0 승)부터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올 시즌 팀의 해결사 노릇을 제대로 했다.
시즌 중반 1∼2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하면 부진 논란이 일만큼 그에게 걸린 기대는 컸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며 경기력 비판 등을 모두 털어냈다.
특히 그는 마지막 10경기에서 12골을 몰아치는 등 시즌 막바지로 향할수록 더 힘을 냈다.
무엇보다 손흥민은 페널티킥골 없이 필드골로만 23골을 넣었다. 살라흐는 23골 중 5골을 페널티킥으로 작성했다.
역대 EPL 득점왕 중 페널티킥 득점이 하나도 없던 선수는 총 10명이다.
앤디 콜(1993-1994·34골), 드와이트 요크, 지미 플로이드 하셀바잉크(이상 1998-1999·18골), 티에리 앙리(2004-2005·25골), 디디에 드로그바(2006-2007·20골), 니콜라스 아넬카(2008-2009·19골), 디미타르 베르바토프(2010-2011·20골), 루이스 수아레스(2013-2014·31골), 사디오 마네(2018-2019·22골), 그리고 손흥민이다.
콜과 수아레스, 앙리 다음으로 손흥민이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 차붐 넘고 자신도 넘었다…금자탑도 줄줄이
최고의 시즌을 보낸 손흥민은 이번 시즌 어김없이 각종 기록을 갈아치웠다.
23골은 손흥민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 득점 기록이다.
지난 시즌 EPL 37경기에서 17골을 넣어 자신의 한 시즌 정규리그 최다 골 기록을 세운 그는 한 시즌 만에 이를 훌쩍 넘겼다.
2010년 함부르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뒤 레버쿠젠(독일)을 거쳐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EPL 입성 첫 시즌인 2015-2016시즌(4골)을 제외하고 6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는데, 단일 시즌 리그에서 20골 이상을 터트린 건 올 시즌이 처음이다.
여기에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콘퍼런스리그에서 작성한 1골 1도움 등을 더하면 공식전 45경기에서 24골 8도움을 기록했다.
시즌 24골 역시 지난 시즌 세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골 기록(22골)을 새로 쓴 것이다.
과거의 자신을 넘어선 손흥민은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1985-1986시즌 레버쿠젠 소속으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세운 한국 축구 선수의 유럽 정규리그 한 시즌 최다 골(17골) 기록도 깼다.
더불어 이란 공격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가 보유한 아시아 선수의 유럽 프로축구 1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21골)도 넘어섰다.
자한바크시는 AZ알크마르에서 뛰던 2017-2018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 33경기에 출전해 21골을 넣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유럽 1부리그 득점왕에 오른 바 있다.
득점 공동 1위에 올라 '골든 부트' 트로피를 받은 손흥민
◇ 성장하는 손흥민, 다음 시즌은 어디까지?
기량이 정점에 오른 듯한 손흥민은 어느새 프로 13년 차가 됐지만, 아직 소속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다.
국가대표로 나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게 그의 유일한 우승 경험이다.
우승컵을 향한 손흥민의 도전은 다음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토트넘은 올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인 손흥민을 앞세워 EPL 4위를 차지,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출전권을 따냈다.
토트넘이 UCL에 나서는 건 2019-2020시즌 이후 3년 만이다.
정규리그와 UCL,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등에서 정상을 노릴 토트넘의 기대주는 역시 손흥민이다.
토트넘 통산 득점 10위(325경기 131골)인 손흥민은 9위 앨런 길전(439경기 133골)과 단 2골 차다. 올 시즌과 같은 기세를 이어간다면 다음 시즌에는 더 높은 순위로 거뜬히 올라갈 수 있다.
7시즌 동안 EPL 232경기에서 93골을 넣은 손흥민은 7골만 더하면 통산 100골을 돌파한다.
또 손흥민과 케인 모두 토트넘에 남는다면 EPL 역대 통산 최다 합작 골 기록도 이어갈 수 있다.
리그 최고의 호흡을 자랑하는 손-케인 듀오는 EPL 통산 최다인 41골을 합작해 프랭크 램퍼드-드로그바 듀오(36골)를 뛰어넘었다.